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더위가 시작돼 사용이 늘어난 에어컨 바람이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때 이른 더위가 시작돼 사용이 늘어난 에어컨 바람이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한낮 기온이 20도를 훌쩍 넘는 때 이른 더위가 찾아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름 필수품인 에어컨 바람이 코로나19를 전파시킬 수 있다는 그럴듯한 얘기가 번지고 있는 것. 에어컨이 코로나19를 옮길 수 있다는 세간의 의혹은 사실일까 아니면 기우에 불과한 것일까.

◇ ‘에어컨 위험설’에 불안감 호소하는 교육 현장

최근 코로나19와 연계된 ‘에어컨 위험설’이 고개를 든 건 학교 개학과 맞물려 있다. 등교 개학을 두고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서 정부가 오는 13일을 시작으로 고3부터 순차적으로 등교수업 하기로 하면서 집단감염이 재발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초여름 날씨로 인해 가동이 불가피한 에어컨 바람이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충분히 수긍이 갈 만한 대목이다. 코로나19를 포함한 바이러스의 공기 중 감염은 ‘불가능하다’는 확실한 연구 결과가 전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에어컨과 바이러스 전파의 관계에 합리적인 의구심을 품을 수 있겠다. 교실에서 에어컨 사용이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소문까지 나오면서 학생들 사이에선 “코로나가 아니라 더위에 쪄 죽는 게 아니냐”는 진지한 농담까지 오갔다.

소문이 퍼지게 된 배경에는 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받고 있는 중국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2월 기자회견 자리에서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장룽멍 주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온도 20도, 습도 40%인 적정 환경에서는 수일간 생존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공포감을 키웠다. 여기에 코로나19 최대 피해국가인 미국 보건당국과 대학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에어로졸(공기 중 액체방울) 상태로 3시간까지 살아남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놔 공기감염설을 부추겼다.

이러한 논란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불거졌던 일이다. 1차 진원지였던 평택성모병원에서 첫 번째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쓰지 않은 환자들의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으면서 공기를 통한 감염 경로가 지목됐다. 바이러스가 병실 안에 에어로졸 형태로 차 있다가 출입문을 열고 닫을 때 복도로 퍼져나갔을 가능성이 역학조사위원회를 통해 제기된 바 있다.

◇ 공기 중 감염은 희박… “비말, 멀리 보낼 수 있어”

지금까지 공개된 보건당국과 관계기관, 전문가들의 입장을 종합해 보면 공기 중에 잔존하는 바이러스 에어로졸이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을 타고 번져나가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메르스 사태 때 대한감염학회 등 감염 관련 학회는 일상생활 중에 메르스가 공기감염으로 확산될 우려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중국 장룽멍 주임도 “인체에서 나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공중에서 떠다니지 않기 때문에 공기 중에는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그렇다고 에어컨 바람과 코로나19 확산 사이에 어떠한 관계도 없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 인공 바람이 순간적으로 인체에서 튀어나온 비말(침방울)의 방향이나 이동 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중국의 한 식당 사례를 보면 감염된 사람들은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방향에 앉아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면서 “에어컨에서 별다른 균이 발견되지 않는 등 당시 정황으로 미뤄 봤을 때 감염자의 비말이 (에어컨) 바람을 타고 이동 거리가 늘어난 걸로 볼 수밖에 없다.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최원준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또한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는 하지만, 에어컨 바람이 보통 1~2m 정도 나아가는 비말을 그 이상 멀리 보낼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에어컨을 틀더라도 충분한 환기를 통해 내부 먼지 등을 외부에 보내 실내를 정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컨트롤타워인 중앙방역대책본부 이와 유사한 입장이다. 지난 6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중국에서 에어컨 바람의 환류 때문에 비말이 더 멀리 확산할 수 있다는 연구 등 문제 제기가 있었다”면서 “에어컨을 사용하더라도 수시로 창문을 통해서 환기를 같이하면 사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최종 판정 - 절반의 사실
 

근거자료

-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 인터뷰

- 최원준 가천대 길병원 교수 인터뷰

-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 브리핑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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