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왼쪽)과 정진영 감독이 영화 ‘사라진 시간’으로 뭉쳤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조진웅(왼쪽)과 정진영 감독이 영화 ‘사라진 시간’으로 뭉쳤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천재적인 내러티브에 홀렸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 조진웅의 이번 선택은 영화 ‘사라진 시간’(감독 정진영)이다. 신선한 설정과 예측할 수 없는 기묘한 사건을 몰입감 있게 담아내 조진웅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단다. 그리고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이 새로운 이야기는 연기 인생 33년 차 관록의 배우 정진영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형구(조진웅 분)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 정진영의 연출 데뷔작이자, 조진웅이 원톱 주연으로 나서 기대를 모은다.

정진영 감독은 스토리 원안부터 각본까지 직접 준비하며 심혈을 기울인 끝에 첫 연출작 ‘사라진 시간’을 세상에 선보이게 됐다. 21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사라진 시간’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정진영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떨리고 긴장된다”며 떨리는 소감을 전했다.

영화 ‘사라진 시간’으로 감독으로 데뷔하게 된 정진영.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사라진 시간’으로 감독으로 데뷔하게 된 정진영.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정진영 감독은 “쑥스럽긴 한데, 어릴 때부터 꿈이었다”며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연극을 하면서 배우가 됐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연출은 내 능력 밖의 일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4년 전부터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오랜 시간 연출자로서 꿈을 키워왔다고 털어놨다.

이어 “용기를 냈다는 생각이 든다”며 “창피한 이야기이지만, 만들었다가 망신을 당하면 어떻게 하지, 괜히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에 겁을 냈던 것 같다. 지금도 사실은 겁이 난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그런데 그렇게 겁만 내다가는 그냥 내 인생이 지나가버리겠구나 싶었다”며 “비난이나 비판은 감당해야 할 몫이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한번 해보자는 뻔뻔함을 갖게 됐다. 17세의 꿈을 57세에 이루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라진 시간’은 하루아침에 나의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신선한 설정과 형구가 이전의 삶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지 예측할 수 없는 기묘한 스토리로 새로운 장르적 쾌감과 색다른 재미를 전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또 삶이란 무엇인가 되돌아보게 만드는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을 통해 깊은 여운을 선사할 전망이다.

정진영 감독은 “사는 게 무엇인가,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그 생각을 시작으로 이 이야기를 떠올렸고, 하나둘씩 쌓아나갔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싶은 욕망이 있었고,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스토리를 끌고 가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며 “익숙한 내러티브하고는 다른 식으로 구성했다”며 색다른 재미를 예고, 기대를 높였다.

영화 ‘명량’ ‘암살’ ‘독전’ ‘완벽한 타인’ ‘블랙머니’ 등 장르와 캐릭터를 불문하고 수많은 흥행작을 탄생시켜온 연기파 배우 조진웅은 ‘사라진 시간’에서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중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충격적인 상황을 마주하게 된 형사 형구로 분한다.

‘사라진 시간’에서 생활밀착형 형사 캐릭터로 분하는 조진웅.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라진 시간’에서 생활밀착형 형사 캐릭터로 분하는 조진웅.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정진영 감독은 시나리오 구상을 시작할 때부터 조진웅을 염두에 두고 형구 캐릭터를 완성해나갔다. 조진웅의 액션이나 말투 등을 떠올리며 캐릭터를 구상했고, 초고를 탈고하자마자 조진웅에게 캐스팅 제안을 했다고. 조진웅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출연을 결심, 정진영 감독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조진웅은 “사실 선배의 제안이라 위압감이 있었다”고 농담을 건네 웃음을 자아냈다. 조진웅은 “작품에 상당히 미묘한 맛이 있었다”며 “굉장히 깊은 해저에서 보물이 나온 느낌이었다. 정진영 감독에게 정말 본인이 썼냐고 물어봤었다. 원작이 있는 거 아니냐고 계속 물어봤다. 천재적인 내러티브에 홀렸다”고 ‘사라진 시간’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영화 ‘독전’ ‘끝까지 간다’ 등과 드라마 ‘시그널’에 이어 또다시 형사 역을 맡게 된 그는 ‘사라진 시간’에서는 다른 결의 형사 캐릭터를 예고, 기대를 모았다. 조진웅은 “기존 형사 캐릭터들이 집요하거나 막무가내이거나 정의를 위해 직진하는 하나의 관통선이 있었다면, 형구는 생활 밀접형 형사로 다른 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진웅은 정진영 감독을 믿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깊게 생각하면 한없이 내려가야 할 것 같아서 오히려 단순하려고 노력했다”며 “상황의 공개를 그대로 맞닥뜨려서 표현하고자 했고, 감독이 에너지를 조율하는 것이 맞다 생각해서 믿고 갔다”고 이야기했다.

또 ‘감독’ 정진영과의 작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조진웅은 정진영 감독에 대해 “배우에서 감독으로 포지션만 달라졌을 뿐 작품을 대하는 본질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배우들, 특히 나에게는 귀감이 될 것 같다”며 “나도 만약 감독이 될 수 있다면 이렇게 할 것이라는 롤 모델을 제시한 거다. 예술가로서 가치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 하나의 힘이지 않을까 싶다. 많이 배웠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특히 배우의 심리를 잘 아는 것이 정진영 감독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언급했다. 조진웅은 “배우 출신 감독이라 내가 어디가 가려운지 안다”며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엄청 편하게 작업했다”고 이야기했다.  

감독으로 변신한 정진영.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감독으로 변신한 정진영.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정진영 감독도 조진웅의 열연에 감탄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정 감독은 조진웅에 대해 ‘척하면 척, 원테이크 신도 거뜬히 소화하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정 감독은 “극 중 형구가 술을 마시는 장면이 있는데, 상황은 단순하지만 형구의 심리가 묘사되는 장면”이라며 “시나리오 쓸 때부터 카메라 이동 없이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원래 계획했던 건 1분 30초였는데, 조진웅이 6분 넘게 연기를 하는 거다”라며 “카메라 움직임이나 앵글로 감정선을 고조시키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있는 그대로 저 배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을 했고, 찍자마자 무조건 길게 쓰겠다고 했다. 감탄한 장면이자 애정하는 장면”이라며 조진웅의 열연에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정진영 감독은 “늙다리 초보 감독의 작품에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다”며 “시나리오 작업할 때나 준비를 하고 촬영을 할 때 굉장히 행복했다. 하루에 평균 3시간 정도밖에 잠을 못 잤음에도 불구하고 보약을 먹은 것처럼 힘이 났다. 이야기를 쓸 때부터 자유로움과 색다름을 전달하고 싶었고,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자유롭게 작업했다. 안전한 상황에서 관객과 만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정진영 감독의 용기와 조진웅의 열정으로 완성된 ‘사라진 시간’은 오는 6월 18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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