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봄이 절로 떠오르는 설렘 가득한 로맨스 여자 주인공으로 자신의 입지를 또 한 번 굳혔다. 문가영이 MBC ‘그 남자의 기억법’을 통해 첫 로코(로맨스 코미디) 여주인공으로 활약, 아역배우가 아닌 성인배우로서 가치를 드러낸 것. ‘치열’했던 문가영의 과거가 빛나고 있다.

지난 13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은 과잉기억증후군으로 1년 365일을 모조리 기억하는 앵커 이정훈과 열정을 다해 사는 라이징 스타 여하진의 상처 극복 로맨스를 다룬 작품이다. 배우 김동욱이 이정훈 역을, 문가영이 여하진 역으로 분해 애틋하면서도 가슴 설레는 로맨스 케미를 선보이며 두터운 애청자 층을 확보했다.

특히 문가영은 극 초반부에는 통통 튀는 매력을 어필, 후반부로 갈수록 잊고 있던 과거 기억을 되찾아가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섬세한 감정으로 살려내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자신의 직업과 같은 캐릭터를 소화함에 있어서 본인의 실제 모습이 투영됐을 법도 할 터.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문가영은 “제 모습이 가장 많이 투영된 캐릭터”라며 여하진 역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 캐릭터와 실제 직업이 같았다. 연기하는 데 어땠나.
“아무래도 하고 있는 직업과 같다보니까 스타일링부터 해보고 싶었던 걸 마음껏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배우는 의사처럼 전문적인 직업이 아니다보니 어떤 색을 입히느냐에 따라 색깔이 달라질 수 있지 않나. 그런 것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 

초반에는 막연하게 하진이가 여자 팬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컸다. 꼭 어떤 색깔이 아니더라도, 밝고 긍정적이고 주체적인 캐릭터지 않나. 그러한 부분들이 잘 표현돼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 문가영의 실제 모습이 많이 투영됐나.
“현장이 편안하고 배려가 너무 넘쳤다. 그러다보니 어떤 애드리브와 모습을 보여줘도 받아주셨다. 특히나 여하경 역을 맡았던 슬기 언니와 너무 호흡이 좋았다. 애드리브도 정말 많았고, 그렇다보니 제 모습이 많이 나왔던 것 같다.

또 막연하게 많은 분들이 여자 배우 캐릭터라고 하면 몇 분들의 생각나는 캐릭터가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실까봐 어떤 차별점을 둘지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진 역이 저보다 나이가 많은 친구다보니 톤을 어른스럽게 해야하나 등 여러 생각을 하다 보니 원래 생각했던 하진이의 모습이 많이 변형되는 것 같더라. 그래서 최대한 많은 걸 참고하지 않았다. 제 모습이 가장 많이 투영된 캐릭터인 게 맞다.”

- ‘그 남자의 기억법’은 김동욱이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후 선보이는 첫 작품으로 관심을 많이 얻었다. 김동욱의 힘을 믿고 작품을 선택했나, 아님 작품의 힘을 보고 참여하게 됐나.
“나름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동욱 오빠가 참여하기 전에 캐스팅이 되어있었다.(웃음) 감사하게도 사실 이 작품은 운명처럼 만났던 작품이기도하고, (저 같은) 캐스팅이 흔한 게 아닌 걸 알고 있다. 보통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의 밸런스를 고려해서 결정하지 않나. 오현정 감독님과 이수현 감독님께 너무 감사한 부분 중 하나가 저를 처음 뵙고 예쁘게 봐주셔서 어떠한 고민 없이 저에게 함께 해달라고 손을 내밀어주신거다. 그래서 함께 남자주인공을 찾고 기다리고 있었다. 저는 이미, 오빠가 대상을 받았을 때 촬영을 시작했기 때문에 촬영 현장 스태프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오빠가 대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하진이를 선택했던 것은 정말 캐릭터와 작품성 하나로만 내린 결과다.”

- 김동욱과의 호흡은 어땠나.
“너무 좋았다. 오빠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좋았고 든든했다. 존경하는 오빠의 모습 중 하나는 같이 상의하면서 모든 장면들을 만들어갔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저는 오빠보다 한참 후배이기도 하고 많이 어리기도 한데 항상 제 의사를 물어봐주시고 존중해주면서 (작품을) 만들어줘서... 너무 좋아합니다. 애정합니다.하하.”

- 극중 잠깐 앵커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별히 준비한 부분이 있나.
“동욱 오빠한테 ‘왜 이리 어렵냐’고 했었다. 중간에 동욱 오빠한테 나름 레슨을 받았다. 동욱 오빠는 극중 직업자체가 앵커다 보니까 오랫동안 준비했었다. 저는 비록 작품 속에 작품을 준비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되게 어설퍼 보이고 싶지 않아서 유튜브랑 찾아보긴 했지만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제일 전문적으로 연습한 이정훈 앵커님에게 리허설 코치를 받았었다.”

- 여하진 계정의 SNS를 운영하기도 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첫 시놉시스에도 하진이가 SNS 스타이자, SNS로 구설수에 오르는 캐릭터로 잡혀있었다. 또 이전에 김혜수 선배님이 극중 캐릭터 계정으로 SNS를 운영하고 계셨다. 감독님이 봤을 때도 ‘직접 운영해보면 재밌겠다’고 사전에 말씀해주셔서 계획하고 있었다. 

