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와 성인의 스킨십을 아름답게 포장해 시청자들의 불편감을 자아낸 SBS '편의점 샛별' / SBS '편의점 샛별' 방송화면
미성년자와 성인의 스킨십을 미화시켜 시청자들의 불편감을 자아낸 SBS '편의점 샛별이' / SBS '편의점 샛별이' 방송화면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싸움 좀 하는 여고생 샛별(김유정 분)은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담배를 피다 지나가던 청년 대현(지창욱 분)에게 “저기요, 잠시만요. 편의점에서 소보로 멘솔 세 갑만 사다주시면 안돼요?”하고 아양을 떨며 다가선다.

“학생들 미쳤어?”라고 대현이 으름장을 놓자 샛별은 “아앙~ 좋은 사람 같은데”라며 “잘 생긴 오빠 그러지 말구요. 딱 한 번만요”라고 재차 부탁한다. 대현이 못 이긴 척 담배 대신 은단을 사다주며 “웬만하면 끊어라 뼈 삭는다”라고 말하자 샛별은 대현에게 입을 맞춘다. “이건 나 걱정해준 값. 담배 끊으라고 한 사람 오빠가 처음이예요”라는 대사로 미성년자와 성인간의 스킨십을 애써 포장한다. SBS 새 금토드라마 ‘편의점 샛별이’의 이야기다.

지난 19일 첫 방송된 SBS ‘편의점 샛별이’는 똘기 충만 4차원 알바생과 허당끼 넘치는 훈남 점장이 편의점을 무대로 펼치는 24시간 예측불허 코믹 로맨스다. 지난해 큰 사랑을 받았던 ‘열혈사제’ 이명우 감독의 신작으로 방영 전부터 시청자들의 큰 기대를 모았다.

무엇보다도 ‘편의점 샛별이’는 동명의 성인 웹툰을 리메이크하기로 결정해 화제성과 함께 우려감을 자아냈다. 드라마 황금시간대 중 하나인 금토드라마 10시에 편성을 확정지으며 ‘편의점 샛별이’를 향한 기대감과 우려가 증폭됐다.

이와 관련 이명우 감독은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원작이 갖고 있는 캐릭터의 힘이나 긍정적인 요소를 잘 뽑아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드라마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원작에서 혹여나 우려되는 지점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가족드라마로 잘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시청자들의 우려감을 잠재우는 듯 했다.

선정적인 장면으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SBS '편의점 샛별이' / SBS '편의점 샛별이' 방송화면
선정적인 장면으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SBS '편의점 샛별이' / SBS '편의점 샛별이' 방송화면

하지만 이 감독의 말과는 달리, ‘편의점 샛별이’는 원작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선정적인 장면을 곳곳에 배치하며 첫 방송 만에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것. 가족 드라마는 커녕 가족들과 함께 보기 민망하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는 고등학생인 샛별이 대현에게 뽀뽀를 하는 장면 외에도 불편한 장면들이 몇 차례 삽입됐다. 대현이 샛별의 집을 잘못 찾아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오피스텔에서 현행범으로 붙잡히는 장면부터, 성인 웹툰 작가 달식(음문석 분)이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며 여성의 신체가 강조된 민망한 그림을 그리는 장면까지. ‘15세 이상 관람가’ 지상파 방송에 담기기엔 부적합한 장면들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는 듯한 카메라 각도로 문제가 된 장면 / SBS '편의점 샛별이' 방송화면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는 듯한 카메라 각도로 문제가 된 장면 / SBS '편의점 샛별이' 방송화면

뿐만 아니라 은별(솔빈 분)이 친구들과 교복을 입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카메라 각도가 문제가 됐다. 다리 아래쪽에서 위를 향하게 찍힌 해당 장면은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는 듯한 여지를 남기며 시청자들의 불편하게 만들었다. 

첫 방송이 방영된 뒤 시청자들은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와 실시간 댓글 등을 통해 수위의 부적절함에 대한 혹평을 남기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된 민원만 6,000건이 넘는다. 2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26일 기준 ‘편의점 샛별이’ 관련 접수된 민원은 6,187건”이라며 “계속해서 민원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가족드라마”를 만들겠다던 이명우 감독의 자신감 넘치는 말을 믿었던 시청자들에게 첫 방송은 당혹스러움과 실망감 그 자체였다. 성인 원작의 그림자를 지워내지 못한 ‘편의점 샛별이’. 지난해 통쾌한 코믹함을 선사했던 이명우 감독이 만든 결과물이기에 더욱 아쉽다. ‘편의점 샛별이’, 신중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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