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판매 대수 하락을 겪고 있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판매 대수 하락을 겪고 있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일본차 브랜드의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일부 브랜드는 영업망을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언제쯤 판매량이 회복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 ‘보이콧 재팬’ 촉발 후 연일 하락세

일본차 브랜드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지난해 7월 한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 및 무역 분쟁이 한국인들 사이에 ‘반일 감정’을 고조시켰으며 이는 일본 브랜드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국민들의 ‘반일 감정’ 고조는 결국 일본 브랜드 불매 운동이라는 ‘보이콧 재팬’으로까지 이어졌고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차 브랜드들은 각기 다른 전략으로 생존법을 모색하고 있다.

2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4월 수입 승용차 등록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수입차 시장 누적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0.3% 늘어났다. 겉보기에는 크게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쉐보레가 지난해 말 수입차로 등록한 데 따른 결과다.

지난해 쉐보레가 없었던 것을 감안해 쉐보레 판매량을 제외할 시 올해 4월까지 누적 수입차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25% 정도 증가했다. 판매 대수 증가를 견인한 자동차 브랜드는 대부분이 독일 브랜드며, 일부분을 볼보와 미니가 기여했다.

일본차 브랜드인 △토요타·렉서스 △혼다 △닛산·인피티니 등 5개 브랜드의 올해 1∼4월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모두 반토막 수준으로 감소했다. 일본차 브랜드들의 올해 4월까지 누적 판매 대수는 총 5,636대다.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로 따지면 총 7.26%로, 전년 동기간 판매 대수 1만5,121대(점유율 21.49%) 대비 62.72% 떨어졌다.

차량 판매 대수가 줄어든 만큼 영업망을 축소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한다.

닛산과 인피니티는 현재 전국에 차량 전시장을 각각 8곳을 운영 중이다. 이 중 일산에 위치한 프리미어오토모빌 1곳은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를 함께 운영하는 대리점이다. 지난해 약 20여곳에 달하던 한국닛산(인피니티 포함)의 영업망에 비해 소폭 축소된 모습이다. 한국닛산 측의 대리점 축소 움직임은 판매량 감소 지속에 따른 유동적인 대처로 보인다.   

서비스센터는 닛산과 인피니티를 함께 관리하는 11곳과, 닛산만을 정비하는 센터 3곳, 인피니티 정비센터가 2곳 등 총 16곳을 운영 중이다. 

그나마 닛산은 다른 일본차 브랜드에 비해 타격이 덜한 편이다. 일본차 브랜드의 지난 4월까지 올해 누적 판매 대수 감소율은 △토요타 -54.9% △렉서스 –67.1% △혼다 -68.6%였으나, 닛산은 –41.3%를 기록했다.

◇ 대리점 줄이고 신차 도입 전무… 상황 예의주시 

반면 토요타·렉서스는 한국닛산과 반대로 올해 중으로 총 3곳의 서비스센터를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한 곳은 광주 서비스센터로 이미 지난 3월에 오픈했다. 향후 수요 회복을 염두에 두고 자사 차량을 이용하는 오너들과의 접점을 늘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머지 2곳을 추가로 오픈할 시 토요타·렉서스의 토탈 서비스망은 54개로 늘어난다.

또한 토요타는 지난 1월, 17년 만에 새롭게 출시된 수프라를 국내에 30대 한정판으로 선보였으며, 이어 2월에는 캠리의 고성능 버전인 ‘캠리 스포츠 에디션 XSE’를 200대 한정으로 들여왔다. 지난 3월에는 프리우스 C 크로스오버와 2020년형 프리우스 전륜구동(2WD)·4륜구동(AWD) 모델을 출시했다. 한국 시장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혼다는 어려운 시기지만,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리점이나 서비스센터 등 외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혼다는 모터사이클(오토바이) 사업 부문도 영위하면서 투트랙 전략을 구사, 수익성 개선을 노리는 점이 타 일본차 브랜드와 차이점이다.

이와 함께 일본차 브랜드들은 고객감사프로모션이나 매월 프로모션을 변경하면서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만, 올해 내 추가로 신차를 도입할 계획은 아직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까지는 현재 라인업만으로 타 수입차 브랜드들과 경쟁을 이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차는 하이브리드 기술이 타 브랜드에 비해 강점으로 꼽히는데 이를 원하는 소비자는 존재한다”며 “또 한국의 수입차 시장이 매년 커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일본차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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