사실 첫 방송 방영 전까지 많이 고민을 했다. 만들었는데 반응이 없으면 슬프지 않나. 만들까 말까 고민하다가, 조금이나마 보시는 분들에게 재미가 있고 도움이 되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만들었는데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분들이 몰입해주시고 함께 해주셨다. 그래서 아직 SNS 계정을 안 닫고 사진 몇 개 올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유일하게 받았던 사랑을 보답할 수 있는 매개체가 SNS라서 마치 하진이가 아직 살아있는 것처럼 생각날 때마다 못 올렸던 비하인드 컷을 올릴려고 하고 있다.”

- 김동욱과 여러 데이트 장면을 촬영했다. 기억에 남는 데이트 장소가 있나.
“되게 많다. 저희 밤에 피크닉 했던 장면도 야경이 정말 예쁜 곳이었다. 또 데이트 장면은 아니지만 서로 헤어지는 신이 기억에 남는다. 그때 조명이랑 철조망에 쪽지글이 붙어있던 게 소품팀이 손수 다 단거다. 3~4시간동안 아무것도 없는 철조망에 조명하고 소품들 달면서 예쁘게 헤어지는 장면이 연출된거라 오래 기억에 남는다”

- 배우들의 의견이 작품을 만들면서 많이 반영된 것 같다. 본인의 의사가 반영돼 만들어진 장면도 있나. 
“거의 모든 걸 상의하면서 만들었다. 그리고 슬기 언니와 호흡 맞춘 장면들은 반이 대사고 반이 애드리브다. 애드리브가 정~말 많았다. 슬기 언니와 (연기 한 것 중) 음식에 관한 건 사실 다 애드리브였다. 하경이가 음식을 못 먹게 하고 식단조절시키는 모습들이 애드리브를 통해 구축된 부분이다. 

또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초반 이정훈 앵커를 뉴스데스크에서 만났을 때 넥타이를 바꾸라고 하지 않나. 개인적으로 내가 봤을 때는 처음에 하고 있던 파란색 넥타이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애드리브를 한 게 ‘생각보다 별로네’였다. 사소한 거 하나하나인데, 그런 것들이 애드리브였다.” 

-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편이라고 알고 있다. 여하진 역을 연기한 것에 만족하나.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늘 아쉽다. 어떤 작품을 끝내고 ‘내가 잘해냈구나’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너무 아쉽기도 하고, 한 장면마다 이렇게 해볼 걸 생각한다. 작품이 끝나갈 때쯤 메모장에 늘 정리하는 습관이 있어서 해봤다. ‘이번엔 뭘 다르게 준비했나’ 생각해보니 그 전에는 치열하게 준비했던 것 같다. 똑같이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이전에는) 치열하게 날 빨리 입증시켜야하고 ‘치열’이라는 단어가 많았다면, 이번엔 ‘정성’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있지 않나. 정성스럽게 하진이라는 캐릭터를 만든 것 같다.”

- 이정훈 앵커처럼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있나.
“꿈같은 시간들이 있긴 하다. 독일에 있었을 때 시절들인데... 제 인생을 반으로 접어서 두 개로 나눌 수 있다면 그 기준인 것 같다. 독일에 있었을 때 생활과 한국에 있었을 때 생활이 정확하게 나뉘어있다. 한국에 오자마자 연기를 시작하다보니까... 독일에 있었을 때의 시간들이 꿈같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 차기작으로 만나고 싶은 작품이 있나.
“전에는 빨리 많은 작품을 하고 싶고,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는 제 나이에 맞는 기록을 남기는 게 좋더라. 25살의 문가영의 모습을 ‘그 남자의 기억법’을 통해 남긴 것처럼 말이다. 정반대인 장르를 꼭 해봐야지 보다도 같은 로코여도 어떤 배역으로, 어떻게 해내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나.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제 나이를 잘 담아낼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게 저의 소망 중 하나다.”

- ‘그 남자의 기억법’은 문가영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 것 같나.
“배우로서는 너무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을 정도로, 한걸음 저한테 조급해하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을 준 것 같다. 사랑을 많이 얻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좋은 의미로 되게 아린 작품이 된 것 같다. 아직도 가끔 센치할 때 생각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되게 아린 작품이 됐다.”

문가영은 2006년 영화 ‘스승의 은혜’로 데뷔했다. 당시 나이 11세다. 이후 문가영은 영화 ‘날아라 허동구’(2007) ‘궁녀’(2007) 등과 드라마 △‘마녀유희’(2007) △‘달콤한 인생’(2008) △‘자명고’(2009)  △‘명가’(2010) △‘나쁜 남자’(2010) △‘넌 내게 반했어’(2011) △‘후아유’(2013) 등 수십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키워왔다. “치열하게 날 빨리 입증시켜야했다”던 문가영의 한 마디가 격하게 와 닿는 대목이다.

‘치열하게’ 달려온 문가영은 2018년 MBC ‘위대한 유혹자’를 통해 첫 주연에 도전장을 내밀며 더 이상 아역배우가 아닌 성인배우로 성공적인 존재감을 드러냈고,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2’(2019) MBC ‘그 남자의 기억법’으로 어엿한 주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하진을 통해 ‘치열’ 대신 ‘정성’을 배웠다는 문가영. 그래서일까. 문가영은 지난해보다 한층 여유롭고도 밝은 모습으로 취재진에게 흐뭇함을 안겼다. 연기 경력 14년 차 문가영이 조급하지 않고 정성스럽게 그려나갈  추후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