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금태섭(왼)‧김해영(오) 전 의원/사진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왼)‧김해영(오) 전 의원/사진 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177석'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 이제 소신 행보를 하는 ‘제2의 금태섭‧김해영’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일까.

20대 국회에서 ‘조국 사태’ 등과 관련해 비판 목소리를 냈던 초선 ‘소신파’ 가운데 21대 국회 재입성에 성공한 사람은 박용진(서울 강북구을), 조응천(경기 남양주시갑) 의원 정도다. 금태섭 전 의원은 서울 강서구갑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고, 김해영 전 의원은 부산 연제구에서 낙선했다.

반면 청와대와 문재인 정부 공직자 출신, 이해찬 대표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주도로 영입된 친문 성향의 인사들은 4‧15총선을 통해 대거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이제 범친문계 의원만 100여명에 육박해 민주당 안에서 더 이상 친문과 비문으로 나누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 ‘친문 주류’와는 다른 소신 행보를 하기 더욱 더 어려워지면서 ‘소신파’의 활약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 없이 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면 조용하게 갈 수 있지만 당의 역동성과 다양성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소신파’ 부재는 당의 자정 기능을 떨어뜨려 민심과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살게 만들고 중도로의 확장성도 차단할 수 있다. 최근 ‘윤미향 사태’를 거치면서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되는 모습이다.

‘윤미향 사태’에서 사퇴론 등 비판적 발언을 했던 인사는 불출마와 낙선으로 21대 국회에 들어오지 않은 강창일‧김영춘‧김해영 전 의원 정도였다.

강창일 전 의원은 지난달 2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윤미향 의원에 대해 “재판이 시작되면 벌금이 나올지, 감옥에 가야 할지 모른다”면서 “법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도 있을 수 있고,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춘 전 의원은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기 이전인 지난달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본인도 일부 문제들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당선인 신분에서 사퇴하고 원래의 운동가로 돌아가 백의종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라며 당 내에서 처음으로 ‘윤미향 사퇴론’을 제기했다.

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김해영 전 의원은 ‘윤미향 사수’ 의지를 천명한 지도부 사이에서 홀로 외롭게 소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당 차원의 신속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던 김 전 의원은 지난 1일 윤미향 의원의 해명 기자회견에 대해 “아쉽게도 기자회견이 윤 의원에게 제기된 의혹을 해소되기에는 충분치 않았다”며 “최소한 윤 의원의 개인계좌로 받은 후원금의 지출내역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공직을 하고자 하는 사람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었나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4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경우에 따라서는 99명이 ‘네’라고 하더라도 잘못된 일에는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주류에 편승하기 위해 침묵만 할 것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자들은 더 강하게 견제하고 사회적 약자들은 더 낮은 자세로 섬기는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21대 의원 중에는 박용진 의원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시 각종 의혹에도 침묵하고 있던 윤 의원을 향해 “침묵 모드로만 있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발언한 정도고 이외 당 내 소신 발언은 거의 전무하다. 오히려 정청래, 이수진 등 일부 의원들은 윤 의원의 해명 기자회견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기부금 유용 의혹 등의 규명에 크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음에도 그를 위로, 격려 방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해찬 대표는 ‘윤미향 사퇴론’이 제기되자 “각자 개별적으로 의견들을 분출하지 마라”며 함구령까지 내렸다. 민주당이 ‘소신파’의 출현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는 것은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한 징계 문제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일부 당원이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 요구서를 제출하자 지난달 25일 경고 처분을 결정했으며 28일 금 전 의원에게 이를 통보했다. 일부 당원은 올해 초 금 전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당론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에 기권한 것은 해당 행위라며 징계 요구서를 당에 제출한 바 있다.

이에 금 전 의원 측은 언론을 통해 “국회의원의 표결 행위를 가지고 징계하는 행위 자체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재심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 전 의원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당시 “언행 불일치”라며 비판 목소리를 냈고, 지난해 12월 공수처 법안에 기권표를 던지면서 강성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일부 지지자들은 금 전 의원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기도 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강서갑 경선에서 친문 성향의 정치 신인인 강선우 의원에게 패했다. 경선 패배는 금 전 의원에게 거부감을 갖고 있는 친문 지지자들이 강 의원을 밀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조응천 의원은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금 전 의원은 이미 경선에서 탈락해 낙천하는 어마어마한 정치적 책임을 졌다. 더 어떻게 벌할 수 있나”라며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이 소신대로 판단한 것을 갖고 징계를 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분위기는 개별 의원이 소신과 양심에 따라 의정활동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금태섭 징계는 당 내 윤미향 비판하는 사람은 금태섭 꼴 된다는 협박이기도 하다”며 “이용수 할머니 모독하고 금태섭을 징계하는 민주당의 행태는 점점 괴물을 닮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윤미향 사건이 터졌을 때 이해찬 대표가 침묵하라고 하니 모두 다 찍소리 못하고 있다”며 “강창일, 김영춘 정도 얘기하지 21대 국회의원 중에는 윤미향 의원 관련해서 얘기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 한사람이 소신과 양심에 따라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안돼 있다”며 “이제는 지도부가 공천에 개입할 수 없게 돼있다. 공천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초재선 의원들이 소신과 양심에 따라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 각성하고 깨우치고 쟁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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