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영역을 또 한 번 확장한 박신혜. /솔트엔터테인먼트
자신의 영역을 또 한 번 확장한 박신혜. /솔트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박신혜가 또 한 번 자신의 영역을 확장했다. 오늘(24일) 개봉한 ‘#살아있다’(감독 조일형)를 통해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던 캔디형 여주인공이 아닌,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면모로 색다른 변신을 시도하고, 하반기 개봉 예정인 영화 ‘콜’(감독 이충현)에서는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한 캐릭터 변신을 예고, 기대를 모은다. 또 현재 촬영 중인 JTBC 드라마 ‘시지프스 : the myth’(가제)를 통해 본격 액션을 선보일 예정으로 기대를 더한다. 그의 새로운 도전에 뜨거운 관심이 쏠린다.

첫 행보는 ‘#살아있다’다. 당초 3월 ‘콜’로 먼저 관객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봉을 연기했다.

‘#살아있다’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데이터‧와이파이‧문자‧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생존 스릴러다. 좀비를 떠올리게 하는 감염자들을 소재로 하는 ‘#살아있다’는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맷 네일러가 쓴 ‘얼론(Alone)’ 원작으로, 조일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각색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살아있다’는 개봉 전날인 23일 예매율이 60%까지 육박하며 뜨거운 관심을 얻은 데 이어, 개봉 당일인 24일 오전 67.7%까지 치솟았다.

영화에서 박신혜는 남다른 생존 능력으로 위기를 대처하는 또 다른 생존자 유빈으로 분했다. 유빈은 극한의 상황을 직시하고 당차게 자신만의 생존기술을 만들어가는 인물로, 박신혜는 살아남으려는 유빈의 생존 본능을 침착하고 대범한 눈빛과 표정으로 담아낸 것은 물론, 고난도 액션을 직접 소화하며 몰입도 높은 연기를 펼쳤다. 특히 극 중반부터 등장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 호평을 얻고 있다.

박신혜가 ‘#살아있다’ 개봉을 앞두고 소감을 전했다. /솔트엔터테인먼트
박신혜가 ‘#살아있다’ 개봉을 앞두고 소감을 전했다. /솔트엔터테인먼트

지난 23일 <시사위크>와 만난 박신혜는 ‘#살아있다’를 향한 쏟아지는 관심에 “감사하면서도 걱정이 앞선다”며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작품의 흥행보다 관객의 안전을 걱정하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살아있다’가 관객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예매율이 60%에 육박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운데.
“굉장히 감사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걱정이 많이 앞선다. 아무리 극장 내에서 철저한 관리가 이뤄진다고 해도 시기가 시기인 만큼 안전에 관한 부분을 생각을 안 할 수 없겠더라. 또 많은 분들이 문화생활을 기다리고 있었구나 싶었다. 우리 영화를 기다린 관객도 물론 있겠지만, 일상적인 생활을 기다린 분도 많이 계셨구나 생각이 들면서 찡하기도 했다.”

-어떤 점에 끌렸나. 
“‘콜’을 찍고 나서 다음 차기작을 어떤 걸 준비해야 할까 생각하던 중 ‘#살아있다’ 시나리오를 봤고, ‘재밌다’에서 시작했다. 장르물임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군더더기 없었다. 사건이 발생한 계기나 이유가 없이 그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포인트였는데, 흥미로웠다. 또 개인적으로는 조금 쉬어가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일을 하고 나서 다음 작품을 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편인데, ‘#살아있다’는 즐겁게 작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택하게 됐다.”

-촬영도 재밌었나.
“‘콜’ 같은 경우는 내가 이끌어가야 하고, 관객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매 작품 모든 사람들에게 나의 모습만 보여줄 순 없지 않겠나. 많은 분들이 (‘#살아있다’ 속) 분량이 적어서 아쉽지 않았냐고 물어봤는데, 아쉬움 보다 작품이 갖고 있는 느낌이 좋아서였는지 찍으면서도 즐거웠고 오히려 마음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

-영화 중반부터 등장하는데, 극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위해 고민했을 것 같다.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상대방 얼굴을 보면서 연기한 게 아니라서 걱정했다. 수시로 확인하면서 촬영했고 미리 맞춰보면서 준비했다. 다행히 어색하지 않게 나온 것 같다. 영화가 이렇게 끝이 나나 싶은 순간에 유빈이 등장하면서 반전을 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혼자 남겨져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 생존자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희망을 갖게 되잖나. 함께 할 수 있는 혹은 무언가를 도모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반전을 주면서 분위기를 바꿔가는 요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살아있다’에서 유빈으로 분한 박신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살아있다’에서 유빈으로 분한 박신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유빈은 기존 재난 영화에서 그렸던 여성 캐릭터와 달랐다. 액션은 물론,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캐릭터였는데. 어떻게 해석하고 준비했나.
“많은 (여)배우들이 액션을 찍었고, 몸을 잘 쓰는 분들이 분명 있기 때문에 신체적인 차이에 있어서는 완벽하게 따라갈 순 없었다. 감독님이 일부러 (능동적인 모습을) 부각시키려고 설정을 하진 않았던 것 같다. 취미로 등산을 했던 친구라 장비를 갖추고 있었고, 등반하다 떨어진 적이 있어서 트라우마를 갖고 있었다. 준우와의 대화를 통해 유빈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을 통해 액션에 대한 기회가 더 많이 생길 것 같은데, 욕심도 생겼나.
“다양한 장르에 대한 욕심은 늘 있었다. 많은 분들이 로맨틱 코미디나 캔디형 여주인공이 잘 어울린다고 해주셨다. 그런 틀이 있었기 때문에 기회가 오지 않았다기 보다 그 나이대에는 그런 장르와 캐릭터가 잘 어울려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30대가 되면서 폭이 넓어진 것 같다. 내가 한 작품을 끝낼 때마다 다른 새로운 문들이 열리고 그것들을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살아있다’의 액션은 맛보기였다. 아마 다음 작품(‘시지프스 : the myth’)에서 조금 더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액션이나 장르물에 대한 갈증을 점점 해소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

