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건립을 추진 중인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일대 호텔 부지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부지. / 시사위크DB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자금 조달이 시급한 대한항공이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대한항공의 유휴자산인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서울시가 헐값에 사들이려는 속내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밝히며 관련 보도가 쏟아지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표출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월 6일, 현재 보유 중인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겠다고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후 약 두 달이 흐른 뒤인 4월 2일, 한 매체에서 ‘대한항공이 내놓은 노른자 땅, 헐값에 사려는 서울市’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됐다.

이에 서울시는 다음날 즉각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이로써 송현동 부지에 대한 헐값 매입 논란은 마무리되는가 싶었으나, 동일한 내용의 보도가 28일 재점화 됐다.

◇ 서울시, 송현동 부지 문화공원 지정 움직임… 개발 불허 입장 완강

대한항공 소유의 송현동 토지는 경복궁 동쪽에 위치한 3만6,642㎡ 면적의 부지다. 현재 송현동 부지의 시장 가격은 최소 5,000억~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서울시는 지난 27일, 이 땅을 올해 안에 문화공원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결정안 자문을 상정했다.

현재 해당 부지는 1종 일반 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으나, 서울시 계획대로 일이 진행될 시 다음 달 열람공고 등 절차를 거쳐 올해 안에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부지 매각가격은 시장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서울시가 개발을 불허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제3자가 개발을 목적으로 한 부지 매입도 어렵게 된다.

이러한 움직임에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를 2,000억원 수준에 매입하려는 초석을 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일 경우 대한항공의 자구 계획에도 직접적인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28일 “(송현동 부지 매수자는) 정해진 게 없다”며 “안 팔리면 가지고 있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이 부지를 ‘헐값’에는 팔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고히 한 셈이다.

◇ 서울시 “‘2,000억원’ 출처 몰라, 우리도 난감… 누군가의 언론플레이 추측”

논란이 가열되자 서울시는 29일 오후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서울시의 해명자료에 따르면 토지감정평가는 2인 이상의 감정평가업자에 의뢰하며, 해당토지의 공시지가와 주변시세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적정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서울시는 대한항공 측으로는 공정한 감정평가를 통해 적정한 가격에 매입할 계획임을 전달했고, 예산편성을 위한 사전절차 추진 중으로 부지매입비 예산을 책정한 바 없음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토지보상법과 관련해서도 설명을 덧붙였다. 서울시는 “토지보상법에 따라 보상액을 산정할 경우, 해당 공익사업으로 인한 토지의 가격 변동은 고려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때문에 매입가격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는 공원 결정 이전의 토지가치를 평가해 가격을 책정하고, 따라서 공원부지로 지정해서 헐값에 사들인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송현동 부지 매입, 공원화 등을 관리하는 서울시 공공개발기획단 관계자 A씨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추가적인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공공개발기획단 관계자 A씨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서울시가 해당 부지를 2,000억원에 사들이려고 한다는 말의 출처를 알 수 없다”며 “서울시는 2,000억원이라는 금액을 단 한 번도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난 4월에 이어 이번에도 지속적으로 악의적인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면 대한항공 측이나 다른 누군가 일부러 내용을 흘리면서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추측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A씨는 대한항공 소유의 송현동 부지에 대해 1997년부터 개발이 제한된 토지로, 지금도 민간에서 개발할 수 없도록 묶여있는 점을 꼬집었다.

A씨는 “송현동 부지는 과거부터 1종 일반 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주거용도로만 개발이 가능하며, 개발을 하더라도 3층 이상 건물은 지을 수 없다”며 “이는 경복궁이 인근에 위치해 문화재 보호구역 건축제한에 저촉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도 지난해 4월 작고한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시절, 송현동 부지에 7성급 한옥 호텔 건립을 수차례 추진했으나, 규제에 발이 묶여 호텔 건립은 여태까지 행해지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이를 두고 “대한항공은 결국 20년 넘게 개발을 못한 이 땅을 지금 와서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다른 기업에 팔겠다고 나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측은 서울시의 입장에 반박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송현동 부지를 서울시에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가 전혀 없으며, 현재 공개입찰을 통해 매각 대상을 물색 중이다”며 “또 송현동 부지를 서울시가 2,000억원에 사려고 한다, 우리는 5,000억원 이상을 생각한다 등 이러한 말을 우리는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가 대한항공 측에 최초 부지 매입 의사를 밝힌 것은 지난해 8월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당시 수차례 협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매입의사를 대한항공 측으로 전달했으며, 이에 대한항공에서는 부지매각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어 협의가 곤란하다고 답변해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올해 2월 대한항공이 송현동 토지 매각 주관사 선정 등 공개 매각 절차에 들어감에 따라 서울시가 3월에 공문으로 부지매입 및 공원화 추진의사를 재차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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