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이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으로 돌아왔다. /넷플릭스최우식이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으로 돌아왔다. /넷플릭스​
​최우식이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으로 돌아왔다.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를 휩쓴 배우 최우식이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쏟아지는 기대와 관심이 때로는 어깨를 짓누르고 부담감에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또 다른 시작을 앞둔 그는 걱정보단 설렘으로, 불안보단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2011년 MBC 드라마 ‘짝패’로 데뷔한 최우식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다, 2014년 영화 ‘거인’을 통해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로 성장했다. 극 중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청춘 영재 역을 맡아 다면적인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제36회 청룡영화상‧제2회 들꽃영화상 등 유수의 영화제 신인남우상을 휩쓸었다.

이후 영화 ‘부산행’(2016)로 천만 배우로 거듭난 그는 영화 ‘기생충’(2019)으로 전 세계 관객까지 사로잡으며 대체불가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할리우드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을 정도로 최우식을 향한 관심과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래서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은 더 큰 기대를 모았다. 최우식이 ‘기생충’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자, 새로운 얼굴을 예고했기 때문. 매 작품 성장해서 돌아오는 그가 또 어떤 매력으로 관객을 매료할지 관심이 쏠렸다.

최우식은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사냥의 시간’에서 그는 가진 것은 의리뿐인 반항아 기훈 역을 맡아 인물의 인간적인 면모부터 디테일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담아낸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다.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입증한 최우식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화상으로 <시사위크>와 만난 최우식은 모니터 속 기자를 향해 악수를 청하며 유쾌한 인터뷰 시작을 알렸다. 기자의 질문 하나하나에 신중하면서도 진중한 답변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최우식이 ‘사냥의 시간’으로 전 세계 관객과 만나는 소감을 전했다. /넷플릭스 ​
​최우식이 ‘사냥의 시간’으로 전 세계 관객과 만나는 소감을 전했다. /넷플릭스 ​

-‘기생충’ 이후 선보이는 첫 작품인데, 기분이 어떤가.
“솔직히 긴장을 많이 했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니까. ‘기생충’으로 해외에서도 생각지도 못하게 큰 사랑을 받았다. 해외 팬들에게도 빨리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돼 기쁘다.”

-영화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데, 본인의 만족도는 어떤가.
“‘기생충’ 다음 작품이기도 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거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윤성현 감독님이 생각했던 모든 것이 펼쳐졌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보기 드문 신선한 앵글이나 조명, 공간들이 주는 요소들도 좋았다. 배우들도 신선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 것 같다. 긴장을 많이 했는데, 너무 다행이고 좋았다.”

-기존 보여줬던 이미지와는 다른 캐릭터였는데.
“그래서 더 긴장을 했다. 물론 ‘마녀’에서도 센 모습이 있었지만, 기훈과는 다른 결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덜하면 소화 못했다고 할 것 같고, 그렇다고 오버해서 하면 너무 부담이 될 것 같았다. 중간 지점을 찾는데 고민을 많이 했다. 게다가 함께 연기하고 싶었던 형들과 함께하는 작품인데, 내가 너무 튀지 않을까 우려도 됐다. 그런데 다행히 형들과 감독님이 잘 챙겨주셔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특유의 짠함은 있더라. 유독 짠한 캐릭터를 많이 소화하는 것 같다.
“내가 그냥 있어도 짠함이 있는 것 같긴 하다. 부모님도 인정하셨다. 이미지 변신에 대한 욕심은 없다. 지금까지 내가 하고 싶은 연기와 영화를 했더라. (짠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도 해주시는데, 내가 가장 잘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구간이고, 잘 뽐낼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너무 좋다. 더 들어왔으면 좋겠다. 물론 (기훈의) 거친 이미지도 욕심이 나서 ‘사냥의 시간’을 한 것도 맞다. 그렇지만 이미지 변신을 위함이라기 보다, (작품을 선택했을 때)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표출하고 싶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그냥 지금 하고 싶은 걸 하면서 가고 있다.”

‘사냥의 시간’으로 뭉친 (왼쪽부터) 안재홍‧이제훈‧박정민‧윤성현 감독‧최우식. /넷플릭스 ​
‘사냥의 시간’으로 뭉친 (왼쪽부터) 안재홍‧이제훈‧박정민‧윤성현 감독‧최우식. /넷플릭스 ​

-또래 배우들(이제훈‧안재홍‧박정민)과 촬영을 하면서, 좋은 영향을 받은 게 있다면.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서로 함께 연기하고 싶어 했던 사람들이었다. ‘여기서 실컷 놀아봐’ 하는 현장이었다. 치열하게 연기했던 것 같다. 연기 욕심이라는 것도 생겼다. 이 무리에서 연기를 못해서 튀기 싫었고, 남의 자리를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치열하게 연기를 했다. 서로 캐릭터에 대해 애기도 많이 나눴고, 하하 호호 즐겁게 임했다. 서로에게 좋은 시너지를 줬다고 생각한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학습 현장이었다. 맏형으로서의 (이)제훈 형의 모습도 그렇고, (안)재홍 형과 (박)정민 형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해석한 것도 그렇고 배울 점이 정말 많은 현장이었다.”

