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슈팅걸스’(감독 배효민)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영화사 오원
영화 ‘슈팅걸스’(감독 배효민)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영화사 오원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가정 형편이 어려워 축구화조차 쉽게 살 수 없었고, 인조 잔디가 깔리지 않은 맨땅에서 훈련해야만 했다. 부상을 당해도 대신 뛰어줄 교체 선수도 없었다. 열악하기만 환경이었지만, 축구를 향한 열정만은 그 누구보다 뜨거웠다.

간절한 바람으로 뭉친 단 13명의 어린 소녀들은 여왕기 전국축구대회에서 8일 동안 리그전 3회와 토너먼트 3회의 경기를 치르며 당당히 결승에 올랐고, 강력한 우승 후보까지 제치면서 창단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영화 ‘슈팅걸스’(감독 배효민)는 단 13명의 부원으로 2009년 여왕기 전국축구대회에서 우승한 삼례여중 축구부와 그들의 영원한 스승 고(故) 김수철 감독이 함께 써 내려간 통쾌한 우승 실화를 그린 청춘 드라마다. 창단 이래 약 20년 동안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삼례여중 축구부가 여자축구의 전설로 발돋움하게 된 첫 번째 순간을 담는다.

‘슈팅걸스’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스토리를 바탕으로, 이들의 투혼과 열정을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자 한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다. 실화의 힘도, 영화적 재미도 그 어떤 것도 살리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슈팅걸스’로 관객과 만남을 앞두고 있는 (왼쪽부터) 배우 정지혜, 정예진 그리고 이비안. /영화사 오원
‘슈팅걸스’로 관객과 만남을 앞두고 있는 (왼쪽부터) 배우 정지혜, 정예진 그리고 이비안. /영화사 오원

가장 큰 문제는 스포츠 영화 특유의 유치함과 오글거림을 배가시키는 감독의 연출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향해 나아가는 소녀들의 성장기 자체는 뭉클하지만, 그동안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봐왔던 익숙하고 전형적인 전개가 펼쳐져 지루함을 안긴다.

스포츠를 소재로 다뤘음에도 박진감이나 긴장감은 느낄 수 없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여왕기 축구대회 경기의 많은 부분을 영상이 아닌 이미지 하나하나를 나열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극적 효과는커녕 밋밋한 느낌을 주며 재미를 반감시킨다.

이러한 가운데 흘러나오는 주요 인물의 야심찬 대사는 감동보단 오글거림을 느끼게 한다. 배우의 연기력 탓인지, 감독의 연출력 탓인지 부끄러움은 관객의 몫이다. 곳곳에 배치된 웃음 요소 역시 식상해 재미를 주지 못한다. 

‘슈팅걸스’에서 김수철로 분한 정웅인 스틸컷. /영화사 오원
‘슈팅걸스’에서 김수철로 분한 정웅인 스틸컷. /영화사 오원

배우들은 무난하다. 몇몇 오글거리는 대사와 어색한 설정 탓에 아쉬움을 주기도 하지만, 대체로 제 몫은 해낸다.

겉은 강해 보이지만 속은 누구보다 여린 윤아 역의 이비안부터 변변찮은 가정 형편으로 축구화조차 사기 어려운 선희를 연기한 정예진, 친구들과의 우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의리의 소녀 민정 역을 맡은 정지혜까지 신선한 얼굴의 신예들이 활약해 눈길을 끈다.

정웅인도 좋다. 철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감독 김수철로 분한 그는 13명의 소녀들과의 훈훈한 사제 ‘케미’부터 유쾌한 모습, 열정적인 지도자로서의 면모까지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배효민 감독은 “‘슈팅걸스’는 단순한 스포츠 영화가 아니”라며 “지금껏 만나지 못했던 지도자가 있고, 교육자가 있었다. 그리고 순수함으로 빛나는 아이들이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이미 그 자체로 빛을 내는 ‘슈팅걸스’의 따뜻한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감독의 말처럼 기적을 이뤄낸 고(故) 김수철 감독과 삼례여중의 감동 실화는 그 자체로 빛이 나고, 흥미롭고, 뭉클하다. 그렇기에 영화 ‘슈팅걸스’가 더 아쉽다. 러닝타임 98분, 오는 5월 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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