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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유아인이 달라졌다
2020. 06. 22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유아인이 달라졌다. /UAA
배우 유아인이 달라졌다. /UAA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유아인이 달라졌다. 배려를 위해 소통을 닫아버렸던 그는 걱정을 내려놓고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놨다. 두렵고 자신이 없어 회피했던 그는 감추거나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냈다.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불안함과 두려움은 편안함으로 바뀌었다. 달라진 유아인이 빛나는 이유다.

유아인은 2003년 KBS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독립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2007)로 데뷔한 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연기 내공을 쌓았다. 드라마 ‘밀회’(2014), ‘육룡이 나르샤’(2015~2016), ‘시카고 타자기’(2017) 등과 영화 ‘베테랑’(2015), ‘사도’(2015), ‘좋아해줘’(2016), ‘버닝’(2018) 등 매 작품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특히 ‘베테랑’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부터 ‘사도’ 불운의 세자, ‘버닝’ 불안한 청춘 종수까지 강렬하고 굵직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구축해왔다. 시대와 장르를 불문하고 탄탄한 연기력으로 독보적인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은 그런 유아인의 틀을 완전히 깨버리는 작품이다. 그동안 사뭇 진지하고,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작품들을 통해 개성 강한 연기를 보여줬던 그는 옆집 청년 같은 평범하면서도 친숙한 얼굴로 관객 앞에 선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옷이었지만, 유아인은 역시 흠잡을 데 없는 ‘패셔니스타’였다.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에서 평범한 청년 준우를 연기한 유아인 스틸컷./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에서 평범한 청년 준우를 연기한 유아인 스틸컷./롯데엔터테인먼트

‘#살아있다’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데이터‧와이파이‧문자‧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생존 스릴러다.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맷 네일러가 쓴 ‘얼론(Alone)’ 원작으로, 조일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각색했다.

첫 장르물인 ‘#살아있다’에서 유아인은 세상과 단절된 채 혼자 남겨진 유일한 생존자 준우로 분했다. 평범한 얼굴로 돌아온 유아인은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개성 있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옆집 청년 준우 그 자체로 분해 현실감 있는 연기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친근한 생활 연기로 인간적인 매력을 더한 것은 물론, 짧은 탈색 헤어로 개성 넘치는 외적인 변화를 꾀해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여기에 극한에 내몰린 절박하고 막막한 상황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존해나가는 과정에서의 인물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내며 극을 이끈다. 현실감이 살아있는 액션 연기도 부족함이 없다.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유아인은 깊고 확고한 신념을 가진 솔직한 청년의 모습은 그대로였지만, 한결 편안해진 모습이었다. 유아인은 “내 스스로 편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 편안함을 관객들이 느꼈으면 했다”며 “조금 더 나와 가까운 모습들을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도전을 택한 유아인. /UAA
새로운 도전을 택한 유아인. /UAA

-작품을 택한 이유는.
“배우로서 도전 의식을 자극했다. 장르적 특성이 잘 살아있었고, 정통 좀비물의 장르적 특성을 계승하면서도 배우를 활용하는 방식이 색달랐고, 할 이야기가 많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전에 해보지 못한 도전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속도감 있게 군더더기 없이, 힘 있게 진행이 됐다. 또 인물이 상황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장르물에서 인물의 내면을 이렇게까지 짚어내도 되는 건가 생각이 들 정도로 독특한 균형이 있는 장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독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고.
“신인감독과의 작업에 있어서 어떤 적극성을 가져갈 수 있을까 스스로 시험하는 무대였다. 전에 해보지 않았던 시도들을 해볼 수 있었다. 리허설 영상을 찍어서 (감독에게) 보낸다거나, 현장에서 배우들과도 전보다 훨씬 더 많이 소통했다. (현장에서) 조심스러워했던 부분들을 뛰어넘어보려고 했던 것 같다. 너무 배려한답시고, 존중한답시고 소통을 닫아버리는 것이 아니고, 위험할지언정 영화를 중심에 놓고 느끼는 바를 시원하게 털어놓으면서 해볼 수 있었던 현장이었다.”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면.
“신인감독님과의 작업이기도 했고, 현장 분위기도 젊었다. 해선 안 될 일이 아니라 내가 가져가야 할 책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그동안 내 할 일만 잘 하고 나에게만 집중한다는 입장이었다면, 이번에는 의견을 표출하면서 작품에 임해야겠다는 의지들이 있었다. 나이도 그렇고, 어느 정도 경력도 그렇고… 항상 월권이라는 것이 조심스럽고 두려웠다. 말이라는 것이 아 다르고 어 다르지 않나. 또 어디까지 예의인지 모르겠고… 마음으로 예의를 충분히 갖고, 시원하게 소통해보자는 태도였던 것 같다.”

