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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신혜선, 브라운관이든 스크린이든
2020. 06. 15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신혜선이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으로 극장가 접수에 나섰다. /키다리이엔티
배우 신혜선이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으로 극장가 접수에 나섰다. /키다리이엔티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배우 신혜선이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겨 관객 취향 저격에 나섰다.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을 통해서다. 탄탄한 연기력과 안정적인 캐릭터 소화력, ‘딕션 요정’다운 완벽한 발성까지. 작은 브라운관이든, 큰 스크린이든 그의 열연은 흔들림이 없었다.

신혜선의 스크린 첫 주연작 ‘결백’은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막걸리 농약 살인사건, 기억을 잃은 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엄마 화자(배종옥 분)의 결백을 밝히려는 변호사 정인(신혜선 분)이 추사장(허준호 분)과 마을 사람들이 숨기려 한 추악한 진실을 파헤쳐 가는 무죄 입증 추적극이다.

지난 10일 개봉한 ‘결백’은 개봉 첫 주 31만 관객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강렬한 드라마, 배우들의 압도적인 시너지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는 주인공 정인으로 분한 신혜선이 있다. 정인은 서울 지법 판사 출신의 대형 로펌 에이스 변호사로 기억을 잃은 엄마의 결백을 밝히고자 홀로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스크린 첫 주연을 맡은 그는 제 몫, 그 이상을 해냈다.

신혜선은 정인의 당찬 외면과 진실에 다가설수록 혼란에 빠지는 내면을 아우르는 열연을 펼치며 극을 이끈다. 특유의 정확한 발음은 물론, 강렬한 눈빛부터 얼굴의 미세한 떨림까지 연기하며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 번 입증, 호평을 받고 있다.

드라마 ‘아이가 다섯’ ‘비밀의 숲’ ‘황금빛 내 인생’ ‘단, 하나의 사랑’ 등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시청률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그는 스크린 첫 주연 도전을 앞두고 긴장되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결백’으로 데뷔 후 처음으로 스크린 주연을 맡은 신혜선. /키다리이엔티
‘결백’으로 데뷔 후 처음으로 스크린 주연을 맡은 신혜선. /키다리이엔티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신혜선은 “‘결백’은 내게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만든 작품”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첫 상업영화 주연을 맡게 됐는데.
“너무 긴장되고 떨린다. 촬영할 때도 항상 떨렸다. 개봉을 앞두고 영화를 보는데 객관적으로 볼 수 없더라. 내가 저 장면에서 어떤 생각을 했지, 무슨 일이 있었지 생각나고 아쉬운 점만 보였다. 저 때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면 조금 더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고, 반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결백’은 내게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만든 작품이다. 함께 해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고, 기회를 주셔서 정말 고맙다.”

-흔쾌히 출연을 결심했나.
“사실 고민이 되긴 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정인의 감정선이 이해되지 않더라. 이해하지 못하고 연기를 하면 무책임한 게 아닐까 싶었다. 다행히 촬영하면서 배우들과 제작진, 감독님과 함께 하면서 물리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텍스트로 이해하지 못했던 점들을 몸으로 이해하게 됐다.”

-그럼에도 ‘결백’을 택한 이유는.
“정인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도망치고 싶던 곳에서 나와 스스로 성공한 아이, 진취적인 모습이 좋았다. 또 시골이라는 배경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흔한 풍경이 아니었다. 오래 연기를 한 건 아니지만, 작품 중 시골이 배경이었던 적이 없었다. 시골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잠도 잘 올 것 같고, 밥도 이만큼 줄 것 같고, 따뜻하고… (영화 속 시골은) 내가 생각했던 정감 가는 느낌은 아니었다. 답답하고 도망치고 싶고 끈적한 느낌이었다. 내가 원래 갖고 있던 생각과 다른 이미지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결백’에서 정인으로 분한 신혜선 스틸컷. /키다리이엔티
‘결백’에서 정인으로 분한 신혜선 스틸컷. /키다리이엔티

-정인의 감정선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는데, 어떻게 해결해 나갔나.
“주변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감독님도 계속 설명해 줬고, 배종옥 선배도 큰 도움을 주셨다. 분장한 모습만으로도 정인이 왜 그렇게 했는지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더라. 정인을 머리로 먼저 이해하고 시작했던 게 잘못된 접근 방식이었던 것 같다. 이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이해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정인의 행동들을 납득하지 못했던 거다. 촬영을 하면서 정인이 갖고 있던 트라우마와 상처, 감정 여러 가지 것들이 확 느껴졌다.”

-정인을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눈빛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날이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거울을 보면서 연습을 많이 했다. 각도에도 변화를 줬다. 극 초반에는 눈을 위로 치켜뜨고 힘을 강하게 줬고, 영화 후반부에서는 눈에 힘을 약간 풀고 아래로 부드럽게 봤다. 관객들이 눈치채지 못할 미세한 변화다.(웃음)”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도 법조인을 연기했는데, 비슷한 캐릭터에 대한 염려는 없었나.
“비슷한 결이긴 하지만, 분명히 다른 지점을 가진 캐릭터다. 둘이 비슷하다고 해서 부담되는 건 없었다. 은수(‘비밀의 숲’)와 정인이 완전히 달랐던 것은 정인은 아무것도 없는 시골에 태어나서 능력 하나만 믿고 자기의 인생을 역전시키려는 아이다. 은수는 엘리트 출신이었고, 가정을 일으키려 하는 인물이었다. 은수도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였다. 오히려 은수를 해봤기 때문에 정인을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신혜선이 완벽한 발성의 비결을 밝혔다. /키다리이엔티
신혜선이 완벽한 발성의 비결을 밝혔다. /키다리이엔티

-‘딕션 요정’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완벽한 발성의 비결이 있다면.
“오글거리는데, 기분은 좋다. 칭찬해 주시는 거니까 기분은 참 좋은데 연기하는 사람이 발음이 좋다는 것이 칭찬받을 만한 일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발음 연습을 딱히 하는 것은 아니고, 대사를 열심히 외운다. 대사를 잘 외우고 있으면 내가 하는 말에 확신이 생기니까 발음도 명확하게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칭찬 댓글을 여러 번 읽는다고. 
“칭찬 받는 거 너무 좋아한다.(웃음) 칭찬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솔직히 (칭찬 받는 걸) 정말 좋아하고, (칭찬 댓글을) 여러 번 읽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거기에 연연하고 인생을 맡기거나 그렇진 않는다. 기분도 좋아지고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그렇다. (가장 기분 좋았던 칭찬은) 연기에 대한 거다. 특히 작품 나왔을 때 어떤 장면에 대해 구체적으로 칭찬해 주시면 그렇게 좋더라. 그런 칭찬을 보면, 그 장면 다시 본다. 하하.”

-쉴 틈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 지치진 않나.
“무명시절이 길진 않았지만, 백수시절도 그렇고 배우를 꿈꿨던 시기가 오래 있었다. 그때의 보상심리로 일을 계속 해오고 있다. (보상심리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살짝 남아있다. 사실 체력적으로 힘들 때가 있다. 그렇게 되면 몸과 마음이 다 힘들어지니 조금 쉬어가야 하나 싶기도 한데, 하루 이틀만 쉬어도 몸이 근질근질하다. 쉬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이제 잘 쉬는 법도 알아가 보려고 하는 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얼마 전에 ‘내 인생의 황금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글을 스쳐 지나가듯 본 적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의 황금기는 오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계속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