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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조정래 감독의 믿음에 화답한 ‘진짜 소리꾼’ 이봉근
2020. 06. 26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이봉근이 영화 ‘소리꾼’(감독 조정래)로 스크린 연기에 도전했다. /리틀빅픽처스
이봉근이 영화 ‘소리꾼’(감독 조정래)로 스크린 연기에 도전했다. /리틀빅픽처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조정래 감독이 영화 ‘소리꾼’ 주인공으로 이봉근을 택했을 때 많은 이들이 반대했다. 연기력과 ‘티켓파워’가 어느 정도 검증된 배우를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수익을 내야 하는 상업영화 특성상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조정래 감독은 끝까지 이봉근이었다. 그에게서 학규의 눈빛을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봉근은 조정래 감독의 믿음에 완벽히 화답했다.

‘소리꾼’은 소리꾼들의 희로애락을 조선팔도의 풍광명미와 아름다운 가락으로 빚어낸 뮤지컬 영화다. 2016년 영화 ‘귀향’을 통해 일본군 성 노예제 피해 사실을 알리며 전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냈던 조정래 감독의 신작이다. ‘심청가’를 기반으로, 천민인 소리꾼들의 한과 해학의 정서를 담았다.

영화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지만, 제대로 감상한 적 없는 한국의 정통음악 판소리를 ‘뮤지컬 영화’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풀어내 호평을 얻고 있다. 소리꾼과 고수의 호흡이 담겨있는 전통 판소리는 물론, 쉬운 가사와 편안한 장단으로 재해석한 소리까지 판소리의 다채로운 매력을 담았다.

‘소리꾼’에서 학규로 열연한 이봉근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소리꾼’에서 학규로 열연한 이봉근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조정래 감독에게 ‘소리꾼’의 주인공은 학규도 청이도 아닌 ‘소리’ 그 자체였다. 그래서 연기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진짜 소리꾼이 소리꾼을 연기했으면 했고, 수많은 오디션 끝에 이봉근을 만났다. 이봉근은 KBS 2TV ‘불후의 명곡’에서 3회 연속 우승하며 주목을 받았고,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2012년 국악대상 연주상 등을 수상한 국악계 명창이다.

이봉근은 납치된 아내 간난(이유리 분)을 찾아 나선 일편단심 지고지순한 인물이자, 동시에 노래하는 예술가로 성장해 가는 소리꾼 학규로 분해 첫 스크린 도전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을 이끈다. 흥과 한이 담긴 소리는 두말할 것 없다.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눈물을 자아내는 판소리 열창으로 관객을 단숨에 압도한다. 조정래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지난 25일 <시사위크>와 만난 이봉근은 첫 스크린 도전에 대해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면서도 “최선을 다한 나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음악인뿐 아니라 배우로서도 활발한 활약을 예고해 기대를 모았다.

-스크린으로 본인의 연기를 본 소감은.
“좋았다. 스크린에 나오는 내 연기를 보면서 저 때 저런 감정을 갖고 연기했구나,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으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봤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잖나. 만약 그랬다면 문제가 있는 거다. 잘 됐다고 한들 이득 될 거 없다고 생각했다. 좋게 생각하고 있다.”

-영화에 도전한 계기가 있다면.
“주변 몇몇 배우들에게 ‘소리꾼’ 오디션 권유를 받았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으로 도전을 하는 것이니 어느 정도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준비를 했는데, 잘못 생각한 거였다. 원래 긴장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오디션 장에 들어가니 너무 떨리더라. 떨려서 소리를 먼저 하겠다고 했는데 연기를 먼저 하라고 해서 멘탈이 흔들렸다. 손을 덜덜 떨면서 연기를 했다. 무대 연기였다면 편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스크린 연기는 처음이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애매모호한 연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내 바닥을 다 드러내면서 연기를 했는데, 그 와중에 학규의 눈빛을 봤다고 감독님이 나중에 얘기를 해주시더라. 그 부분 때문에 학규 역에 캐스팅 된 것 같다.”

-주변 반응은 어떤가.
“우선 아버지가 엄청 좋아하신다. 친척들도, 친구들도 다 좋아하고 잘 됐다고 응원해 줬다. 아버지와 하루에 1~2번은 꼭 통화를 할 정도로 굉장히 친하다. 어제도 연락이 왔는데 플래카드를 만들었더라. 남원에 1개의 극장이 있는데, 그곳에 건다고 하더라. 내가 남원 출신인데, ‘남원의 아들 이봉근’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앞에서 고기까지 구우실까 봐 걱정이다.(웃음)”

이봉근이 본인의 연기를 자평했다. /리틀빅픽처스
이봉근이 본인의 연기를 자평했다. /리틀빅픽처스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우리나라 사극 영화를 거의 다 봤다. 20편 정도 보면서 대사를 다 따라 해봤다. 대사 타입이 두 가지로 나뉘더라. 하나는 정형화된 사극톤이고 다른 하나는 생활연기처럼 하는 톤이었다. 너무 헷갈렸다. 정형화된 사극톤으로 한다면 오히려 편하게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학규가) 천민이다 보니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고 편하게 말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잡았다.”

