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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결과 분석
[21대 총선 결과 분석④] 강남3구 계급투표의 원인은 '부동산'
2020. 04. 24 by 서예진 기자 syj.0210@sisaweek.com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의 대승을 거뒀지만, 서초갑·을, 강남갑·을·병, 송파갑·을·병 중 생환한 민주당 후보는 송파병의 남인순 의원 뿐이었다. 이는 부동산을 이념으로 한 계급투표의 결과로 분석된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주택과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시스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의 대승을 거뒀지만, 서초갑·을, 강남갑·을·병, 송파갑·을·병 중 생환한 민주당 후보는 송파병의 남인순 의원 뿐이었다. 이는 부동산을 이념으로 한 계급투표의 결과로 분석된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주택과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1대 7’ 

이 수치는 21대 총선 결과 강남3구(서초구·강남구·송파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당선자 수를 나타낸다. 서초갑·을, 강남갑·을·병, 송파갑·을·병 중 생환한 민주당 후보는 송파병의 남인순 의원 뿐이었다. 나머지 지역은 통합당의 상징인 ‘핑크색’을 선택했다.

이는 이 지역에서 아파트, ‘부동산’이라는 이념에 충실해 계급 투표를 한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이 지역 표심이 나타내는 것은 ‘조세 저항’, ‘개발 욕구’였다. 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인상에 대한 반감, 재개발 수요 등이 ‘강남3구’의 표심이었던 것이다. 

결국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이 합쳐서 180석이라는 압승을 거뒀지만 강남3구에서 그나마 있던 의석도 잃은 것은 부동산이라는 이념에 충실한 계급투표의 결과다. 본지는 이를 세부 동별 득표수와 지역별 특성을 분석했다.

◇ 민주당 후보들, 부촌·고가아파트·재개발 구역서 밀렸다

이번 21대 총선 결과, 강남3구에서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으로 꼽히는 송파병을 제외하고 대체로 고가의 아파트 단지와 빌딩이 즐비해있거나 부촌이 형성된 곳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패했다.

우선 재개발 수요를 갖고 있는 오래된 아파트단지 유권자들이 통합당에 쏠렸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 안정을 명분으로 안전진단 강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강남 재건축 시장을 겨냥한 부동산 규제 정책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여당은 1주택자의 경우 공시지가 9억원부터, 다주택자의 경우 6억원부터 종부세를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발이 이미 끝난 대규모 신축 아파트 단지의 표심이 ‘종부세 완화’를 외치는 통합당에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서초갑을 살펴보면 이정근 민주당 후보는 4만2,971표를 받아 7만2,896표를 받은 윤희숙 통합당 후보에게 2만9,925표 차이로 패배했다. 서초갑 지역은 전형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방배본동·방배1동·방배4동·반포본동·반포4동과 한창 재개발이 진행되거나 재개발이 끝난 반포1동·반포2동·반포3동·잠원동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정근 후보가 큰 표 차이로 패배한 곳은 잠원동(6,290표차), 반포1동(4,360표차), 반포2동(4,268표차), 반포3동(4,659표차), 반포4동(3,188표차), 반포본동(2,388표차) 등이다. 반포본동과 반포4동의 경우는 전형적인 부촌 주택가로 보수계열 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던 곳이다. 

그리고 반포1동·2동·3동·잠원동은 고가 아파트(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퍼스티지, 반포자이)와 재개발을 기다리는 아파트 단지가 혼재해 있어 재개발 이슈에 가장 민감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또 부동산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의하면, 지난달 이 지역의 한 아파트는 52억5,000만원에 거래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종부세 강화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역 박경미 민주당 의원과 박성중 통합당 의원이 맞붙었던 서초을 지역도 마찬가지다. 박경미 의원 역시 재개발이 진행되거나 개발 수요가 높은 서초2동(1,765표차), 서초3동(3,198표차), 서초4동(6,442표차)에서 크게 진 것으로 나왔다. 서초4동의 경우 고가의 아파트가 몰려있으며, 서초 2·3동은 대규모의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20대 총선 당시 강남을 지역에서 뱃지를 얻는 데 성공한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이번에 박진 통합당 후보에 밀려 재선에 실패했다. 강남을 지역은 신혼부부 등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세곡동·일원동에서 전현희 의원이 각각 1,997표차, 308표차로 박진 후보를 따돌렸다.

하지만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개포1동·2동에서 각각 1,742표, 4,222표 차이로 박진 후보가 전현희 의원을 꺾었다. 개포1동·2동은 개포주공·개포경남·개포현대아파트 등 재건축 연한이 넘어 대부분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거나 재건축이 완료된 곳으로, 재개발 이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의 도전 끝에 송파을에서 당선된 배현진 통합당 후보의 경우, 재건축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내세운 것이 승리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현역인 최재성 민주당 의원의 경우, 주택가가 밀집한 석촌동·삼전동에서 배현진 후보를 앞섰으나 새로 입주한 헬리오시티가 있는 가락1동과 재건축 연한이 넘은 올림픽훼미리타운아파트가 있는 문정 2동에서 2,000~3,000표 차이로 졌다.

