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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사라진 시간] 끝나도 풀리지 않는 물음표
2020. 06. 12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정진영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사라진 시간’(감독 정진영)이 베일을 벗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정진영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사라진 시간’(감독 정진영)이 베일을 벗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정진영의 첫 연출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영화 ‘사라진 시간’(감독 정진영)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하루아침 나의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신선한 설정과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관객 취향 저격에 나선다.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한적한 소도시의 시골마을, 외지인 부부가 의문의 화재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 수사를 담당하게 된 형구(조진웅 분)는 마을 사람들의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단서를 추적하던 중, 하루아침에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충격적인 상황에 빠지게 된다. 집도, 가족도, 직업도 내가 알던 모든 것이 사라졌다. 과연 그는 자신의 삶을 되찾을 수 있을까.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형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데뷔 33년 차 배우 정진영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영화는 신선한 설정과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시골 마을의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한 수혁(배수빈 분)과 그의 아내 이영(차수연 분)의 평범한 일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소한 행복을 누리던 두 사람에게 비밀이 있음이 밝혀지고, 마을 전체에 소문이 퍼지면서 이야기는 또다시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이어 형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또 한 번 영화의 결이 바뀐다.

‘사라진 시간’에서 형구로 분한 조진웅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라진 시간’에서 형구로 분한 조진웅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형구의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궁금증은 극에 달한다. 화재 사건을 조사하던 형구는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삶이 달라진다. 형사인 형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마을 사람들, 아내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식은 존재 자체가 증발됐다. 집도, 가족도, 직업도 내가 알던 모든 것이 사라진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형구는 자신이 기억하는 삶을 되찾기 위한 추적에 나선다.

왜 이러한 미스터리한 일이 발생했는지, 형구가 이전의 삶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지, 형구의 기억이 사실인지, 마을 사람들이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등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후에도 물음표에 대한 답은 얻을 수 없다. 수많은 ‘떡밥’을 뿌리며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회수 없이 끝나버려 찝찝함이 남는다. 열린 결말이라고 하기엔 예상 답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관객의 몫을 너무 크게 남겨 놨다.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사라진 시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사라진 시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미스터리 스릴러인 줄 알았던 ‘사라진 시간’은 기존에 봐왔던 영화적 문법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미스터리였다 형사물이었다 로맨스였다 코미디가 된다. 판타지이기도 하다. 다양한 장르적 요소가 담겼지만, 복합장르라는 느낌보다는 어느 한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애매하고 모호한 맛이다. 또 의외로 코믹한 분위기가 극 전반에 흐르는데, 빵 터지는 부분도 있지만 조용하다 못해 싸늘한 반응을 부르는 장면이 대부분이다. 

배우들은 무난한 활약을 펼친다. 감독 정진영이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을 정도로 조진웅은 형구 그 자체로 분했다. 인간미 넘치는 형사의 모습부터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인물의 복잡한 심경 변화를 촘촘하게 그려냈다. 원테이크로 완성한 형구의 ‘혼술’ 장면은 실제인지 연기인지 착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다. 형구의 복잡한 심리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정해균 역을 맡은 정해균도 좋다. 외지인 부부의 비밀을 가장 먼저 알게 되는 마을 주민 해균을 연기한 그는 영화에서 유일하게 웃음이 터지는 장면의 주인공이다. 능청스러운 모습부터 의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제 몫을 다한다.

정진영은 “‘사라진 시간’은 이성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마지막에 답도 안 준다. 죄송하게도 처음부터 답을 드릴 생각 없이 만들었다. 장르에 대해 굳이 묻는다면 ‘ 슬픈 코미디’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들이 생각하는 나’ 사이에서 갈등하는 연약한 인간의 외로움과 슬픔을 그린 코미디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통해 ‘정말 나는 무엇일까’에 대한 이야기로 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러닝타임 105분, 오는 1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