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을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을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21대 국회가 입법 발의에 속도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여주기식 법안 발의에 치중하다 결과적으로 ′졸속 법안′에 그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4일 오후 6시 기준 발의된 법안은 총 178건으로 나타났다. 법안 발의가 시작된 지난 1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을 시작으로 나흘 동안 발의된 숫자다. 

법안 발의 첫날인 지난 1일에만 62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아울러 이튿날인 2일에는 12건, 3일에는 48건이 발의된 데 이어 4일에는 56건의 법안이 제출됐다. 이중 정부가 발의한 42건을 제외하더라도 136건은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법안 발의에 나섰다. 21대 국회들어 민주당 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 한 법안은 총 86건에 달한다. 전체 발의된 법안 중 48.3%에 이른다. 민주당 의원들이 임기 시작부터 입법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당의 입장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들이 발의한 법안 중에는 이와 관련된 법안이 다수 존재했다. 이정문‧문진석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이 대표적이다. 회의에 불출석하는 의원들의 수당을 감액하는 것이 내용이다. 김병욱 의원이 발의한 ‘국회법 일부개정 법률안’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고위 공직자 범죄 수사처 후보 추천 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백혜련 의원)과 구하라 법으로 알려진 ′민법 개정안′(서영교 의원)도 민주당 의원 손에서 나왔다.

미래통합당 소속 의원들은 총 44건을 발의했다. 통합당은 앞서 제1호 당론 법안으로 강조한 ‘코로나19 위기탈출을 위한 민생지원 패키지 법’을 제출했다. 

피해 의료기관을 지원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 자영업자들의 임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 법률안’, 무상급식 중단으로 인한 취약층 지원책이 담긴 ‘농업·농촌 및 식품 산업 기본법 일부개정 법률안 등도 발의됐다.

이번 국회의 발의 속도는 이례적인 모습이다. 20대 국회에서는 법안이 발의가 시작된 이후 나흘 동안 총 85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번 국회의 절반 수준이다. 19대 국회 때도 마찬가지다. 19대 때는 같은 기간 동안 총 63건이 발의됐다.

하지만 이번 회기에서 입법 속도전 양상이 나타나자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속도에만 치우치면서 내용적인 측면에서 부실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지난 회기들 중 초반에 발의된 법안의 성적이 좋지 않다는 점도 이러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실제로 20대 국회에서 같은 기간 동안 발의된 법안 중 가결(원안·수정)은 6건에 불과했다. 85건 중 절반이 넘는 48건은 4년 동안 계류만 하다가 회기가 종료되며 폐기수순에 이르렀다. 19대 때에도 마찬가지다. 63건의 법안 중 5건만 가결되고 이 중 32건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전문가는 이러한 입법 속도전이 결과적으로는 ‘보여주기식 정치’의 폐해라는 점을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가 법안의 숫자로 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러한 보여주기식 법안 발의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중요한 것은 법안을 많이 발의하는 것보다는 대한민국의 중요한 근간을 이루는 질적으로 높은 법안이 제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 교수는 임기 초반에 쏟아져 나오는 법안들은 의원 개인보다는 당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신 교수는 “초반에 나오는 법안들은 사실상 의원들 개개인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당의 입장이나 정권을 투영하는 경향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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