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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줌인
[인터뷰] 신현빈, 그렇게 ‘장겨울’이 되다
2020. 06. 19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작품 속 캐릭터 그 자체로 기억되고 싶다는 배우 신현빈. /최성현스튜디오
작품 속 캐릭터 그 자체로 기억되고 싶다는 배우 신현빈. /최성현스튜디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나’라는 개인보다 캐릭터가 먼저이길 항상 바랐어요. 캐릭터로 기억이 됐다면, 충분해요.”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장미부터 사고로 언어장애를 갖게 된 지은, 북한 여자 화령,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미란까지 연기 인생 10년 동안 끊임없이 캐릭터 변주를 이어온 배우 신현빈은 ‘신현빈’이라는 이름 석 자 보다 작품 속 캐릭터 그 자체로 대중의 기억 속에 남고 싶어 했다.

그런 신현빈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인생 캐릭터’가 추가됐다. 지난 5월 인기리에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연출 신원호, 극본 이우정) 속 외과 레지던트 3년 차 장겨울. 신현빈은 지극히 일상적인 캐릭터에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인물을 완성해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응답’ 시리즈와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의 신작으로 기획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지난 28일 14.1%(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로 최고시청률을 갈아치우며 시즌1을 마쳤다. 올 연말부터 시즌2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감사한 마음이 제일 크고, 따뜻한 이야기를 따뜻한 사람들과 잘 마쳤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게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고, 보는 분들도 그렇게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해요. 종영하고 인터뷰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서로 너무 보고 싶다고 얘기를 하게 되고 그렇더라고요. 희한하게 정말 사랑이 넘치고 미담만이 가득한 현장이었어요. 현장 분위기가 드라마에 잘 담긴 것 같아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장겨울로 분한 신현빈.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장겨울로 분한 신현빈. /tvN

신현빈이 연기한 겨울은 차갑고 무뚝뚝한 성격의 소유자지만, 우직하고 성실한 면모는 물론 환자를 보살피는 일에 대해서는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뜨겁고 열정적인 인물이다. 때로는 온정이라고는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단호박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특유의 차분함과 이성적인 태도로 믿음을 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여기에 응급 환자의 썩은 다리에 구더기가 들끓어 모두가 나서기를 주저하던 와중에 당연하다는 듯 묵묵히 구더기를 손으로 떼내는가 하면, 컵라면은 기본 2개로 시작하고 회의 시간을 틈타 간식을 야무지게 해치우고, 아동학대범을 잡기 위해 병원을 맨발로 질주하는 등 의외의 모습으로 반전 매력을 선사하기도 했다.

신현빈은 처음 대본을 통해 장겨울을 만난 뒤 “재밌다”고 생각했다. 그는 “주변에서 봤던 사람인데 극 중 인물로는 자주 만나보지 않은 것 같은 사람이라는 점이 재밌었다”며 “캐릭터의 성격을 보여주기 위한 설정들도 재밌었고, 매력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장겨울에 대해 ‘편견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겨울은 편견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정원이 신부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성소수자냐고 물어본다든가, 민하가 아버지가 지리산 밑에서 민박집을 해서 남자친구랑 헤어졌다고 얘기하니 민박집 경치 좋겠다는 얘기를 하잖아요. 부럽다고.(웃음) 또 민하가 크리스마스 때 첫 키스 하는 게 소원이라고 하니까 본인도 키스 경험이 없다고 하고. 하하. 민하가 본인보다 연애 경험도 많고 심지어 나이도 다섯 살이나 많은데, 키스 경험이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편견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정원이 겨울의 잘못을 지적했을 때도 그것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고 맞다 생각하는 부분은 이야기할 수 있는 모습에서도 (겨울의 편견 없는 모습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남다른 노력으로 장겨울을 더욱 입체적으로 완성한 신현빈. /최성현스튜디오
남다른 노력으로 장겨울을 더욱 입체적으로 완성한 신현빈. /최성현스튜디오

신현빈은 정신없이 돌아가는 병원 속 외과 레지던트의 삶을 리얼하게 담아내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화장기 없는 얼굴과 질끈 묶은 머리스타일 등 외적 변신을 꾀한 것은 물론, 다소 힘없는 말투와 무표정 등으로 캐릭터의 현실감을 높였다. 특히 머리끈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세심함을 보였다.  

