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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야구소녀] 세상의 모든 ‘주수인’에게
2020. 06. 11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야구소녀’(감독 최윤태)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싸이더스
영화 ‘야구소녀’(감독 최윤태)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싸이더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다. 결국 이루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목표를 위해 달려 나가는 과정은 결코 헛되지 않다. 여기,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는 한 소녀가 있다.

모두가 안 된다고 말하지만, 결과를 알 수 없는 끝을 향해 소녀는 그저 묵묵히 오늘도 꿋꿋이 나아갈 뿐이다. 그리고 그가 던진 묵직한 직구는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달려 나가는 세상의 모든 이들을 응원하고 위로한다. 영화 ‘야구소녀’(감독 최윤태)다.

“사람들이 내 미래를 어떻게 알아요? 나도 모르는데…”

주수인(이주영 분)은 고교 야구팀의 유일한 여자이자 최고구속 134km, 볼 회전력의 강점으로 ‘천재 야구소녀’라는 별명을 얻으며 주목받아 왔다. 고교 졸업 후 오로지 프로팀에 입단해 계속해서 야구를 하는 것이 꿈이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여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평가 기회도 잡지 못하고, 엄마부터 친구, 심지어 감독까지 모두가 꿈을 포기하라고 한다. 그런 수인은 야구부에 새로운 코치 진태(이준혁 분)가 부임하면서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여성을 향한 차별과 사회적 편건을 현실적으로 담아낸 ‘야구소녀’ 스틸컷. /싸이더스
여성을 향한 차별과 사회적 편건을 현실적으로 담아낸 ‘야구소녀’ 스틸컷. /싸이더스

‘야구소녀’는 천재 야구소녀라는 별명을 지닌 주수인이 졸업을 앞두고 프로를 향한 도전과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여성 성장 드라마다. 지난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돼 첫 선을 보인데 이어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에 초청, 호평을 이끌어낸 작품이다.

수인은 ‘천재 야구소녀’라고 불리는 동시에, ‘여자가 야구를 해?’라는 시선을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인물이다. 명확한 목표가 있고, 이를 이루기 위해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쏟지만, 자신이 가진 재능과 실력의 부족에 앞서 세상의 편견과 보이지 않는 유리천정을 먼저 맞닥뜨려야 한다.

‘야구소녀’는 이런 수인을 통해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과 사회적 편견을 이야기하는데, 자극적이거나 작위적인 설정 없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려내 공감과 몰입을 안긴다.

그리고 수인은 “사람들이 내 미래를 어떻게 알아요? 나도 모르는데” “야구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여자건 남자건 그건 장점도 단점도 아니에요” 등 맞는 말만 쏟아내며 사회적 고정관념에 당당히 맞서는 주체적인 캐릭터로 마음을 흔든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수인의 고군분투와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수인의 모습을 때론 담백하게, 때론 뜨겁게 담아냈다.

현실적인 캐릭터로 공감대를 높인 ‘야구소녀’ 스틸컷.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주영‧이준혁‧염혜란‧송영규. /싸이더스
현실적인 캐릭터로 공감대를 높인 ‘야구소녀’ 스틸컷.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주영‧이준혁‧염혜란‧송영규. /싸이더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관한 이야기지만, 꿈을 갖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프로 진출에 실패했지만 제자 수인을 통해 새로운 꿈을 꾸는 진태, 만년 공인중개사 수험생이자 수인의 아빠 귀남(송영규 분), 아이돌을 꿈꾸는 수인의 친구 방글(주해은 분) 등 현실과 맞닿은 캐릭터와 에피소드가 생동감 있게 담겨 재미를 더한다.

이주영은 진정성 담긴 열연으로 수인의 진심을 오롯이 전달한다. 야구를 향한 열정, 좌절과 불안함, 그럼에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 등 수인의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직접 소화해낸 야구 장면 역시 실제 야구선수 못지않게 소화해 몰입을 높인다.

염혜란도 좋다. 수인의 엄마 해숙으로 분한 그는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실질적 가장의 고단함과 프로선수를 꿈꾸는 딸에게 모진 말을 하지만 속으론 눈물을 흘리는 현실적인 엄마의 모습으로 뭉클함을 안긴다.  

최윤태 감독은 “현실에도 수많은 ‘주수인’이 존재한다”며 “영화가 끝난 후 극장을 나가는 관객들이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고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주수인’을 응원해 주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러닝타임 105분, 1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