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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사냥의 시간] 긴장감은 있는데, 내용이 없다
2020. 05. 01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넷플릭스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그날, 우리는 놈의 사냥감이 됐다.” 희망 없는 도시, 감옥에서 출소한  준석(이제훈 분)은 가족 같은 친구들 장호(안재홍 분)와 기훈(최우식 분) 그리고 상수(박정민 분)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위한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다.

하지만 미래를 향한 부푼 기대도 잠시, 정체불명의 추격자 한(박해수 분)이 나타나 목숨을 노리며 이들을 뒤쫓기 시작한다. 서로가 세상의 전부인 네 친구들은 놈의 사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이 드디어 넷플릭스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영화 ‘파수꾼’(2011) 윤성현 감독의 신작이자, 탄탄한 캐스팅 라인업으로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던 ‘사냥의 시간’이 국내는 물론, 해외 관객까지 사로잡아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까.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들과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들의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다. 배우 이제훈‧안재홍‧최우식‧박정민‧박해수 등 충무로 대세 배우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한국영화 최초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돼 주목을 받았다.

‘사냥의 시간’에서 환상의 시너지를 완성한 (위 왼쪽부터) 이제훈‧안재홍‧최우식, 박정민(아래 오른쪽). /넷플릭스
‘사냥의 시간’에서 환상의 시너지를 완성한 (위 왼쪽부터) 이제훈‧안재홍‧최우식, 박정민(아래 오른쪽). /넷플릭스

영화는 순식간에 사냥감으로 내몰린 네 친구들의 처절한 탈출과 이들의 숨통을 조이는 추격자의 추격을 긴장감 넘치게 그려내 압도적인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특히 극한의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낼 뿐 아니라, 공간의 긴장감을 실감나게 구현한 비주얼과 사운드 등으로 생생함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스크린으로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배우들은 제 몫을 해낸다. 먼저 이제훈은 위험한 계획을 설계하는 준석으로 분해 안정적인 연기로 극을 이끈다. 특히 극한의 상황에서 터트리는 폭발적인 감정 연기가 감탄을 자아낸다. 친구들을 위해 위험한 계획에 앞장서는 장호를 연기한 안재홍도 좋다.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거칠고 강인한 모습으로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최우식은 가진 것은 의리뿐인 반항아 기훈 역을 맡아 친구들과 가족들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필요한 모든 것을 알아내는 정보원 상수를 연기한 박정민도 무난한 활약을 펼친다. 적은 분량이 아쉽다. 정체불명의 추격자 한으로 분한 박해수는 강렬하다. 존재만으로도 분위기를 압도하며 긴장감을 유발한다. 

‘사냥의 시간’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뽐낸 박해수(아래). /넷플릭스
‘사냥의 시간’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뽐낸 박해수(아래). /넷플릭스

다만 10대 청소년들의 삶을 예리하게 꿰뚫어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날카롭게 조명했던 윤성현 감독의 전작 ‘파수꾼’과 달리, ‘사냥의 시간’ 스토리는 빈약하다. 단조로운 전개가 이어지고,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불친절하다. 수많은 ‘떡밥’이 풀리지 않은 채 끝난 것도 아쉽다. 또 한이 왜 그토록 이들을 잡고 싶어 하는지, 그럼에도 결정적 순간에 왜 이들을 놔주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말을 위한 무리한 설정도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윤성현 감독은 “‘사냥의 시간’은 표현주의적인 영역의 작품”이라며 “캐릭터의 감정보다 상황에서 오는 긴장감에 초점을 맞췄고, 이야기 구조도 단순하고 직선적”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단순하지만 그 안에 디테일한 표현과 시네마틱한 사운드, 호흡감 배우들의 표정으로 이뤄져 있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러닝타임 134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