-윤성현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감독과의 작업이) 제일 기대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전작 ‘파수꾼’도 당연히 봤다. ‘파수꾼’을 보면서 윤성현 감독님이 배우들과의 호흡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라는 걸 느꼈다. 현장에서 나이대가 비슷해서 진짜 친한 형 같았다. 그래서 고민과 걱정에 대해 많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 감독님은 거짓말을 싫어한다. 연기할 때 하는 척을 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 한 번은 내가 괜찮다고 생각했던 장면에서 감독님이 조금 더 느끼고 진짜 느꼈을 때 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모니터를 했더니, 어딘가 집중을 안 하는 모습이 보이더라. 애드리브도 많이 할 수 있었다. 느끼면 다 해도 되는 현장이었다. 보고 느끼고 말할 수 있는 현장이라 너무 좋았다.”

-외적 변신도 돋보였는데,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처음 기훈을 상상했을 때 쿨하고 틀에 박히지 않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자유로운 영혼 같았다. 사실 시나리오에서 기훈이 인기가 많고 잘나가는 친구였다. 그런데 내가 캐스팅이 되면서 키 큰 양아치가 된 거다.(웃음) 외적으로 뽐내는 친구로 생각해서 타투나 귀걸이를 했다. 그거에 덧붙여서 감독님이 기훈의 머리 스타일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리즈 시절 때처럼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모두에게 충격을 줬다. 하하. 타투도 매번 두 시간 전에 와서 하고, 또 지우고 반복해서 힘든 과정이었는데 그래도 외적으로 기훈을 보여주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서 좋았다.”

청춘의 얼굴을 보여준 최우식. /넷플릭스
청춘의 얼굴을 보여준 최우식. /넷플릭스

-디스토피아라는 세계에서 청춘이 물러서지 않고 운명을 택한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희망이 엿보이기도 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거인’ 영재도 그렇고, ‘기생충’ 기우나 ‘사냥의 시간’ 기훈까지 놓인 상황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안 좋은 선택을 할 때도 있지만, 그 선택에 대한 대가는 꼭 치르게 되고 그걸 통해 성장하고 배우는 것 같다. 항상 끝은 없다고 생각한다.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충분히 나아갈 수 있고,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실패를 해도 배우는 점도 분명 있다. 그래서 그 시기가 중요하고 또 즐길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많이 느끼고 배웠으면 좋겠다.”

-윤성현 감독이 배우 최우식에 대해 ‘본능적으로 연기한다’고 했다. 힘을 준 연기가 아닌데도, 큰 울림을 주는 연기를 펼친다. 작품 혹은 캐릭터에 접근할 때 어떻게 다가가는 편인가.
“어디서 배운 건데, 연기는 ACTING(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REACTING(반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어떤 연기를 펼칠 때 항상 주변 인물들에게 의존을 많이 한다. 굳이 뭔가 표현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반응을 하면서 만들어진다. 혼자 연습하고 대사를 읽을 때보다 현장에서 주고받으면서 나오는 것들이 더 많다. 그 과정이 재밌어서 지금도 계속 연기를 하고 있는 거다. 또 내 단점 중 하나가 주어진 틀이 있으면 잘 만들어내지 못한다. 아직까지 그 영역에 있어서 많이 부족하고, 나의 모습을 넣어서 인물을 만들지 새로운 누군가를 만들어내진 못한다. 나의 모습들과 내가 했던 연기들이 조금씩 담겨있는 것 같다.”

-지난해 ‘기생충’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 
“확실하게 효자가 된 것 같긴 하다. 부모님이 거의 1년 동안 항상 웃으면서 (나와) 대화를 했다. 전에는 속썩이는 아들이었지만, 지금은 효자 중의 효자라고 생각한다. 하하. 좋은 걸로 바뀐 것이 너무 많다. 연기를 할 때 자신감도 붙었고, 많은 분들이 더 좋게 봐주시는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워낙 내가 걱정과 고민이 많은 성격이다. 그래서 부담감도 크다. 하지만 좋은 채찍질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작품을 할 때 어떻게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과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고, 다음 영화를 택할 때도 더 많은 걱정과 고민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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