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원전 4호기가 예방정비를 마치고 21일 발전을 재개했다.
원자력발전보다 태양광발전이 더 저렴하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일고 있다. 한울원전 4호기.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에 속도가 붙고 있다. 문 정부의 정책기조는 원자력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려나가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의 대표적인 발전 방식에는 ‘태양광발전’이 있다.

그린피스를 비롯한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이 태양광발전을 두고 이미 원자력발전보다 저렴하게 전기를 생산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린피스의 기후에너지 분야 스페셜리스트는 네이처지, 그린테크 미디어, 솔라메거진 등 외신 자료를 인용하면서 “현재와 미래의 전력생산 방식을 이야기할 때 태양광과 풍력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며 “유럽 선진국과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까지 이미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 전기 단가가 원자력발전보다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네바다주에 위치한 애플 솔라 데이터센터에서는 지난 2017년 태양광발전 전력을 1kWh당 3.09센트(약 37원)에 구매를 했다. 전력 거래 계약기간은 20년이며, 전력 가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간씩 변동 되는 조건이다.

또 2018년에는 네바다주에서 태양광발전 시설로 생산한 전력을 1kWh당 2.3센트(약 30원)에 계약이 이뤄진 내용도 덧붙였다.

그린피스 측은 “원자력발전과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 및 전력 단가에 대해 우리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더 저렴하다고 주장한다”며 “다만, 전 세계적으로 전문가들이 논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 2017년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보고서를 기반으로 원자력발전 대비 태양광발전 단가가 미국은 38.5% 수준, 영국은 47%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말 태양광발전이 원자력발전보다 저렴할까.

/ 제갈민 기자
태양광발전에 정산단가(SMP) 외 REC 지원금을 포함할 경우 합계 금액은 큰 폭으로 증가한다. 한전 측이 한수원으로부터 구매하는 원자력 전력 단가와 전력거래소의 정산단가에 미세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거래소의 자료에는 한전을 포함한 시장 전체의 거래량과 가격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 제갈민 기자

◇ 한전 전력구입 단가, 원자력 최저… 태양광에너지 절반 수준

국내에서 사용되는 전기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남동발전·중부발전 등 크게 6개 발전회사에서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그 외 포스코에너지·GS EPS 등 복합 화력발전소와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도 전력을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KEPCO)가 매년 발표하는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력 생산 및 공급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발전회사는 한수원이다. 한전이 지난해 한수원으로부터 구입한 전력의 양은 1억4,294만8,636MWh(메가와트시)로, 지난해 총 전력 구입량 5억4,052만328MWh의 26.45%에 달한다. 한전이 연간 사들이는 전력의 약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한전이 한수원으로부터 구매한 전력의 구입단가는 1kWh당 62.25원이다. 여기에는 원자력과 수력, 신재생에너지발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 중 원자력은 1kWh당 58.39원이다.

최근 5년간 한전의 원자력발전 전력 구입단가는 1kWh당 △2015년 54.96원 △2016년 62.61원 △2017년 68.03원 △2018년 60.76원 △2019년 58.39원으로 50∼60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태양광발전 전력이 1kWh당 100원대에 거래가 되고 있는 것보다 저렴하며, 다른 발전원과 비교하더라도 원자력이 가장 저렴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원자력발전 전력 판매단가는 건설·해체비용과 방사성폐기물 처리비용 등을 포함한다.

단, 원전 전력에는 △중대사고 우려 △사용 후 핵연료 처분장과 입지 △송전선로 이용 △미래세대 국토 이용 제한 같은 사회적 비용의 상당 부분이 배제돼 있다는 것이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담겨 있다.

반면, 풍력과 태양광·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 낸 전력의 구입단가는 1kWh당 99.30원으로 원자력발전 대비 약 1.7배 비싸다. 한전은 전력구매계약(PPA)을 일반 사업자들과도 맺고 전력을 구매하고 있다. 이 중 태양광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의 구입 단가는 1kWh당 103.65원이다. 이는 다른 신재생에너지(소수력·풍력·바이오·폐기물·연료전지)보다 가격이 높은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자가 1,000kWh의 전력을 생산할 때마다 국가로부터 지급받는 REC(Renewable Energy Credit·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에 대한 비용은 제외돼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대한 마일리지 개념이다. 즉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는 자신들이 생산한 전력을 한전 측에 판매해 이윤을 취하고, 전력 발전량 1,000kW당 지급 받는 1REC를 추가로 발전사들에게 판매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는 태양광발전 역시 동일하다. 이러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생산한 전력의 1kWh당 실제 가격은 정산단가와 REC에 대한 비용을 합산한 값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0년도 기후․환경 연구 개발 사업 시행계획’을 확정하고 태양광, 수소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관련 투자를 증대할 계획이다. 또한 온실가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문제 대응방안 마련에도 투자를 강화한다./ 픽사베이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의 실제 가격은 한전이 구입하는 1kWh당 정산단가와 정부 및 발전사들이 태양광 사업자들에게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REC 보조금을 합산한 금액으로, 현재 한전의 정산단가보다 비싸다. / 픽사베이