-소리와 연기를 함께 한 소감은. 
“재밌었다. 판소리와 연기는 뗄 수 없는 관계다. 노래 연기라고 하지 않나. 음악을 26년 정도 하다 보니 노래 연기에 대해서는 아주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연기를 따로 한다는 개념으로 간 것이 아니고 소리에 집중해서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 보여준 소리가 인상 깊었는데.
“원래 회차보다 하루 당겨 촬영을 하게 됐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하게 돼서 당황했다. 그때 많은 출연자들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이들을 다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 이분들이 모두 울어야 우리 영화가 성공한다고 했다. 안 그러면 망한다고 잔뜩 부담을 주고 본인은 모니터로 가시더라. 하하. 첫 테이크를 들어가는데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촬영하면서 처음으로 스톱을 했다. 다음 테이크에 들어가기 전에 시간을 조금 달라고 해서 집중을 했다. 이후 촬영을 했는데 300명 가까운 분들이 같이 집중해 주고 감정을 만들어 주시더라. 그 순간만큼은 나는 없었다. 오롯이 학규로서 연기를 했다.”

-원래 연기에 뜻이 있었나.
“마음은 있었는데 접었었다. 생계적인 부분 때문에 그 마음을 접었다가 이 영화를 통해서 다시 욕심이 생겼다. 현장의 치열함과 고마움, 성취감과 희열 이런 여러 가지 감정들을 겪으면서 연기라는 것이 참 매력이 있다는 걸 느꼈다. 앞으로도 더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다져졌다.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 밑천이 없기 때문에 하나씩 쌓아가고 싶다. 연극도 당연히 할 것이고, 드라마든 영화든 뮤지컬이든 불러만 주신다면 단역부터 시작해서 다 하고 싶은 마음이다.”

활발한 행보를 예고한 이봉근. /리틀빅픽처스​
활발한 행보를 예고한 이봉근. /리틀빅픽처스​

-국악인으로서, 이번 작품이 남다른 의미로 남을 것 같은데.
“맞다. 학규가 소리꾼이고 나도 소리꾼이지 않나. 소리꾼으로서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이 득음이다. 그런데 학규는 득음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삶에서 음악적 성취감을 올리겠다는 건 아니었지만, 결국 어떤 순간에 득음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도 소리꾼으로서 언젠간 득음이 하고 싶고, 여전히 노력 중이다. 또 내가 주인공이 돼서 영화를 만난다는 게 어려운 일이잖나. 그런데 기회가 왔고, 내 인생영화가 된 것 같다. 이 영화를 통해 내 인생의 지표가 될 수 있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정말 좋다.”

-딸 청이를 연기한 아역배우 김하연의 연기가 인상 깊었다. 현장에서 어땠나.
“천재다 천재. 감히 천재라고 할 수 있다. 연기 신동이기도 하지만, 소리 신동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하연에게 소리를 몇 번 가르쳤는데 고스란히 기억해서 소리를 하더라. 소리적 기교는 누구나 할 수 있는데, 감정을 넣어 소리 연기를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하다. 그런데 그 친구가 그걸 하더라. 20년 넘게 음악을 해온 입장에서 하연이가 질투가 나기도 했다. 너무 잘 해서 욕심이 나더라. 그래서 하연이 어머님께 판소리를 시켜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내가 직접 가르치기로 했다. 레슨비는 하연이에게 바나나우유 2개와 초콜릿을 받기로 했다.”

-‘소리꾼’의 매력을 꼽자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아름답고 예쁜 영화다. 가족과 함께 와서 영화를 보고 손을 잡고 나갔으면 좋겠다. 감독님이 영화를 통해 가족의 복원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자극적인 작품들이 많은데 그런 것에 지친 분들은 힐링한다는 마음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소소한 재미들도 있다. 하나하나 찾아가는 재미도 있을 거다.”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음악적인 모습을 한 번 더 보여드릴 것 같다. 연극도 할 것 같고, 드라마나 예능도 이야기가 오고가고 있다. 활발히 활동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