-앞으로 현장에서의 방향성이나 태도에도 영향이 있을까.
“그런 시도들이 실패했다면 위축됐을 것 같은데 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더라. 배우들과 소통할 때도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시원시원하게 얘기해보고, ‘이렇게 한 번 해 볼게요’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누군가 그 안에서 상처받거나 의심을 표한다거나 부정적인 인상을 남기면 위축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너무 큰 우려를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 열려있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재밌어해주고 도전 의식을 갖은 배우들이었다는 측면에서 안도감이 들었다. 조심스러웠던 시도들이 잘 녹아드는 걸 느끼면서 용기를 갖고 해봤다. ‘자기 할 일만 잘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옳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한번 시도해보자 이런 식의 태도, 그런 것들이 훨씬 더 흥미로운 순간들을 만들어 내더라. 기대하지 못했던.”

-장르물은 처음이었는데.
“안 해봐서 모호하고 불안한 지점들은 있었다. 내가 어떻게 반응할 수 있을까 싶었다. 현실적으로 그려지기 어려운 좀비 장르 속에서 자연스럽게, 즐기면서 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할 수 있어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걱정과 계산속에 빠져있기보다는 상황에 완전히 빠져 리액션 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생각하고 연기했다.”

-기존 연기해왔던 인물들보다 현실적이고 편안한 캐릭터였다. 준우를 통해 배우 유아인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그동안 많은 인물들이 아주 현실적인 보편성이나, 그 시대의 젊은이들 모습 같은 걸 함축적으로, 은유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시적 언어로 사용되는 캐릭터였다면, ‘#살아있다’ 준우는 진짜 시대에 존재할 것 같은 옆집 청년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생각의 전환들이 있었던 것 같다. 은유적으로 진지하게 가져가는 것보다 내 스스로 편해지고 싶다 그리고 그 편안함을 관객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선 굵고 강렬하고 인상 깊은 이미지를 느끼는 것도 좋지만, 조금 더 나와 가까운 모습들을 느껴주셨으면 좋겠다. 한편으론 내가 갖고 왔던 필모그래피를 통해 형성될 수밖에 없었던 이미지를 내 스스로 깨버리고 싶은 욕망들이 있었던 것 같다.”

유아인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소감을 전했다. /UAA
유아인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소감을 전했다. /UAA

-상대 배우 없이 블루 스크린이나 홀로 연기하는 촬영이 많았는데, 어렵진 않았나.
“생각보다 더 어렵더라. 한국영화에서 배우를 트레이닝 시키는 좋은 점이 뭐냐면 꽤 사실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대역 배우들이 보편화돼있지 않고 상대배우와 진짜 호흡하면서 더 진정성 있게 사실적인 연기로 풀어낼 수 있는 현장이다. 블루 스크린은 전적으로 상상과 비주얼 라이징에 기반해야 하는 아주 기술적인 연기를 필요로 하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자신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어느 정도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시험 무대라는 정도의 생각은 있었다.

(촬영이 끝나고 나니) 그런 시도들을 조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능력을 쓰는 캐릭터라든가, 조금 더 기술력을 요구하는 작품들을 체험하는 것도 의미 있고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리우드 보면 누군가는 히어로 영화를 디스하기도 하잖나. 저게 배우냐, 영화냐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나는 완전히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이다. 정말 좋아하고, 그런 영화들이 갖는 의미나 관객들에게 주는 힘이 틀림없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영화에서도 많은 시도들이 있지 않나. 유아인을 달리 활용하려는 시도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나조차도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싶다.”

-좀비가 현실에 존재하진 않지만, 좀비처럼 유아인을 위협하거나 위기감을 느끼게 했던 존재나 상황이 있었다면.
“어떤 사람으로 특정하기엔 위험하지만, 잃을 것 없고 두려움 없는 사람을 무서워한다. 다음이 없는 것 같은 사람들의 기운을 느낄 때 피해 가야 한다. 하하. 인생에 대한, 삶에 대한 조금의 애착도 느껴지지 않는 사람을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안하무인이고, 말 안 통하고 그런 사람들을 무서워한다. 한 끗 차이인 것 같다. 막장 인생을 살아도 진짜 쿨하고 멋있게 사는 사람들이 있고, 위화감을 조성하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공포를 조성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그럴 때 나는 회피한다. 절대 정면 돌파는 없다. 하하. 어떤 중대한 가치 판단이 이뤄질 때는 그냥 간다. 내 목숨도 버린다 싶을 정도로 무언가가 타오를 때가 있는데, 통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굳이 그러지 않는다.” 

-그동안 현실에 기반한 미완의 청춘을 많이 표현해왔는데,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에 대한 생각은.
“내가 그려내고 싶었던 모습이고, 그런 부분을 느껴주고 좋은 평가를 해주는 것에 있어서 감사할 뿐이다. 내가 그냥 그 시기에 있어서 젊은이들을 표현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누구라도 미완한 존재이지만 젊은이들의 불안, 미완의 상태, 그리고 청춘에 어울림직한 찬란함, 빛, 아름다움 같은 것들이 확실히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다뤄낼 수 있는 대표적인 배우로 인식되고 해석해 주고 판단해 준 부분에 있어서는 너무 감사하고, 배우로서 해내고 싶은 욕심과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집착해왔던 부분이 있다.