◇ 태양광발전, 보조금 포함해야 ‘진짜 단가’… 2019년, 2.5배 격차 보여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태양광발전 전기의 거래 단가가 원자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의 거래 단가보다 저렴하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전력거래소에서는 SMP(System Marginal Price·계통한계가격)를 정해둬 한전은 태양광발전 전력을 구매할 때 SMP를 기준으로 구매한다. SMP는 전력도매가격으로 이해할 수도 있는데, SMP는 전력구매 가격의 상한선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주 교수는 “국내 발전사들은 각각 총 발전량 가운데 일정량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할 의무가 있는데, 자체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는 것 외 풍력·태양광 사업자들에게 REC를 구매하는 방법이 있다”며 “결국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생산한 전력을 한전에 공급하고, 발전량에 따라 발생하는 REC를 국내 발전사들에게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즉 SMP와 REC 비용을 모두 합친 것이 실제 태양광발전 전력의 단가로 이해하면 된다”며 “이렇게 계산했을 시 지난해 기준으로 태양광발전 전력의 1kWh당 가격은 150∼160원 정도로, 현재 원자력발전 전력 정산가격을 최대 60원을 기준으로 할 시 2.5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가 있는 태양광발전을 늘리고 원자력발전을 축소할 시 장기적으로는 한전에 적자가 누적되고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하는 비율은 2018년에는 전체 발전량의 5.0%, 2019년은 6.0%, 올해는 7.0%로 정했다. 이어 2023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의무 발전 비율을 해마다 1.0%p(포인트)씩 높이도록 정했다.

사단법인 전국태양광발전협회 측도 “태양광발전 전력의 실제 단가는 SMP와 REC를 합산한 금액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한전 측의 전력 거래 단가에 대해서는 “다른 기관의 자료에 대해 우리가 언급을 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야코포 본조르노(Jacopo Buongiorno)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원자력공학과 교수도 기자에 보낸 메일을 통해 입장을 전했다.

야코포 본조르노 교수는 “한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태양광발전의 효율이 떨어져 1kWh당 전력비용은 태양광발전이 원자력발전보다 비싸다”며 “원자력발전소는 연중무휴로 발전할 수 있으나 태양광발전은 태양이 얼마나 긴 시간 동안 강렬하게 빛을 내리쬐는지에 따라 발전효율이 달라지는데, 외부 요인으로 인해 발전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감춰진 비용이 소모되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원자력발전이 저렴할 수 있는 이유로는 발전 전력량 대비 연료비가 저렴하고, 운전 및 유지보수 등 가변비용이 전반적으로 낮다”며 “다만 발전소 건설에 드는 고정비용이 비싼 단점이 있는데, 한국은 원자력발전소를 매우 효율적으로 건설해 저렴한 가격에 믿을 수 있는 전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에서는 저탄소 또는 무탄소 발전 전력의 약 90%가 원자력에너지에서 공급되고 있다”며 “때문에 원자력은 국가가 의지하고 있는 최대의 청정에너지원으로, 축소가 아니라 유지 및 확장하는 것을 권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사이언스지는 지난해 1월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계절별, 시간별로 변동이 심하고 수력이나 지열 발전은 지리적인 한계가 있지만 원자력은 사실상 무제한으로 필요한 곳에 당장 공급할 수 있는 저탄소 에너지”라며 “만약 원자력을 배제하고 재생에너지로 탈탄소 목표를 맞추려면 전력 생산 비용이 두세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미국의 2020년 1분기 기준 발전원별 발전단가 현황. 태양광발전 단가가 원자력발전 대비 저렴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국가 및 지역별 상황 달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지난달 발간한 태양광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태양광발전 전력 거래 단가가 원자력발전 전력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해외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미국에서 태양광발전 전력이 저렴하다고 해서, 이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대입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강정화 선임연구원은 “일부 국가에서는 태양광발전이 원자력발전보다 저렴한 경우도 있지만, 태양광발전의 경우 지역의 자연환경 영향을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며 “미국 플로리다주나 네바다주, 뉴멕시코주와 같은 선벨트 지역과 중동지역의 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국가는 우리나라보다 일조량이 뛰어난 이점이 있어 태양광발전 효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전 국토의 약 70% 전후에 달하는 대지가 산림이라 개간을 하는데 드는 비용, 상대적으로 값비싼 토지 가격 등으로 넓은 평야가 많은 미국이나 중동과 비교할 시 초기 투자비용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며 “최근에는 태양광발전이 가능한 지대의 토지 가격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승해 토지 가격과 태양광발전 효율 등을 감안할 시 원자력발전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국가마다 원자력발전 비용에도 차이가 나타나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국가마다 원자력발전 전력의 거래 단가에 핵폐기물 처리비용이나 발전소 건설비, 해체비 등을 반영하는 기준이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국내 태양광발전 설비의 효율은 약 20%대 수준으로 알려진다.

 

근거자료

 

- 한국전력공사 2015∼2019년 한국전력통계 구입부문
(http://home.kepco.co.kr/kepco/KO/ntcob/list.do?boardCd=BRD_000099&menuCd=FN05030103)

 

- 한국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 전력시장 정산단가 2015∼2020년
(http://epsis.kpx.or.kr/epsisnew/selectEkmaUpsBftGrid.do?menuId=050701)

 

- 한국에너지공단 2015∼2020년 상반기 RPS 경쟁입찰공고 참고자료
(https://www.knrec.or.kr/customer/notice_list.aspx)

 

- 국회 예산정책처 ‘원자력 발전비용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

 

-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인터뷰

 

- 야코포 본조르노(Jacopo Buongiorno)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원자력공학과 교수 전자메일 인터뷰

 

- 사이언스지 2019년 1월 11일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 사설

 

-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2020년 1분기 태양광 산업동향’ 보고서 (2020년 05월 13일)

 

-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인터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