또한 리센츠, 엘스 등 고가 아파트가 있는 잠실2동·3동에서도 3,000~6,000표 차이로 배현진 후보가 최재성 의원을 앞섰다. 이 지역은 지난달 25억8,000만원에 아파트가 매매됐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추진하는 종부세 강화 법안에 직격탄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과 총선 출마 후보자들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종부세 감면 추진' 등 부동산 대책 관련 합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21대 총선 선거운동 기간 동안 민주당은 강남3구를 잡기 위해 ‘1가구 1주택 실소유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 공약을 내걸었다. 사진은 민주당 최재성 의원과 총선 출마 후보자들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종부세 감면 추진' 등 부동산 대책 관련 합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강남3구의 보수화 원인

강남3구는 처음부터 보수 계열 정당만을 지지했던 곳은 아니다. 한때 ‘여촌야도’(與村野都)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서울시민은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정서가 많았다. 강남 개발 이후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우후죽순 들어선 1970년대부터 집권 여당인 민주공화당의 지지가 가장 낮은 지역 중 한 곳이었고, 반대로 야당인 신민당의 지지가 꽤 높은 지역이었다. 

국가적 사업으로 강남이 개발되면서 새로 건설된 아파트에 젊은 중산층, 지식인 등이 이주해 살던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고가 아파트에 거주할수록 신민당(민주계열 정당)을, 노령층이 거주하는 교외 농촌 지역(세곡동, 내곡동 등)은 집권 여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했다. 현재와 같은 계급투표가 아닌 세대투표 양상이 나타나는 전형적인 여촌야도 현상을 보인 것이다.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 치러진 1988년 총선에서도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보수 계열 정당)은 강남 3구 6개 지역구 중 이태섭(강남을) 후보 한 명이 겨우 당선됐을 뿐이다. 나머지 지역구는 무소속 1석, 통일민주당 3석, 평화민주당이 1석씩 가져가며 야당 돌풍을 일으켰다.

이같은 강남 표심이 달라진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다. 1997년 15대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가 전반적으로 10~20%씩 우세했던 다른 구와 달리 송파병을 제외한 강남3구에서 이회창 후보가 2~19%가량 앞섰다. 2002년 16대 대선 때도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이회창 후보가 이겼으며, 탄핵 정국 당시 치러진 2004년 17대 총선 때도 강남3구 중 송파병만 열린우리당이 의석수를 가져왔다.

이전에는 집 한 채를 가졌을 뿐 기득권층이 아니었던 강남3구 유권자들이 1990년대를 지나며 수십억원이 넘는 자산가가 된 것이다. 강남3구가 각광받게 되면서다. 경제적 기득권층이 된 이들이 현상유지를 추구하게 된 것이다.

강남 표심이 민주계열 정당에 본격적으로 돌아선 것은 참여정부부터다. 참여정부가 2005년 종부세를 도입하면서 ‘반 노무현 정서’가 ‘반 민주 정서’로 변모하게 됐다. 종부세는 당시 국세청 기준시가 9억원을 초과하는 집을 갖고 있으면 내야 하는 세금이라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를 갖고 있던 유권자들이 타격을 맞게 된 셈이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강남3구 지역구 8곳 가운데 3곳(강남을·송파을·송파병)을 탈환했다. ‘보수의 아성’ 강남3구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민주당이 ‘해볼 만한’ 지역구로 꼽던 송파병 외 강남을·송파을 지역에서 민주당이 당선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혔다.

이는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과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피로감이 더해지고, 세곡동·내곡동·위례신도시의 신축 아파트, 역삼동·양재동 등으로 젊은 유권자들이 유입되면서 야권 지지도가 올라간 것이 요인으로 풀이한다.

21대 총선 선거운동 기간 동안 민주당은 강남3구를 잡기 위해 ‘1가구 1주택 실소유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 공약을 내걸었다. 해당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들 뿐 아니라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이인영 원내대표 등도 강남3구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같은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종부세 완화 공약으로는 강남3구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없었다. 통합당은 종부세 완화, 공시지가 인하,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폐지 등 강남3구 유권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동산 이슈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했던 ‘1가구 1주택 실소유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 공약을 뒤집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소속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김정우 의원은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나 12·16 대책의 원안을 20대 국회 내에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안대로 통과한다면 1세대 1주택자 및 일반 2주택자 이하 소유자에게 적용하던 세율이 인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