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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프랑스여자’부터 ‘결백’까지… 극장가 ‘여풍’은 계속된다
2020. 06. 01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여성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왼쪽부터)‘프랑스여자’ ‘야구소녀’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싸이더스
여성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왼쪽부터)‘프랑스여자’ ‘야구소녀’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싸이더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극장가에 여풍(女風)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여성 서사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이 작품성과 흥행력을 입증하며 극장가를 장악한 가운데, 올해도 기분 좋은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최근 한국 영화계에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것은 여성 서사다. 김보라 감독의 ‘벌새’(2019)는 해외 영화제의 잇따른 초청과 수상으로 개봉 전부터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고, 가장 보편적인 10대 소녀의 찬란한 성장기를 통해 1994년, 한 시대의 초상을 담아내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2018)는 위스키와 담배를 즐기는 순수한 영혼이라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내세워 포기할 것 투성인 현실을 살아가는 20대 여성의 청춘을 유쾌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내 관객의 공감을 샀다. 김도영 감독의 ‘82년생 김지영’(2019)도 빼놓을 수 없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82년생 김지영’은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동료이자 엄마로 살아가는 30대 여성의 삶을 현실적으로 풀어내 360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올해도 여성 서사를 다룬 작품들이 대거 관객과 만난다. 먼저 오는 4일 개봉하는 영화 ‘프랑스여자’(감독 김희정)는 40대 여성의 특별한 여정을 그린다. 20년 전 배우의 꿈을 안고 프랑스 파리로 떠난 미라(김호정 분)가 옛 친구들과 재회한 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특별한 여행을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프랑스여자’를 연출한 김희정 감독(왼쪽)과 배우 김호정. /롯데엔터테인먼트
‘프랑스여자’를 연출한 김희정 감독(왼쪽)과 배우 김호정. /롯데엔터테인먼트

한국영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중년 여성을 전면에 내세워 이목을 끈다. ‘열세살, 수아’(2007), ‘설행_눈길을 걷다’(2015) 등을 연출한 김희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예술가의 꿈을 접고 일상인과 예술인의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의 쓸쓸함과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이방인의 고독을 40대 후반 여성의 삶을 통해 완성도 높게 그려낼 전망이다.

여기에 연기 인생 30년 차 베테랑 배우 김호정이 프랑스 국적의 한국여자 미라의 불안과 혼란의 감정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 극에 깊이를 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영화 ‘야구소녀’(감독 최윤태)도 ‘벌새’를 이을 여성성장 영화로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야구소녀’는 고교 야구팀의 유일한 여자이자 시속 130km 강속구로 ‘천재 야구소녀’라는 별명을 지닌 주수인(이주영 분)이 졸업을 앞두고 프로를 향한 도전과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여성 성장 드라마다.

지난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뒤, 여자라는 이유로 기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함에도 꿈을 향해 달려가는 주수인의 이야기로 공감을 자아내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세상의 편견과 유리천장을 깨부수기 위해 꿋꿋이 달려나가는 주체적인 여성캐릭터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JTBC ‘이태원 클라쓰’로 주목 받은 배우 이주영이 주인공 주수인으로 분한다. 오는 18일 개봉한다.

배우 조민수(왼쪽)과 김은영이 주연으로 활약한 ‘초미의 관심사’ /트리플픽쳐스
배우 조민수(왼쪽)과 김은영이 주연으로 활약한 ‘초미의 관심사’ /트리플픽쳐스

앞서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초미의 관심사’(감독 남연우)는 모녀의 이야기인 동시에 두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선 일종의 버디 무비다. 돈을 들고 튄 막내를 쫓기 위해 단 하루 손잡은 극과 극 모녀의 추격전을 담았다.

‘초미의 관심사’는 개성 강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완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조민수가 연기한 엄마와 래퍼 치타에서 배우로 변신한 김은영이 분한 순덕은 사회의 편견과 주변의 차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행복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인물로 웃음과 감동, 공감을 선사하며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여성 서사는 아니지만, 여배우들이 엔딩 크레디트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영화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송지효‧김무열 주연의 영화 ‘침입자’(감독 손원평)와 신혜선‧배종옥‧허준호가 활약한 ‘결백’(감독 박상현)이 그 주인공.

먼저 오는 4일 개봉하는 ‘침입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업 영화로는 처음 관객과 만나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 실종됐던 동생 유진(송지효 분)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조금씩 변해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 서진(김무열 분)이 동생의 비밀을 쫓다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베스트셀러 ‘아몬드’ 작가로 유명한 손원평의 첫 상업영화 장편 연출작으로, 배우 송지효가 엔딩 크레디트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송지효는 동생 유진으로 분해 그동안 보여줬던 밝고 유쾌한 이미지를 벗고, 섬뜩한 면모로 색다른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여배우가 엔딩 크레디트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침입자’(왼쪽)와 ‘결백’.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키다리이엔티 ​
​여배우가 엔딩 크레디트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침입자’(왼쪽)와 ‘결백’.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키다리이엔티 ​

‘결백’도 두 여성이 주요 서사를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막걸리 농약 살인사건, 기억을 잃은 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엄마 화자(배종옥 분)의 결백을 밝히려는 변호사 정인(신혜선 분)이 추사장(허준호 분)과 마을 사람들이 숨기려 한 추악한 진실을 파헤쳐 가는 무죄 입증 추적극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추적극들이 남성 위주의 캐릭터와 배우들로 이뤄졌다면, ‘결백’은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 엄마의 결백을 증명하려는 캐릭터를 여성 변호사로 설정, 여성 중심의 추적극으로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할 전망이다. 스크린 첫 주연을 맡은 배우 신혜선과 36년 차 관록의 배우 배종옥이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예고, 기대를 더한다. 오는 11일 개봉한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최근 여성 서사를 다룬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더 다양하고 많은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어 영화계가 안팎으로 힘든 상황인데,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을 내세운 이 작품들이 극장가에 단비를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