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타(김은영)이 배우로 깜짝 변신했다. /트리플픽쳐스
치타(김은영)이 배우로 깜짝 변신했다. /트리플픽쳐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래퍼 치타가 영화 주인공이라고?” 무대를 씹어 먹을 듯한 강렬한 카리스마의 소유자 치타를 공연장이 아닌 스크린에서 만날 줄 몰랐다. 게다가 이렇게까지 잘 해내리라고는 더더욱 예상하지 못했다. 자신을 향한 ‘편견’을 단숨에 날려버린 래퍼 치타 그리고 배우 김은영이다.

치타는 2005년 방송된 케이블채널 Mnet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 존재감을 알린 실력파 래퍼다. 뛰어난 랩 실력은 물론, 걸크러시 매력으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다양한 프로그램과 무대를 통해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펼치며 국내 대표 래퍼로 활발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치타가 새로운 도전에 나서 눈길을 끈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감독 남연우)를 통해 배우로 변신한 것. ‘초미의 관심사’는 돈을 들고 튄 막내를 쫓기 위해 단 하루 손잡은 극과 극 모녀의 예측불허 추격전이다.

영화 ‘분장’(2017)을 통해 배우 겸 감독으로서 두각을 나타냈던 남연우의 두 번째 연출작으로, 지난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시네마 섹션에 초청돼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연출자 남연우 감독과 치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인으로 발전, 공개 열애 중이다.

극 중 치타는 연기파 배우 조민수(엄마 역)의 딸이자 이태원에서 활동하는 가수 순덕 역을 맡아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엄마를 향해 거침없이 독설을 날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를 이해하려고 하는 순덕 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해 호평을 얻고 있다. 첫 연기 도전임에도 극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제 몫을 해낸 치타다.

또 영화의 OST 전곡을 작사‧작곡해 뮤지션으로서 실력을 뽐냈을 뿐 아니라, 직접 노래까지 불러 완성도를 높였다. 원래 보컬리스트 지망생이었지만, 사고 이후 후유증으로 랩으로 전향한 치타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초미의 관심사’를 더욱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반전 매력의 소유자 치타. /트리플픽쳐스
반전 매력의 소유자 치타. /트리플픽쳐스

실제로 만난 치타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였다. 강렬한 카리스마 대신 차분한 입담과 따뜻한 인간미로 기자를 매료시켰다. 무대 위 ‘센 언니’ 치타도, 무대 밖 ‘인간’ 김은영도 매력이 넘쳤다.

-첫 연기 도전임에도 기대 이상이었다. 따로 트레이닝을 받기도 했나.
“레슨이나 트레이닝을 받은 적은 없고 7~8년 전에 말을 세련되게 하고 싶어서 두 달 정도 연기학원에 다닌 적은 있다. 그때는 연기를 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좋게 봐주셔서 고마울 뿐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그렇고, 참여했던 많은 분들이 잘 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때는 응원의 말이라고 생각했지 내가 진짜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언론배급시사회 후에 기자분들이 잘했다고 해주시니 이제는 감사한 마음으로 조금은 인정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영화를 들어가기 전에는 어떤 준비를 했나. 과정이 궁금하다.
“시나리오를 받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나는 그때 (남연우) 감독님이 많이 알려주지 않을까 생각하고 도움을 청했는데, 그냥 시나리오를 많이 읽으라고 하더라. 그게 다였다. 오히려 내가 어떤 장면에 대해 의견을 내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을 하기 보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순덕이 무슨 생각과 마음을 갖고 있는지 분석하고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이런 게 준비하는 과정이구나 싶었다. 다른 언어를 배운 기분이다. 무대에서는 몸짓이나 표정, 언어를 통해 직접적이고 거칠게 표현을 했다면, 연기를 통해서는 이렇게도 소통할 수 있구나라는 새로운 표현 방법과 언어를 배운 기분이다. 하나를 더 ‘득템’했다.”

-이번 작품은 어떻게 하게 됐나.
“2018년 9월쯤이었던 것 같은데, 영화사에서 대략적인 스토리를 구성한 상태였다. 당시 소속사 대표님를 통해 내가 만든 음악을 영화사 대표님이 듣게 됐고, 영화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셨다. 추가적인 곡 작업도 원하셨다. 그렇게 더 진행이 되다가 출연 제안까지 받았고, 나도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미흡하거나 해오던 일이 아니라 낯설게 느낄 수 있지만, 생각해 주신 거에 대해 감사했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주셔서 더 고마웠다. 그래서 어떻게든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다.”

-배우 조민수와 함께 했는데, 어땠나.
“처음 함께 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좋았다. 상당히 강렬하기도 하고 또 상반된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하시지 않나. 다양한 걸 오래전부터 해오시던 분이라 딱 붙어서 열심히 배워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는 사실 무섭지 않을까 생각도 했는데, 첫 만남부터 너무 시원시원하고 화통하시더라. 선배나 선생님이라는 호칭 말고 언니라고 부르라고 하시면서 편하게 대해주셔서 즐겁게 촬영했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감독 남연우)로 남다른 케미를 발산한 배우 조민수(왼쪽)와 치타. /트리플픽쳐스
영화 ‘초미의 관심사’(감독 남연우)로 남다른 케미를 발산한 배우 조민수(왼쪽)와 치타. /트리플픽쳐스

-연기적으로도 조언을 얻은 부분이 있다면.
“감독과 비슷한 지점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내가 뭔가 준비해 가서 물어보면 조민수 선배도 ‘뭔가 하려고 하지 말라’고 하셨다. 엄마 캐릭터가 하는 게 있으니 순덕은 조금 더 절제하는 게 좋을 거라고 하셨다. ‘네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너대로 하는 게 제일 좋다’고 말해주셨다. 가장 큰 응원이 아니었을까 싶다. 경력도 없고 믿을 만한 부분도 없었는데, 믿어주신 거니까…”

-순덕이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인데, 실제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았을 것 같다. 비슷한 지점이 있다면.
“나도 고등학교 입학하자마자 음악한다고 (부산에서) 일산으로 올라왔다. 집을 떠나 올라와서 음악하고 춤추고 노래하고 그랬다. 그런 지점은 닮아있는 것 같다. 그런데 순덕은 도망치다시피 나와서 음악을 했고 엄마의 반대도 있었다. 나는 반대 없이 응원과 지지 속에서 음악을 했다. 그런 지점은 다른 부분이다.”