개인적인 기호나 욕심보다 배우로서 내가 그려내고자 하는 그림이 나에겐 훨씬 더 강렬했기 때문에 집착적으로 그려왔던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은 나를 닫아놨던 뚜껑이나 벽 같은 것들이 많이 허물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 그 모든 것들은 어떤 자존감과 연결될 것 같다. 나를 서 있게 하는 힘 같은 게 그 시대에는, 그 시절에는 그랬던 것 같다. 사뭇 진지하고 깊이 있게 빠져들고, 비교적 진지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워낙 날래는 얘기들이 많고, 그런 것들로 젊은 배우들을 소비하려는 작품들이 많다보니까 거기에 대한 호오를 떠나서 그게 제 나름의 차별화전락이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살아남기 위해서.(웃음)”

한결 편안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유아인. /UAA
한결 편안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유아인. /UAA

-캐릭터뿐 아니라, 배우 유아인도 한결 편안해진 느낌이 드는데.
“극단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확실히 편해진 부분은 있다. 사실 인터뷰는 말을 해야 하는 것인데, 나는 사실 말의 정확성을 믿지 않는다. 말이 만들어내는 오해나 말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옳은 말보다 틀린 말이 더 많은 것 같다는 느낌으로 항상 살아가서 말이 참 조심스럽고 정확한 단어를 선택하고 싶어 했다. 현실이 모호하기 때문에 모호한 그 상태로 얘기하고 싶었고, 모호한 것을 선명하게 혹은 정확하게 얘기하는 우를 범하고 싶지 않은 욕심이 있었다. 지금은 내려놨다고 해야 하나, 포기했다고 해야 하나 너무 무게를 두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단어 하나하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너무 집착하지 않게 된 것 같다. 좋은 걸 수도 있고, 나쁜 걸 수도 있고. 편한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잖나.(웃음)”

-최근 ‘방구석1열’ ‘나 혼자 산다’ 등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평소 예능 울렁증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울렁거리는 모습 그 자체를 보여 드리는 것도 자연스럽고 재밌는 일이 되겠다 싶었다. 정제된 모습, 멋있는 모습만 보여야겠다는 마음이 들 때는 내가 그걸 충분히 해낼 수 없으니까 피해 다니기도 했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어떤 면이든 그냥 다 자연스러운 내 모습들이고 되레 그것들을 감추고 가리기보다는 드러내면서 ‘이런 놈도 있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게 더 의미 있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내 스스로 어려워할 때 사람들도 어려워할 거 같고 내 스스로 편해지면 사람들도 날 편하게 느끼지 않을까 이런 기대감들이 작용한 것 같다. 당연히 ‘#살아있다’가 준 명분도 있다. ‘#살아있다’랑 ‘나 혼자 산다’랑 얼마나 잘 어울리나. ‘버닝’ 찍고 ‘나 혼자 산다’ 나가긴 좀 그렇지 않나. 하하.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연결고리가 생겨나고 기회나 상황이 펼쳐지더라. 그걸 굳이 피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먼저 제안하기도 했고.”

-서른 중반임에도 여전히 유아인만의 소년성을 유지하고 있는데, 비결이 있다면.
“유지하려고 하려는 건 아니고 원래. 하하. 워낙 장난을 잘 치고, 친구들 안에서 내가 제일 웃긴 존재로 통할 만큼 웃기는 애인데, 유아인의 그림이 그렇진 않지?(웃음). 그런 성향이 유지되는 건 원래 그래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배우 일이 만들어낸 측면도 있는 것 같고 직업병 같은 것도 있는 것 같다. ‘피터팬 콤플렉스’ 같은 건 아니지만, 내가 가진 순수함이나 소년성, 그런 마음을 가능하다면 오랫동안 가져가고 싶은, 어떤 걸로도 덮어버리고 싶지 않은 욕심이 있다. 그런 것들이 반영되는 것이 아닌가.

자연스럽지 않은 순간들이 오게 되면 그 순간을 잘 자각하고 놓아주어야겠지.(웃음)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가 너무 모호하고, 한 끗 차이 같은 거라서. 귀여움과 귀여운 척을 하는 것이 다르고, 꾸러기인 것과 징그러운 것이 다르잖나. 그 안에서 척하지 않는 것.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안에서 조금 편안한 모습, 혹은 장난기 같은, 친숙함에 기반하는 걸 텐데, 가공하거나 만들어내지 않고 온 마음으로 진심일 수 있어야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일 중요한 건 매 순간 주제 파악이다. 본인이 느끼는 자연스러움과 상관없이 외모에서 자연스럽지 않은 순간이 도래할 수도 있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