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과정에서 재정 운용 방향을 ‘확장 기조’로 할 것을 분명히 했다. 이에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선(先) 위기극복, 후(後) 건전성 회복’이라는 원칙을 제시하며 ‘확장 재정’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는 매년 예산 편성에 앞서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 전원이 모여 예산 운용 방향을 논의하는 재정 분야 최고위급 의사결정 회의체다. 

매년 열리는 회의지만 이번 회의는 코로나19 경제 위기 상황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를 달리한다. 코로나19로 지난해 계획한 재정 운용 계획이 전면 수정되면서, 이번 회의 의제는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 방향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재정은 국가 정책을 실현하는 직접적인 수단”이라며 “지금은 ‘누구를 위한 재정이며 무엇을 향한 재정인가’라는 질문이 더욱 절박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야말로 경제 전시상황”이라며 “전시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정부의 재정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불을 끌 때도 조기에, 초기에 충분한 물을 부어야 빠른 진화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IMF가 지금 과감한 재정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며 전 세계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확장 재정 기조에 당위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이어 “고용·수출 등 실물경제의 위축이 본격화하고 있어 더 과감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1,2차 추경을 뛰어넘는 3차 추경안을 신속하게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또한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으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는 적극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재정 당국도 그 점을 충분히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의 심각한 위기 국면에서는 충분한 재정 투입을 통해 빠르게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여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는, 좀 더 긴 호흡의 재정 투자 선순환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것이 길게 볼 때 오히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의 악화를 막는 길”이라고 했다.

현재 국가채무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건전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고,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해도 감내할 수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이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앞서 열린 비상경제회의에서 소상공인, 고용 취약계층, 피해업종 기간산업 등에 250조원 규모의 재정 투입을 결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 우리의 국가채무비율은 2차 추경까지 포함해서 41% 수준”이라며 “3차 추경까지 하더라도 110%에 달하는 OECD 평균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당청의 입장과는 달리,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특히 긴급재난지원급 지급 대상을 놓고도 ‘모든 가구에 지급해야 한다’는 여당에 맞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분야에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맞서기도 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여전히 위기 극복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일각에서 나오는 ‘재정건전성에 얽매여 재정 투입 시기를 놓칠 경우,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워진다’는 주장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현재 고용·수출 등 실물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재정투입을 통해 연착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 20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확장 재정의 필요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위기 극복과 경제 도약을 위한 재정운용방향’을 주제로 발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건전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던 종전의 모습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 특히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위기의 조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선제 대응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한편, 재정수지국가채무 등 중장기적 재정건전성에 대한 관리 방향을 설명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3차 추경안과 관련해선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위기기업과 국민의 일자리를 지키며 경제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과감한 지원이 담겨야 할 것”이라며 “재정이 경제충격의 파고를 막는 방파제, 경제회복을 앞당기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재정이 당면한 경제 위기의 치료제이면서 포스트 코로나 이후 경제체질과 면역을 강화하는 백신 역할까지 해야 한다”며 “추경의 효과는 속도와 타이밍에 달려있는 만큼 새 국회에서 3차 추경안이 6월 중 처리될 수 있도록 잘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의 서면브리핑에 따르면 당정청은 토론을 통해 ‘전례없는 경제 전시상황’을 맞아 위기극복을 위해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견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강 대변인은 이에 대해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재정확대로 경제의 추가하락을 방지하고, 성장을 견인함으로써 세입기반을 확충하고 재정건전성 회복을 도모해 선순환 기반을 구축한다는 큰 방향에 당정청이 공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당정청은 중장기적 재정건전성 관리를 위해 재정의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한정된 재원을 ‘혁신적 포용국가’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아울러 탈루소득 과세강화와 국유재산 관리 효율화 등을 통해 총수입 증대 노력도 병행키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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