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李씨네
[소리꾼] 판소리의 맛, 이봉근의 힘
2020. 06. 23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소리꾼’(감독 조정래)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리틀빅픽처스
영화 ‘소리꾼’(감독 조정래)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리틀빅픽처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소리, 그러나 제대로 감상한 적 없는 한국의 정통음악 판소리가 ‘뮤지컬 영화’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관객과 만난다. 국악계 명창 이봉근이 주인공 학규로 분해 마음을 흔드는 열연을 펼친다. 영화 ‘소리꾼’(감독 조정래)이다. 

세상을 웃게 한 이야기, 세상을 울린 목소리

영조 10년, 소리꾼 학규(이봉근 분)는 착취와 수탈, 인신매매로 정국이 어수선한 시기 납치된 아내 간난(이유리 분)을 찾기 위해 저잣거리에서 노래한다. 그의 유일한 조력자 장단잽이 대봉(박철민 분) 그리고 행색은 초라하나 속을 알 수 없는 몰락 양반(김동완 분)까지 학규를 필두로 하나 둘 뭉친 광대패는 한과 흥이 뒤섞인 조선팔도 유랑을 시작한다. 길 위에서 만난 피폐해진 조선. 민심을 울리는 학규의 노래가 시작되고, 소리는 세상을 바꾼다.

‘소리꾼’은 소리꾼들의 희로애락을 조선팔도의 풍광명미와 아름다운 가락으로 빚어낸 뮤지컬 영화다. 2016년 영화 ‘귀향’을 통해 일본군 성 노예제 피해 사실을 알리며 전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냈던 조정래 감독의 신작이다. ‘심청가’를 기반으로, 천민인 소리꾼들의 한과 해학의 정서를 담았다.

‘소리꾼’에서 열연한 이봉근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소리꾼’에서 열연한 이봉근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단연 음악과 노래다. 소리꾼 학규의 입을 통해 음악이 만들어지면서 이야기가 흘러가는 독특한 영화적 구조를 띄는데, 소리꾼과 고수의 호흡이 담겨있는 전통 판소리는 물론, 쉬운 가사와 편안한 장단으로 재해석한 소리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판소리의 다채로운 매력을 담았다.

이봉근의 힘이다. 판소리의 맛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연기에 도전한 그는 무난한 연기력을 보여주지만, 소리만큼은  ‘저세상’ 실력으로 관객을 단숨에 압도한다. 특히 영화의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피를 토해내듯 절규하던 학규, 이봉근의 소리와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소리꾼’은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다.

이봉근이 농익은 소리로 감동을 선사한다면, 청이를 연기한 김하연은 투명하면서도 한이 깃든 소리로 활력을 더한다. 때로는 깜찍하고 순수한 목소리로, 때로는 절절한 슬픔이 묻어있는 소리로 마음을 흔든다. 김하연이 앞으로 어떤 배우로 성장할지 기대된다.

‘소리꾼’에서 아역답지 않은 존재감을 보여준 김하연(왼쪽)과 아쉬운 모습을 보인 김민준(오른쪽 아래)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소리꾼’에서 아역답지 않은 존재감을 보여준 김하연(왼쪽)과 아쉬운 모습을 보인 김민준(오른쪽 아래)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하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과 이야기의 전개는 전형적이고 뻔하다. 진부한 스토리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고, 신파 코드도 짙다. 특히 영화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내레이션은 어린이 뮤지컬을 보러 온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가족에 대한 사랑,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주제 의식 등 착하고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영상교재 같기도 하다. 이에 두 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몇몇 배우들의 연기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겉만 충신인 부패한 양반 김준을 연기한 김민준은 극의 긴장감을 자아내긴커녕 다소 어색한 연기톤으로 몰입을 방해한다. 그동안 다수의 작품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카리스마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맞지 않은 옷이었다.

연출자 조정래 감독은 “공동체의 힘으로 모두가 고난을 극복하고, 희생을 통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아름다운 화합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가족의 사랑과 힘이 고난을 극복할 수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라는 것을 영화에 녹여내고자 했다”고 ‘소리꾼’의 의미를 전했다. 러닝타임 119분, 오는 7월 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