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서정숙(왼쪽부터), 조태용, 신원식, 지성호 의원이 5일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대북전단 금지법' 추진 등에 대해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 서정숙(왼쪽부터), 조태용, 신원식, 지성호 의원이 5일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대북전단 금지법' 추진 등에 대해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미래통합당이 5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삐라(대북전단)’ 경고와 관련, 문재인 정부가 삐라 대북전단 금지법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강력 비판했다.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김여정이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안하무인격 막말을 퍼부었지만 청와대는 오히려 대북전단 살포를 “백해무익하다”며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정부가 대북전단 금지법안 마련 의지까지 내비치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에 반해 통합당은 ‘대북전단 금지법'을 ‘김여정 하명법’으로 명명하고 정부를 향해 “헌법 가치 훼손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통합당 신원식·조태용·지성호·서정숙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여정 말 한마디에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며 “법이라도 만들라는 김여정의 지시가 나온 지 4시간여 만에 통일부는 대북전단 금지법을 만들겠다하고 청와대와 국방부는 대북전단에 단호 대응하겠다며 북한의 역성을 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금 우리가 대한민국에 있는지 북한에 있는지 헷갈릴 정도”라며 “우리 국민을 협박하고 위협하는 북한에 대해 입도 뻥끗 못하고 오히려 ‘김여정 하명법’을 만들겠다고 하니 참담할 뿐”이라고 했다. 이들은 “대북전단금지법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역대급 대북 굴종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여정은 전날(4일)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똥개들이 기어다니며 몹쓸 짓만 하니 주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며 “가장 비열한 방식으로 핵문제를 걸고 비방중상을 거리낌 없이 해댄 똥개, 쓰레기들의 짓거리에 뒷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지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묻고 싶다”고 폭언을 쏟아냈다.

김여정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최악의 국면’을 거론하며 대북전단 살포를 방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김여정은 또 “그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어 애초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못하게 하라”고도 했다.

이는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31일 김포에서 대북전단 약 50만장을 풍선에 매달아 북한에 날린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같은 날 “대북 삐라는 백해무익한 행동”이라며 “안보에 위협을 가져오는 행위에 대해 앞으로 정부가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접경지역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 긴장 해소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대북전단 금지법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에둘러 표현했다. 국방부도 “대북전단 살포는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했다.

반면 정부는 자국민을 향해 폭언을 퍼부은 김여정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탈북민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다.

통합당은 정부의 이같은 저자세 대북외교에 대해 당력을 결집하면서 초강경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통합당은 ‘김여정 하명법’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법제사법위원회를 확보해 정부여당의 독주를 반드시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내비쳤다.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법사위는 여당이 정부 의중에만 끌려가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 기능을 했는데 민주당은 과거 야당 시절 꼭 쥐었던 법사위를 야당에 내줄 수 없다고 한다”며 “이제 국회마저 민주당 1당 독재 아래 행정부 견제력을 잃는다면 ‘김여정 지시법’조차 막지 못하는 지경이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당은 원내 협상을 계속하며 행정부의 무리한 입법을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 논란과 관련해 일부 통합당 의원들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대(對)정부여당 공세에 적극 가세하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 정부는 김여정이 삐라를 문제 삼자 단 몇 시간 만에 백기를 들었다”며 “우리 국민의 자존심은 안중에도 없다. 국민의 눈에는 명백한 굴종”이라고 비판했다.

조해진 의원도 “정부가 대북전단 금지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와 주권을 위협하는 퇴행적 발상”이라며 “김여정 담화에 정부가 기다렸다는 듯 호응한 것은 남북 당국간 사전 연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대북전단을 백해무익이라고 한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대북전단 금지법 추진 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북한 당국에게도 내정간섭 행위에 대해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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