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로맨스, 액션, 코믹까지. 하나의 캐릭터로 다채로운 장르의 향연이 펼쳐진다.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최강희, 완벽한 복귀다.

지난 16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굿캐스팅’은 현장에서 밀려난 여성 국정원 요원들이 우연히 현장으로 차출돼 벌어지는 일을 다룬 코미디 액션이다. ‘언니는 살아있다’ ‘상류사회’ 등을 통해 몰입도 높은 연출력을 보였던 최영훈 감독의 차기작이자, 여성 캐릭터들을 중심에 내세운 코미디 액션 드라마로 큰 관심을 끌었다.

기대에 부응하듯 ‘굿캐스팅’은 최강희(백찬미 역)·유인영(임예은 역)·김지영(황미순 역)의 환상적인 케미, 통쾌한 액션과 코미디, 만화 같은 연출이 주는 신선함 삼박자를 적절하게 녹여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굿캐스팅’은 방영 이후 줄곧 월화극 시청률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이런 ‘굿캐스팅’의 인기 중심엔 최강희가 있었다. 전설의 블랙요원 백찬미 역을 맡은 최강희는 유인영·김지영과의 현장 작전 수행 리더로 활약, 위험천만한 액션을 도맡으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능글맞은 코믹은 기본, 이상엽(윤석호 역)과의 로맨스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입체적인 ‘굿캐스팅’의 주역 백찬미를 만들어낸 것.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최근 최강희는 <시사위크>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가) 사전 제작으로 진행되다 보니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많은 미션이 있었음에도 충분히 즐기면서 찍을 수 있었다”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스태프 한 명 한 명, 배우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보며 함께 호흡했다. 백찬미라는 배역을 주신 최영훈 감독님, 박지하 작가님께 가장 감사드리고 싶다. 또 끝까지 믿고 봐주신 시청자분들께 진심 어린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여성 캐릭터들이 중심이 된 작품인 만큼 촬영 소감 또한 남달랐을 터. 이에 대해서는 “행복했다. 정말 (함께 하는 배우들이) 존경스러웠고, 사랑스러웠고, 너무 좋았다. 정말 서로 좋아하고, 사랑받았다. 존중하고 존중받았던 것 같다. 모두가 함께 협력한 드라마”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지영 언니는 한결같이 멋있고, 재미있고, 푸근하고, 인애(仁愛)롭다. 인영이는 사실 조금 놀랐다. 어떤 친구일까 궁금했는데, 정말 다른 사람을 위해 연기해주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누구도 자기를 먼저라 주장하지 않고, 다투지 않는 힐링 현장이었다”고 김지영, 유인영과의 케미 소감도 덧붙였다.
 
‘굿캐스팅’의 관전포인트로 꼽힐 만큼 최강희의 난이도 있는 액션 장면들은 시청자들에게 쏠쏠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무술을 전공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임팩트 있는 액션 연기를 보여줬지만, 정작 본인은 액션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강희는 “유도 장면도 그렇고, 모든 액션을 가능한 부분은 제가 소화하고 나머진 대역이 커버해주며 찍었다”며 “극중 스카이점프 장면은 뛰어가는 건 제가 하고, 뛰어내리는 건 대역이 했다. 그것도 제가 하고 싶었는데 안전 조끼도 입지 않고 와이어를 차고 뛰는 거라 안전상의 문제로 할 수 없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장면이라 기억에 남는다”고 액션에 대한 열정을 짐작케 만들었다. 

액션에 대한 호평에 대해선 의외였다고. 최강희는 “‘굿캐스팅’ 인기를 예상 했다기보다는 어찌됐든 끝까지 시청자 분들을 실망시키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은 했다. 인기의 원동력은 시원함과 악을 부수는 펀치와 같은 대리만족, 그리고 소소한 웃음과 따뜻함 같다”고 말하는 한편 “하지만 액션에 대한 호평은 예상 밖이었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사실 그렇게 집중해주시고 좋은 반응을 주실거라는 기대는 못했다”고 쑥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

백찬미 역을 소화하면서 가장 중요시 여겼던 부분에 대해서는 “찬미는 말과 행동에 거침이 없고, 액션도 시원하게 소화해낼 만큼 에너지가 넘치는 캐릭터다. 그래서 에너지를 많이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 특히 다른 것들은 비슷하게 할 수 있는데, 제가 소리를 지르거나 흥분하는 성격이 아니라 끝나고 아쉬움이 남지 않을 만큼 정말 모든 힘을 모아 소리를 질렀다. 몸을 쓰는 액션을 하며 싸울 때는 합을 잘 맞춰야 서로 다치지 않으니까 다른 것보다도 겁내지 않되, 정신을 바짝 차리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백찬미·윤석호와의 러브라인 때문에 본다는 시청자 반응이 있었을 정도로 최강희와 이상엽과의 케미는 작품의 인기 비결 중 하나라고 봐도 손색이 없다. 마지막 회에서 두 사람은 입맞춤을 하며 15년 전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연인 사이로 바꾸었고,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며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을 완벽하게 충족시켰다.

최강희는 이상엽과의 호흡에 대해 “제가 조금 특이할 수도 있지만, 처음 상엽이를 봤을 때 스킨 톤이 너무 예뻐서 반했다. 그리고 가까이에서 보면 멍뭉미가 아니라 송아지미가 있다. 눈이 엄청 착하다. 이번에 워낙 상엽이랑 붙는 부분이 적었어서 아쉬운데... 다음 기회에 충분히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괜찮다”고 밝혔다.

1995년 KBS 드라마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한 최강희는 세월을 거스르는 동안 외모로 4차원적이면서도 털털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에 빛을 더하며 대중의 관심과 애정을 받아왔다.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 ‘쩨쩨한 로맨스’ ‘미나 문방구’와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 ‘하트 투 하트’ 등 속 활약이 대표적 예다. 

이외에도 최강희는 영화 ‘애자’를 통해선 철딱서니 없는 딸로, 드라마 ‘화려한 추억’에서는 워킹맘으로, ‘한여름의 추억’에서는 37살 라디오 작가로 분해 디테일한 감정선을 살린 현실 연기로 호평을 얻었다. MBC ‘7급 공무원', KBS2TV ’추리의 여왕‘ 시리즈’ ‘굿캐스팅’까지. 최근에는 코믹과 추리가 결합된 작품에서 여러 캐릭터들을 소화하며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고 있다.

‘굿캐스팅’을 통해 액션까지 섭렵했지만, 그럼에도 아직 최강희는 연기에 목이 마른 듯하다. “기회만 된다면 영화 ‘더 리더’처럼 한 사람의 깊은 감정을 도전해보고 싶다. 또 사극도 아직 안 해봤고... 여러 가지로 (도전 안 해 본 것들이 있어) 궁금하다”고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낸 최강희다. “지금 검토 중인 대본이 있다. 빠르면 하반기에 다시 좋은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마지막 인사를 건넨 최강희의 한마디에 더욱 기대감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