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가 오는 8월까지 지유의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기로 했다. / 에프알엘코리아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가 오는 8월까지 지유의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기로 했다. / 에프알엘코리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SPA 브랜드의 대명사 유니클로로 국내 패션업계를 잠식해 온 에프알엘코리아의 기세가 꺾이고 있다. 지난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여파로 주력인 유니클로가 타격을 입은 가운데 ‘제 2의 유니클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자매 브랜드 지유(GU)가 2년도 안 돼 한국 시장에서 발을 빼게 됐다.

◇ 날개 펴진 못한 지유… “재진출 가능성 남아 있어”

‘자유’를 꿈꿨던 지유(일본어로 자유)가 조기 퇴장 수순을 밟게 됐다. 25일 지유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에 따르면 오는 8월을 전후로 지유의 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온라인스토어는 7월 말까지 운영된다.

에프알엘코리아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영향 및 이커머스를 포함한 비즈니스 구조 변화의 필요성 등 다양한 요인들을 반영했다”며 “향후 준비 기간을 거쳐 유니클로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일부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유는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2006년 론칭한 SPA 브랜드다. ‘990엔짜리 청바지’ 등 초저가 의류상품을 내세워 유니클로보다 두 배 빠른 성장률을 보이며 일본의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자신감을 밑천 삼아 2018년 9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1,400㎡(약 424평)규모로 문을 열며 야심차게 한국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지유는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지난해 중순 불거진 한일 무역갈등에서 비롯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불길처럼 번지면서 공격적인 영업 활동을 펼치지 못했다. 지금까지 경기도 용인시 롯데몰 수지점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단 두 곳에 출점하는 데 그쳤다. 아직 불매 운동의 불씨가 살아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팬데믹 사태까지 터지면서 2년도 안 돼 백기를 들게 됐다.

단 회사 측은 완전한 철수라는 해석에 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지유 관계자는 “본사 입장에서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다. 전략을 재정비한 후 오프라인 운영 재개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재진출 여지를 남겼다. 그러면서 “고용형태를 따지지 않고 60여명에 달하는 직원 모두와 거취에 관해 개인면담을 실시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에프알엘코리아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다시금 머리를 싸매게 됐다. 지유의 ‘복귀’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니클로가 고군분투해야 하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유니클로가 일본 불매의 핵심 타깃이 된 탓에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여전히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4일을 마지막으로 홈플러스 진접점이 문을 닫는 등 ‘보이콧 재팬’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주 오픈 예정인 광명점을 더하면 유니클로의 전국 점포수는 총 179개. 일본 불매 운동이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해 6월말(187개) 대비 역신장했다. 유니클로 점포수가 전년 대비 감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니클로는 지난 2005년 한국에 진출한 이래로 매년 점포수를 갱신해 왔다.

실제 에프알엘코리아의 경영 성과도 둔화됐다. 지난해 에프알엘코리아의 연매출(8월 결산법인)은 1조3,781억원으로 전년 대비 0.4% 성장하는 데 그쳤다. 불매 운동이 본격화 된 지난해 7월과 8월 실적이 결산에 포함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영업익과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각각 85%와 90%씩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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