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김태년(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5월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김태년(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1일 제21대 국회 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원 구성 협상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야가 한 치 양보 없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제21대 국회 역시 개원 법정시한 초과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압도적 과반 의석(177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직 독식을 주장하는 가운데 통합당(103석)은 정부여당 견제를 위해 법제사법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원장직을 확보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양당의 원 구성 협상은 지난달부터 일찌감치 물꼬를 텄지만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지난 금요일(5월 29일) 양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넷이 원 구성을 협상했다”며 “우리는 의원 비율에 따라 18개 상임위원회를 11대 7 비율로 나눠서 해야 한다고 했고, 민주당에서 강한 반박이 없어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와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달 29일 모처에서 회동해 원 구성을 협상 논의를 진행했지만 사실상 이견만 확인하고 돌아섰다.

주 원내대표에 따르면, 당시 통합당은 국회 관례대로 법사위와 예결위를 야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기존과 다르다”는 주장을 펼치며 통합당 요구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표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통합당에 개원 법정시한으로 규정된 5일을 지키라고 요구했고, 원 구성 합의가 불발될 경우 일방적으로 개원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민주당은 국회 소집 기준인 과반 의석(151석)을 훌쩍 넘긴 상태여서 자체 개원이 가능하다. 또 민주당 단독으로 국회의장을 선출할 수 있다. 국회의장은 무기명 재적 과반의 득표로 선출된다.

또 국회법은 임기 시작일 이후 7일째 되는 날 첫 본회의를 열고 국회의장단을 선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제21대 국회는 지난 5월 30일 임기를 시작했다. 7일째 되는 날은 이달 5일이다. 상임위원장은 첫 본회의 이후 3일 이내(8일까지) 선출해야 한다.

이와 관련, 김태년 원내대표는 내일(2일) 임시회 소집요구서 제출을 거론하며 통합당 압박에 나섰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을 지키지 않는 국회가 재현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통합당이 ‘정부여당 견제’를 근거로 상임위 지분을 요구하는 데 대해 “국회가 일하지 않으면서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야당이 견제란 이름으로 반대만 외치는 과거 모습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양당의 대립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면서 제21대 국회도 개원 법정시한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은 제13대 국회부터 제20대 국회까지 법정시한을 평균 41.4일 넘겨왔다. 특히 제14대 때는 무려 125일을 넘겼으며, 제17대는 36일, 제18대는 88일, 제19대는 40일, 지난 제20대 국회는 14일이 걸렸다.

여야 원 구성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주 이유로 평가되는 민주당의 ‘상임위 싹쓸이’ 주장에 대해 비판이 제기된다. 권력이 집중된 정부와 거대여당에 대한 야당의 견제를 기존 국회 관례를 어기면서까지 불식시키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일단 관례를 잘 지키면 된다. 특히 법사위원장은 제17대 국회부터 야당이 맡아왔는데 여당이 관례를 깨려고 하니 그런 것 아닌가”라며 “민주적 수단인 다수결과, 소수 의견을 반영하는 민주적 가치를 혼동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대한민국은 대통령제인 만큼 야당이 정부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여당이 177석을 차지한 만큼 야당의 견제를 받아야 한다는 민주적 가치에 입각해 생각해야 한다”며 “여당이 수로 밀어붙이려고만 한다면 민주적 가치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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