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낙연(좌)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정세균(중앙) 총리가 김부겸(오) 전 의원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연대설’이 돌면서 여권이 술렁였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낙연(좌)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정세균(중앙) 총리가 김부겸(오) 전 의원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연대설’이 돌면서 여권이 술렁였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위한 8‧29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권과 당권 경쟁 구도가 맞물려 대권‧당권 주자들의 치열한 수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대권과 당권을 노리는 주자들의 ‘이낙연 대세론’ 견제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현재 당권 경쟁에는 민주당의 유력 차기 대선주자인 이낙연 의원이 출마 결심을 굳혔고, 김부겸 전 의원도 출마 쪽으로 기운 상황이다. 친문인 홍영표 의원과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을 중심으로 재야 운동권 출신이 주축이 된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우원식 의원도 출마 의지가 강하다.

이번 전대는 여권의 대선주자들이 뛰어들면서 대권 경쟁의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차기 대선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잠룡들의 주도권 싸움까지 펼쳐지고 있는 모습이다.

한때 이번 전대가 ‘이낙연 추대’의 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김부겸 변수’가 급부상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4‧15총선 직후만 해도 김부겸 전 의원은 당권 도전은 건너뛰고 곧바로 대선으로 직행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김 전 의원이 당권 도전으로 기울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부겸 전 의원 측은 4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당 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 “지금 고민하고 있고 조만한 입장을 말씀 드릴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런 가운데 차기 대선을 노리는 정세균 총리가 이낙연 의원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김부겸 전 의원을 전대에서 지원하기로 했다는 설까지 돌았다. 당내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한 정 총리가 김 전 의원을 지원할 경우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김부겸 연대설’은 정 총리가 지난 1일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대구‧경북(TK) 지역 출마자들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 초청해 만찬을 한 사실이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더욱 힘을 받는 모습이다. 김 전 의원은 만찬 후 참석자들과 따로 만나 당 대표 출마 의지를 밝히며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 총리와 김 전 의원은 모두 ‘연대설’을 부인하고 있다. 정세균 총리는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저를 둘러싼 보도 때문에 마음이 무겁고 안타깝다”며 “코로나 방역에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무슨 정치 행보나 하는 걸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억측이고 오해”라고 밝혔다.

정 총리는 “21대 국회가 새로 구성돼 일부 여·야 의원들을 만났고, 앞으로도 만날 예정”이라며 “이는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국회와의 협치 차원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일부 낙선자들을 만난 것은 오랫동안 정치를 함께 한 분들을 위로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제 머릿속에는 코로나 방역과 위기 극복에 대한 걱정과 고민으로 가득 차 있다”며 “대권이니 당권이니 아무런 상관도 없고 관심을 가질 겨를도 없다. 괜한 억측과 오해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정 총리는 3주 동안이나 대구에 상주하며 방역작업에 전력을 다했다. 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개인의 거취를 꺼내 운운할 자리가 아니었다”며 “낙선자들과 별도의 환담 자리를 가졌고, 거기서 전대 관련 대화를 꺼냈다는 얘기도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부인에도 불구하고 김 전 의원이 전대 출마를 결심할 경우 정세균계가 어떤 식으로든 힘을 보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이날 MBC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세균-김부겸 연대설’은 굉장히 가능성이 있다. 두 사람의 꿈이 서로 맞고 정치적 야심이 있기 때문에 연대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낙연이라는 강력한 주자가 있기 때문에 견제를 해야 한다는 상호간의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김부겸 전 의원이 당권 레이스에 뛰어들 경우, 당 대표 임기 2년을 모두 마치고 차기 대선에는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 대표로 선출되더라도 ‘7개월 짜리’ 당대표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이낙연 의원과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선주자가 당 대표가 된다면 민주당 당헌의 대권·당권 분리 조항에 따라 대선 1년 전인 내년 3월 사퇴해야만 한다. 이낙연 의원도 이 같은 규정 때문에 당권 도전 여부를 놓고 고민을 했었다. 

김부겸 전 의원 측은 이와 관련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당 대표 출마 의지를 밝히고 있는 홍영표 의원은 이낙연 의원 등 대선주자들의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홍 의원은 새로 선출된 당 대표가 대권에 도전하려고 내년 3월 중도 사퇴할 경우 5월에 당 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또다시 전대를 개최해야 하고, 이후 8월에도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대를 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 의원은 지난 2일 JTBC에 출연해 “한 사람이 당권까지 가져가는 것에 다른 대선 후보들이 흔쾌하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인가”라며 “대권주자가 당권까지 가지려는 것은 당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권주자가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오는 8월, 내년 5월과 8월 등 1년 사이에 전당대회를 세 번 해야 한다”며 “(대표가 사퇴할 경우 최고위원 임기 문제도)굉장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이낙연 의원은 전국 순회 간담회를 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의원은 3일 충북 청주를 시작으로 경남 창원(8일), 전북 전주(12일), 강원 원주(18일)에서 간담회를 할 계획이다. 이 의원은 이달 말쯤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대권‧당권 주자들의 경쟁이 조기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당 내에서는 대선주자들의 전대 출마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내 최대 규모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의 지난 3일 정례회의에서는 참석자 30여명 중 20여명이 대선주자들의 전대 등판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을 하는 모습은 부적절하고 차기 대권 경쟁이 심화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더미래는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측에 전대 출마를 재고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더미래와 민평련 소속인 신동근 의원은 의원 텔레그램방에 “코로나19 국난극복과 당의 통합,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재집권을 위해 대권주자들의 7개월짜리 당 대표 출마가 바람직한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신동근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대권주자들이 전대에 나오면 대권 전초전이 되면서 조기에 과열될 수 있다”며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그렇게 변질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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