-평소 좀비물에 대해 관심이 있었나. ‘#살아있다’만의 차별화된 재미를 꼽자면.
“좀비를 좋아한다기보다 그 상황에 놓여있는 관계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재밌었다. 다양한 상황과 사람들을 만나는 요소들이 재미를 준다고 생각한다. (‘#살아있다’ 속 좀비들은) 인간이었을 때 갖고 있던 습성이나 습관이 (좀비가 돼서도) 나타나는 지점들이 재밌었다. 그로 인해 인물들이 당하게 되잖나. 재밌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감염자들이 준우(유아인 분)와 유빈이 갇혀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했다. 우리 영화가 장르물이긴 하지만, 가장 기본으로 돌아갔을 때 사람과 사이에 있는 관계의 끈, 혹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박신혜가 ‘#살아있다’만의 매력 포인트를 언급했다. /솔트엔터테인먼트 ​
​박신혜가 ‘#살아있다’만의 매력 포인트를 언급했다. /솔트엔터테인먼트 ​

-고립된 상태에서 준우와 유빈이 느끼는 외로움이 현 상황과 맞물려 공감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외로움에 대한 부분은 시나리오를 읽을 당시에도 공감을 했다. 지금 상황뿐 아니라 요즘 현대 사회에서 1인 가구가 많아지지 않았나. 각자 다양한 이유로 혼자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외로움이 닮아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나.
“일 끝나고 집에 들어갔을 때 가끔 공허함을 느낀다. 성취했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그 성취가 오히려 공허함으로 돌아올 때가 있더라. 한 작품 끝나고 나면 외로움과 공허함이 분명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작품을 한 시간이 그냥 사라져버린 것 같은 생각도 가끔 든다. 방송이나 VOD를 통해 흔적이 남아있지만, 내가 뭘 했더라 싶을 때도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기가 있다. 그럴 땐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힘을 얻기도 한다. 외로움이라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박신혜를 살아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있다면.
“드라마 ‘시지프스 : the myth’ 촬영 중인데 지금 몸에 상처와 멍이 많다. 촬영 다음날 통증들과 몸이 무겁고 그럴 때 내가 살아있다고 느낀다. 즐겁게,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생각도 든다. 또 아침에 눈을 뜨고 숨 쉴 때,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이 아침 인사를 해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박신혜가 연기 인생 17년을 되돌아봤다. /솔트엔터테인먼트
박신혜가 연기 인생 17년을 되돌아봤다. /솔트엔터테인먼트

-어느덧 데뷔 17년이다. 어떤 시간이었나.
“얼마 전 엄마랑 같이 산책하고 벤치에 앉아서 ‘어떻게 이 일을 지금까지 이렇게 하고 있을까’하며 웃었다. 1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개념이 잘 안 선다. 무뎌진 것 같기도 하고, 늘 새로워서 그런 건지 앞으로가 더 궁금해서인지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너무 감사한 시간이었고, 행복했던 기억들이 대부분이다. 행복했다. 더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역배우로 데뷔해 30대가 됐는데, 변화나 앞으로의 삶에 대한 기대감도 있나.
“책임감의 무게도 느끼는 나이지만, 굉장히 자유로워진 느낌도 든다. 무섭거나 혹은 두려워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과감하게 할 수 있는 나이가 됐고 작품 선택의 폭이 넓어진 부분에 대해서도 즐겁다. 전에는 어려서 잘 몰랐던 것들이 이제는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큰 건 엄마와 대화가 통한다는 거다. 여자로서 큰 변화다. 같은 여자지만, 엄마의 이야기를 공감하지 못하고 다투기만 했었다. 그런데 어느새 내가 엄마를 위로하고 있더라. 20대 때와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여자로서 엄마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게 느껴졌다. 철이 들고 안 들고 차이가 아니다. 공감은 또 다른 이야기인 것 같다.”

-‘#살아있다’가 영화계의 위기를 끊어줄 한 방이 되기를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살아있다’가) 지금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느끼시더라. 신기하다. 어떤 의도를 갖고 만든 작품은 아니지만, 늘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나의 상황에 빗대어보기도 하고 위로를 얻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한다. 굉장히 신기한 힘을 갖고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문화와 언어를 뛰어넘어 같은 마음을 공유할 때도 있잖나. ‘#살아있다’ 준우와 유빈이 만나 서로 희망을 갖고 헤쳐나간 것처럼, 보는 분들도 기분 좋은 희망을 갖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그동안 힘들었던 감정들을 저희 영화를 보면서 털어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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