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법사위 자구심사 권한 폐지해야”… 주호영, ‘특임장관·특별감찰관 임명’ 촉구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운데),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28일 청와대에서 156분간 오찬회동을 가졌다. 예정됐던 90분보다 66분 초과된 긴 회동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1분부터 오후 2시 37분까지 청와대에서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오찬 회동을 가졌다. 낮 12시 1분에 만나 오후 2시 3분까지는 오찬을, 이어 2시 37분까지는 경내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눴다.

현 정부 들어 여야 원내대표를 청와대에서 만난 것은 이번에 네 번째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2017년 5월 19일 5당 원내대표와 만났으며, 2018년 8월 16일에도 5당 원내대표를 만나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마련에 합의했다. 첫 협의체 회의는 2018년 11월 5일에 이뤄졌다. 

이후 정국이 경색되면서 여야 원내대표가 청와대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줄었지만, 이번에 21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국정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여야 원내대표를 초대했다. 종전에는 5개 정당 원내대표들을 만났지만, 이번에는 거대 양당 원내대표로 참석자가 제한된 점을 감안하면 이번 회동은 국정 전반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찬은 과거 각 당 대변인이 동석했던 것과 달리, 문 대통령과 두 원내대표를 제외하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만 배석했다. 모두발언도 없었다. 또 이날 문 대통령과 양당 원내대표 모두 ‘노타이’ 차림으로 만났다. 격의 없이 대화를 하겠다는 상징적 의미로 읽혀진다. 

실제로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고, 문 대통령이 주 원내대표에게 “주 원내대표와는 국회의원 시절 국방위원회 동기였는데 합리적인 면을 많이 봤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청와대

회동 후 주 원내대표는 결과 브리핑을 통해 ”과거 특임장관 예산이 100억원 정도 였는데 정부 제출 법안을 관리하니 국회 통과율이 4배나 높아져 상당히 효율적“이라며 ”문 대통령은 청와대 정무수석과 정무장관을 같은 사람으로 아셨다고 했고, 야당으로선 동료의원이 정무장관을 맡아 이야기하는 게 정무수석을 만나는 것보다 편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민석 대변인도 회동 결과 브리핑에서 이에 대해 설명하면서 “주 원내대표가 정무장관 신설을 건의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배석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의논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정무수석은 여당, 정무장관은 야당과 주로 소통해왔다.

김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권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고, 주 원내대표는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두 원내대표 간 논쟁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내대표는 회동 결과 브리핑에서 “주 원내대표는 (체계·자구심사권한이) 필요하다고 주장을 했고, 저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1951년도에 (체계자구심사권한이) 강제조항이 됐는데, 그때는 법조인이 국회에 많이 들어오지 않았을 때고 몇 안되는 법조인이 법사위에 소속돼 있었기 때문에 체계자구심사를 법사위가 하도록 한 것”이라며 “지금은 의원 6명 중 1명이 법조인이고 어느 상임위나 잘 포진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 원내대표는 법사위에서 체계자구를 거둔 것이 58%라고 했고, 20대 국회에서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이 법사위에서 체계자구심사를 이유로 폐기된 법이 56개가 된다고 제가 말씀을 드렸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대표와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양당 원내대표 초청 오찬에 들어가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대표와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양당 원내대표 초청 오찬에 들어가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국회의 정상적인 개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원활한 출범과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의 협조를 부탁했다.

문 대통령은 “협치의 쉬운 길은 대통령과 여야가 자주 만나는 것”이라면서 “아무런 격식 없이 만나는 게 좋은 첫 단추”라며 “앞으로 정기적으로 만나 현안이 있으면 얘기하고, 현안이 없더라도 만나 정국을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가 법에 정해진 날짜에 정상적인 방식으로 개원을 못 해왔다”면서 “시작이 반이라고 두 분이 역량을 잘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국면 타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코로나 위기 극복 후에는 미래를 향한 경쟁이 될 것”이라며 “누가 더 협치와 통합을 위해 열려있는지 국민이 합리적으로 보실 것”이라고 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3차 추경안과 고용 관련 법안의 신속한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통합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했다.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7월 출범이 차질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여야 간 타협점을 못 찾은 문제들은 이제 한 페이지를 넘겼으면 좋겠다”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야당 일각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부정하는 등 서로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 있었던 데 대한 언급”이라고 부연했다.

식사 이후 이어진 산책에서는 김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을 향해 “오늘 우리들을 위해 일정을 많이 비우셨다”고 말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김 원내대표를 바라보며 “국회가 제 때 열리고, 법안이 제 때 처리되면 제가 업어드릴게요”라는 농담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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