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도극장’(감독 전지희)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명필름랩
영화 ‘국도극장’(감독 전지희)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명필름랩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지난해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돼 호평을 이끌어냈던 영화 ‘국도극장’(감독 전지희)이 이달 말 극장과 온라인(VOD)에서 동시 개봉한다. 사는 게 외롭고 힘든 청년 기태(이동휘 분)가 고향으로 내려가 뜻밖의 위로를 받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고단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당신은 지금, 괜찮은가요?” 만년 고시생 기태가 고향 벌교로 돌아왔다. 사법고시가 폐지돼 고시생이라는 서글픈 타이틀마저 이제는 쓸 수 없게 됐다. 유배지로 향하듯 돌아온 고향엔 그다지 반가운 사람도, 반겨주는 사람도 없다.

생계를 위해 낡은 재개봉 영화관 ‘국도극장’에서 일을 시작하는 기태. 간판장이 겸 극장 관리인 오씨(이한위 분)는 ‘급하시다 해서 잠깐 도와주러’ 왔다는 기태가 못마땅하다.

우연히 만나게 된 동창생이자 가수 지망생 영은(이상희 분)은 기태와 달리 24시간을 쪼개 쓰며 여러 일을 전전하고, 밤낮없이 술에 취해 있는 오씨는 기태의 말동무가 돼준다. 자식들을 위해 몸 아픈 것도 돌보지 않는 엄마(신신애 분)는 여전히 안쓰럽다. 기태는 왠지 이 사람들과, 다시 돌아온 고향이 싫지만은 않다.

‘국도극장’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 (왼쪽부터) 이동휘와 이상희. /명필름랩
‘국도극장’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 (왼쪽부터) 이동휘와 이상희. /명필름랩

‘국도극장’은 꿈을 좇아 서울로 향했지만,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기태가 국도극장에서 일하게 된 후 가족들과 겪는 갈등, 그리고 동창생 영은을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는 과정을 담담히 그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웃음을 찾아가는 기태의 모습으로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우리 주변에서 볼 법한 인물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낸 점이 좋다. 화려함 보단 공감을, 자극적 재미보단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며 관객의 마음을 저격한다.

공감의 힘이 크다. 꿈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기태와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로 향하는 영은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춘의 얼굴 그 자체로 공감을 자아낸다. 이들은 각자 다른 선택을 하지만, ‘포기’가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어디에 있든 잘 해내리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국도극장. /명필름랩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국도극장. /명필름랩

영화의 주 배경인 국도극장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은 단관극장만의 멋과 풍미를 담아내 눈길을 끈다. 극장 간판도 색다른 볼거리다. 특히 ‘흐르는 강물처럼’(1992)부터 ‘첨밀밀’(1996) ‘박하사탕’(1999) ‘영웅본색’(1987)까지 기태의 처지를 위로하는 듯한 포스터가 극에 재미를 더한다.  

배우들은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호연을 펼친다. 먼저 이동휘는 상처뿐인 서울 생활을 뒤로하고 초라하게 고향으로 돌아온 만년 고시생 기태로 분해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극을 이끈다. 기태의 초등학교 동창 영은 역을 맡은 이상희도 좋다.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청년의 얼굴부터 기태를 향한 미묘한 감정까지 섬세하게 표현한다.

호연을 펼친 (왼쪽부터) 이한위와 이동희, 신신애 스틸컷. /명필름랩
호연을 펼친 (왼쪽부터) 이한위와 이동희, 신신애 스틸컷. /명필름랩

이한위와 신신애도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다. 국도극장의 간판장이 오씨를 연기한 이한위는 진지함과 코믹함을 자유자재로 오간다. 기태와 티격태격하며 웃음을 선사하다가도, 극장에서 혼자 생활하는 간판장이의 쓸쓸함을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소화해 마음을 흔든다. 신신애도 첫째를 편애하면서도 둘째인 기태에게 안쓰러운 애정을 갖고 있는 어머니의 감정선을 고스란히 전달해 뭉클함을 안긴다.

‘국도극장’은 개봉 버전에 더해 감독판까지 2개 버전으로 극장 개봉된다. 온라인에서도 개봉 버전에 이어 감독판이 추가로 공개될 예정이다. ‘국도극장’의 매력을 더 깊이 느끼고 싶다면, 감독판을 추천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