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는보리’(감독 김진유)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영화사 진진
영화 ‘나는보리’(감독 김진유)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영화사 진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제24회 독일 슈링겔국제영화제 2관왕,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감독조합상 등 유수 영화제의 주목을 받으며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 ‘나는보리’(감독 김진유)가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따뜻한 이야기와 사랑스러운 캐릭터, 아름다운 풍광을 고스란히 녹여내 지친 일상 속 위로를 전한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보리(김아송 분)는 농인인 아빠(곽진석 분), 엄마(허지나 분) 그리고 동생(이린하 분)과 함께 살고 있다.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보리는 짜장면과 피자를 시킬 때, 은행에서 전화가 올 때, 물건을 살 때 등 타인과의 소통이 필요할 때 늘 가족의 의사를 대변한다.

일찍이 소리의 세계와 고요의 세계를 넘나들던 보리는 자신이 가족과 다르다는 사실과 세상이 가족을 바라보는 어긋난 시선을 경험하며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두 세계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던 보리는 ‘소리를 잃고 싶다’는 특별한 소원을 빌며, 소리가 없는 세상에서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나는보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족 사이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열한 살 아이 보리가 가족들과 같아지고 싶은 마음에, 특별한 소원을 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단편 ‘높이뛰기’를 연출한 김진유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나는보리’에서 호연을 펼친 아역배우 (아래 왼쪽부터)이린하‧김아송‧곽진석 스틸컷. /영화사 진진
‘나는보리’에서 호연을 펼친 아역배우 (아래 왼쪽부터)이린하‧김아송‧곽진석 스틸컷. /영화사 진진

‘나는보리’는 장애를 무언가에서 결여된 것으로 바라보거나 주류에서 배제된 것으로 표현했던 다수의 작품들과 달리, 비장애인 보리가 가족과의 유대감을 위해 장애를 갖기 원한다는 이야기로 기존의 시선을 뒤집어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전한다.

또 가정 안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보리와 학교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정우의 모습은 농인은 물론,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 농인 부모를 둔 자녀)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나는보리’는 농부모를 둔 김진유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했다. 감독이 직접 경험한 크고 작은 사건들을 영화에 녹여내 장애에 대한 비뚤어진 생각을 되돌아보게 하고, 보리의 외로움에 자연스럽게 공감하도록 한다.

다름을 구별 짓지 않으려는 김진유 감독의 따스한 시선이 곳곳에 녹아있는데, 보리의 가족이 보여주는 일상 속 행복이 그렇다. 소리만 없을 뿐 사랑으로 가득한 보리의 가족을 보고 있노라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강원도 동해안의 아름다운 풍광도 힐링 요소다.

따뜻한 위로와 힐링을 전하는 ‘나는보리’. /영화사 진진
따뜻한 위로와 힐링을 전하는 ‘나는보리’. /영화사 진진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를 더욱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만든다.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보리 역에 캐스팅된 김아송은 보리 그 자체로 분해 마음을 흔들고, 보리의 동생 정우를 연기한 이린하는 순수하고 깜찍한 매력으로 관객을 단숨에 매료시킨다. 보리의 아빠, 엄마 역을 맡은 곽진석과 허지나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실제 부부인 만큼 자연스러운 호흡도 돋보인다.

김진유 감독은 “우리 옆집에 농인 가족이 살 수 있고, 그 옆집에는 지체장애인분들이 살 수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그들 중 한 모습을 영화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뭔가 특별할 것 같지만 특별하지 않은 지점과 우리와 똑같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 중 한 명으로 바라봐 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나는보리’는 장애와 비장애를 뛰어넘어 모두가 불편함 없이 관람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한국영화임에도 한글 자막 버전으로 상영된다. 러닝타임 110분, 오는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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