-학교도 포기하고 음악을 하려는 딸을 지지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부모님이 정말 대단하다.
“맞다. 외동이기도 하지만 받을 사랑을 다 받았다. 사랑과 관심, 믿음으로 키워주셨다. 엄청 여유로운 형편이 아니었음에도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어떻게든 해주셨다. 그래서 내 길을 빨리 찾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또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사고 안 친 것도 부모님 덕이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을 수 있지 않나. 그런데 우리 부모님은 믿어주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라는 식의 교육 방식이었다. 무언의 믿음이 더 큰 울타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학교 자퇴한다고 했을 때도 ‘많이 생각한 거냐’고 물어보더니 바로 승낙하셨다. 그런데 나중에 들으니 엄마가 자퇴서에 도장을 찍으러 학교에 왔는데, 이래도 되나 싶고 너무 떨려서 학교 건너편 편의점에서 맥주 두 캔을 마셨다고 하더라. 내가 몰랐던 고민과 생각들이 있었더라. 그런 지점이 ‘초미의 관심사’에서 순덕을 연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영화 속 엄마도 강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하고, 엄마로서 다 헤쳐 나갈 수 있다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 엄마도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영화를 볼 때마다 우나보다.”  

치타가 솔직한 입담을 뽐냈다. /트리플픽쳐스
치타가 솔직한 입담을 뽐냈다. /트리플픽쳐스

-영화가 편견에 대해 이야기한다. 래퍼 치타를 향한 이미지나 편견에 대해 생각해 본 지점이 있다면.
“‘언프리티랩스타’ 때 지금보다 훨씬 짧은 머리, 엄청 진한 메이크업에 여러 가지 것들이 합쳐지면서 센 이미지가 됐다. 내가 의도한 것도 아니고 만든 이미지가 아니다. 그 안에서도 사실 많은 모습을 보여드렸다고 생각하는데, 대중이 센 이미지를 원했고 마음에 들어 하신 것 같다. 나도 내가 가진 모습 중 하나이니 조금 더 꺼내고 보여드리다 보니 굳혀진 것 같다. 그런데 그걸 꼭 깰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 새로운 걸 만들어나가고 치타로서 많은 걸 해보고 싶은 생각이다. 꼭 센 이미지만 있지 않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남연우 감독과 연인이다. 연인과 일을 하는 데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은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
“단점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크랭크인 하기 전부터 합의를 했다. ‘감독님은 감독님의 것을 하시고 나는 나의 것을 하겠다’고 했다. 사적인 감정은 티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미리 이야기를 했었다. 배우로서 감독을 믿고 따라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말은 그렇게 했고 티 안 내려 했지만, 다른 배우들과 촬영할 때 일하는 모습을 보면 멋있더라. 가서 구경하고 또 내 것을 준비하고 그랬다. 나한테는 참 좋은 추억이다.”

첫 연기 도전에도 안정적인 소화력을 보여준 치타. /트리플픽쳐스
첫 연기 도전에도 안정적인 소화력을 보여준 치타. /트리플픽쳐스

-어떻게 연인으로 발전하게 됐나.
“촬영 들어가기 전 준비 과정이 있지 않나. 그때 배우와 감독이 만나서 대화를 많이 하면서 생각을 나누는 게 좋다고 해서, 만나서 얘기를 많이 하고 그랬는데… 프로답지 못했다.(웃음) 스스로에게도 많이 말했다. ‘안 돼. 프로답지 못해!’ 처음 미팅 자리에서 이야기할 때부터였던 것 같다. 대화하면서 오는 매력이 컸다. 처음 남 감독이 굉장히 날카로운 눈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본인은 귀여운 눈이라고 하더라. 그때는 몰랐는데 계속 보다 보니 무슨 말인지 알겠고… 그렇다. 하하.”

-앞으로도 연기에 대한 계획이 있나.
“아직까지도 내가 연기한다는 게 민망하다. 시사회에서도 공포영화 보듯이 눈을 거의 감고 봤다. 그런데 또 다른 캐릭터나 작품들이 들어온다면 충분히 할 의향이 있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이 나를 유혹한다면 어떤 역할이든 해보고 싶다. 아직까지 재밌다. 뭘 몰라서 재밌는 거겠지만.(웃음) 전화도 디엠도 다 기다리고 있겠다.”

-‘초미의 관심사’는 래퍼 치타, 배우 김은영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나중에 돌아보면 엄청 중요한 부분이 돼있지 않을까. 영화 데뷔도 있을 테고 너무 좋은 스태프와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게다가 감독님이 남자친구다. 하하. 또 이 영화 안에서 내가 (랩이 아닌) 노래를 한다. 노래를 하고 싶었던 꿈이 드디어 이뤄진다. 그것도 내 생일날(25일)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공개가 된다. 지금 봐도 큰 의미가 있는데, 나중에 돌아봤을 때는 엄청난 사건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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