“스프링 같은 고무줄로 머리를 묶었는데, 아무래도 전문가가 머리를 묶으면 예쁘게 나올 수 있어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위해 현장에서 제가 직접 묶었어요. 그래서 매번 달랐고, 또 겨울이 아침에 머리를 묶는다고 하루 종일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고 중간중간 계속 다시 묶었을 거잖아요. 그렇다고 거울을 보고 예쁘게 묶을 사람도 아니고요.

또 볼펜으로 머리를 고정시키고 했었는데, 그런 부분도 캐릭터에 잘 맞는다고 생각을 해주신 것 같아요. 머리끈도 실제 제가 집에서 사용하는 거예요. 머리가 조이지도 않고, 편안하고 자국도 안 남거든요. (극 중 겨울이) 머리를 오래 묶고 있으니까 제일 편한 걸로 묶지 않았을까 싶어서 그 머리끈을 택했죠.”

신현빈은 극 중 러브라인을 형성했던 유연석(정원 역), ‘윈터가든’ 커플 탄생에 혁혁한 공을 세운 조정석(익준 역)을 포함, 많은 동료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고 장면을 완성해나가며 연기의 재미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연기를 하면서) 많은 순간 괴로움에 빠지기도 하지만, 상대방의 연기로 인해 그 장면이 더 풍성해지고 서로가 좋은 걸 주고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서로를 채워서 더 좋은 걸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그런 순간들이 정말 많았어요. 상대 배우가 내 부족함을 채워주고 있다는 생각을 연기를 하면서도, 화면을 보면서도 느끼는 순간들이 많았고 그렇기 때문에 저도 더 노력했고, 더 잘해서 더 좋은 걸 같이 만들고 싶었어요. 좋은 자극을 받았어요.”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도 값진 성과다.

“최근 여러 작품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작품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주변에 남게 되고, 그들이 제게 주는 힘도 되게 크거든요. 그런 마음들이 애틋하고 고맙고 강해지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 과정에 이 작품도 있었고요. 배우들이 참 많았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 좋은 사람들만 있었던 현장이었어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힘이 됐어요.”

어느덧 데뷔 10주년을 맞은 신현빈. /최성현스튜디오
어느덧 데뷔 10주년을 맞은 신현빈. /최성현스튜디오

신현빈 2010년 영화 ‘방가? 방가!’로 데뷔했다. 극 중 베트남 출신 노동자 장미 역을 맡은 그는 첫 작품임에도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자랑해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으로 제47회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영화 ‘어떤 살인’(2015), ‘공조’(2017), ‘변산’(2018), ‘힘을 내요, 미스터 리’(2019) 등과 드라마 ‘무사 백동수’(2011), ‘아르곤’(2017), ‘미스트리스’(2018), ‘자백’(2019)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지난 2월에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빚 때문에 가정이 무너진 캐릭터 미란으로 분해 아슬아슬하고 불안한 인물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풀어내 호평을 얻었다. 매 작품,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며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며 눈을 반짝였다.

“도전까지는 거창하고, 전에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호기심은 있어요.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캐릭터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고, 표현하고 싶어 하고요. 제가 관객이나 시청자의 입장에서 배우를 바라볼 때 그런 걸 원하기도 하고요. 그런 마음들이 작품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어요.

따뜻하면서도 단단한 배우 신현빈. /최성현스튜디오
따뜻하면서도 단단한 배우 신현빈. /최성현스튜디오

계속 작품 속 캐릭터로 보일 수 있게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라는 사람이 표현해내는 것이기 때문에 물론 어디까지, 얼마나 다를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언제까지 가능할지도 모르겠고 지금도 얼마나 달라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려고 계속 애를 쓰는 과정 속에 있어요. 나라는 개인보다 캐릭터가 먼저이길 항상 바랐어요. 캐릭터로 기억이 됐다면, 충분해요.”

어느덧 연기 인생 10년이 된 신현빈에게 특별한 목표나 계획은 없다.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을 잊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자 다짐이다. 거창하진 않지만, 따뜻하면서도 단단한 신현빈의 마음이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목표나 계획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예기치 못한 일들이 상황들이 너무 많은 삶 속에서 무언가 계획하고 목표로 한다는 게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루하루 건강하고 재밌게 잘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매 작품 충실하게 해나갔으면 좋겠고…

그렇게 저 다운 선택들을 해나가다 보면 시간이 지나고 나서 어떤 모습으로든 보이지 않을까요. 순간순간에 집중하고 싶어요. 그래서 사람들의 소중함을 더 느끼고 있나 봐요.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을 더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고, 저도 좋은 사람들에게 더 잘하고 싶고, 저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것 같아요. 그게 저의 목표이자 계획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