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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결과 분석
[21대 총선 결과 분석②] 비례투표, 보수 뭉치고 진보 흩어졌다
2020. 04. 23 by 권신구 기자 sgkwon28@sisaweek.com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종료된 지난 15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수원실내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종료된 지난 15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수원실내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180석을 가져간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평가되는 이번 4‧15 총선에서 전국 일부 지역에서는 보수 정당이 더 높은 정당 득표율을 보이는 경우도 나타났다. 유권자들이 지역구 후보와 비례정당을 각각 선택하는 ‘분할투표’를 한 결과다.

가장 대표적인 지역은 이낙연 민주당 당선인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전 대표가 맞붙은 종로였다. 차기 대선 후보들의 전초전 성격을 띤 이번 총선에서 이 당선인은 황 전 대표를 1만 7,308표 차이로 따돌렸다. 

그러나 비례정당 투표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단위별 개표결과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3만 987표,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3만 539표를 얻었다. 한국당이 시민당을 448표 앞섰다.

서울 몇몇 지역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영등포갑‧을에서는 한국당이 7만 2,780표를 얻은 반면, 시민당은 7만 233표를 얻었다. 

서울 중구성동구갑‧을에서도 비례정당 투표에서 한국당은 8만 2,897표, 시민당은 8만 761표를 각각 획득해 2,000표 가량 한국당이 앞섰다. 또 강동갑‧을에서는 한국당이 시민당보다 4,000표 가깝게 더 얻었다. 이들 지역은 지역구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됐다.

이러한 양상은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났다. 박찬대 민주당 당선인의 지역구인 인천 연수갑에서는 한국당이 2만 3,966표를, 시민당이 2만 2,799표를 기록했다. 정일영 민주당 당선인이 현역인 민경욱 통합당 의원과 대결을 펼쳤던 연수을에서도 비례정당 투표에서는 한국당이 3만 4,559표를 얻으며 시민당에 비해 2,713표를 더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서는 수원병(김영진)‧성남분당을(김병욱)‧평택갑(홍기원)‧고양병(홍정민)‧의왕과천(이소영)‧남양주병(김용민)‧용인병(정춘숙)‧안성(이규민)‧화성갑(송옥주) 등 9곳에서 한국당이 시민당보다 더 많은 득표율을 올렸다. 

아울러 강원도에서는 허영 민주당 당선인 지역구인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을 비롯해 원주갑‧을(이광재‧송기헌)에서, 충북과 충남에서는 청주상당(정정순)‧청주서원(이장섭)‧증평진천음성(임호선)‧천안갑(문진석)‧논산계룡금산(김종민)‧당진(어기구) 등에서도 이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진보 진영의 선택지가 넓었다는 점이 궁극적인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진보진영의 경우 시민당‧열린민주당‧정의당과 더 나아가 녹색당‧민중당 등 선택지가 넓기 때문에 상당히 분산된 측면이 있다”며 “이들을 다 합치면 보수 정당보다 득표수가 더 넓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 역시 본지와 통화에서 “지역구 투표에서는 정의당‧민생당‧녹색당 지지자들이 사표를 우려해 민주당에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다”며 “(비례정당 투표에서) 민주당의 경우 위성정당이 두 개였던 상황에서 그 쪽으로 빠져나간 측면도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 구도가 보수와 진보 양강 대결로 굳어진 상황에서 중도 표심을 끌어 모을 만한 정당이 없었다는 점도 분할 투표에 영향을 준 것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지역구 투표에 비해 비례정당 투표는 폭이 넓어 전략적 투표가 가능하다는 이유다. 

구본상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지역구 후보가 나왔을 때 그 지역구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면서도 “정파성이 뚜렷한 유권자들은 일괄적으로 투표를 하지만, 모호한 입장을 갖고 있던 사람들의 경우는 보통 분할 투표를 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할투표 현상은 지난 2016년 총선 때도 나타났다.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은 정당 득표율에서 민주당을 누르고 2위를 기록했다. 당시 국민의당이 중도성향의 지지층을 끌어 모으며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는 제3정당을 선택하지 못한 중도층이 지역구에서는 민주당으로 쏠리는 한편, 정당 투표에서는 전략적인 모습을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반면 보수 지지층은 통합당으로 결집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차 교수는 “이번 지역투표에서는 중도층이 민주당으로 쏠렸다”며 “지역구 표심에서 드러났듯이 통합당을 찍기에는 부담스러운 유권자들이 비례정당 투표에서는 다른 정당들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 교수는 “보수 지지자들은 선택의 폭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 평론가 역시 “통합당 같은 경우는 한 정당으로 똘똘 뭉친 것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