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밑도 끝도 없이 늘 ‘청춘’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20대들은 청춘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가 청춘을 무기삼아 강요해온 사회적 압박과 요구에서 벗어나겠다는 이들에게 던진 것은 ‘반항아’라는 시선뿐이다. 하지만 이런 시선은 20대들의 생각과 고민을 이해하지 못해서는 아닐까. 이번 연재는 이 같은 의문에서 출발했다. 20대를 향한 시선을 짚어보고 위로를 건넴과 동시에 이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 2011년 미국 아티스트 드레이크의 'The Motto'에서 처음 등장한 욜로(YOLO)는 2017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내 경제를 비롯한 정치, 사회 등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픽사베이
지난 2011년 미국 아티스트 드레이크의 'The Motto'에서 처음 등장한 욜로(YOLO)는 2017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내 경제를 비롯한 정치, 사회 등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지난 몇 년간 한국을 포함해 글로벌 트렌드 시장을 뒤흔들었던 용어가 있다. 산업계뿐만 아니라 정치·사회 전반에 영향을 준 용어, 바로 ‘욜로(YOLO)’다.

◇ 욜로 대표는 20대… 의미는 퇴색

다양한 매체와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자주 접해온 욜로는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로 “한 번 사는 인생 즐기며 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용어는 지난 2011년 미국의 한 아티스트로부터 시작됐다. 

캐나다 국적의 미국 유명 아티스트이자 힙합 가수 ‘드레이크’가 지난 2011년 발매한 ‘The Motto’ 가사는 미국 10대와 20대 청년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전체 가사가 아닌 단 하나의 문장이었다. “You only live once:that's the motto nxxxx, YOLO”라는 가사가 그것이었고, 이는 지역·세대를 불문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특히 20대 사이에서 큰 호응을 받았다. 

이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안을 홍보하는 영상의 마지막 장면에서 “YOLO, Man”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모습이 등장하는가 하면, 지난 2016년에는 옥스퍼드 사전에 신조어로 등록되기도 하면서 인기를 입증했다.

한국도 욜로의 영향을 크게 받은 나라 중 하나다. 욜로가 국내에 정착하던 지난 2017년부터 20대들의 소비 트렌드를 관통한 욜로는 ‘탕진잼’, ‘시발비용’, ‘소확행’ 등 다양한 소비 트렌드를 생산해냈고 TV 예능을 시작으로 사회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지난 2017년 2030세대 7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욜로족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은 70.7%를 차지했고 스스로를 욜로족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44.4%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한 이유를 조사한 결과(복수응답)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 것 같아서’가 77.8%로 1위에 올랐다. 이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서’가 48.9%, 주도적인 삶을 사랑가는 것 같아서‘가 41% 순으로 높았다.

이와 함께 욜로를 주도하는 계층은 20대라는 인식이 빠르게 자리 잡았다. 지난 2017년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욜로 라이프 설문 조사 결과(중복응답) 욜로족을 대표하는 세대를 평가하는 항목에서 20대 여성이 71.3%를 차지했고 욜로라이프의 목표인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세대를 묻는 질문에서도 20대가 78%로 가장 높았다.

당시 ‘한 번뿐인 삶’을 위해 과감하게 소비하겠다는 20대들의 인식이 곳곳에서 확인되자 국내 기업들은 욜로를 마케팅, 홍보 등에 사용하며 이들의 소비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또한 ‘20대들은 욜로족’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자리잡기 시작하자 국내에 욜로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 불과 1~2년 사이에 의미마저 퇴색됐다.

욜로가 소비문화라는 인식이 깊숙이 자리잡게 됐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진정한 욜로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짚어봐야 할 때다.

◇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세요, 욜로”

우리나라에 욜로가 처음 알려진 계기는 지난 2016년 tvN에서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에서 부터다. 출연진 중 한명인 배우 류준열이 홀로 아프리카에서 여행을 하고 있는 외국인 여성으로부터 들은 욜로를 소개하면서 국내에 빠른 속도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홈페이지 캡쳐
우리나라에 욜로가 처음 알려진 계기는 지난 2016년 tvN에서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에서부터다. 출연진 중 한 명인 배우 류준열이 홀로 아프리카에서 여행 중인 외국인 여성으로부터 들은 욜로를 소개하면서 국내에 빠른 속도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홈페이지 캡처

국내에 욜로가 확산되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 2016년 tvN에서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편이다. 이 프로그램은 당시 가장 인기를 끌었던 같은 채널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남자 주조연 배우들이 이끌었다.

욜로가 등장한 편은 이들이 휴양도시 스와코프문트로 향하던 2016년 3월 4일자 회차였다. 차들이 모인 곳으로 들어간 일행들은 차량에 설치된 고프로에 관심을 보이는 한 외국인과의 대화 시도를 위해 차에서 내려 이들을 만난다.

한 외국인 여성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던 배우 류준열은 그녀가 혼자 캠핑카를 끌고 여행을 왔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그리고 헤어지기 전 그녀로부터 들은 말이 바로 ‘욜로’다.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아프리카라는 여행지를 혼자서 여행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는 말에 그녀가 내놓은 답변이었다.

당시에는 그녀가 아프리카로 여행 온 속사정까지는 공개되지 않아 욜로가 단순히 혼자서 여행을 하는 것으로 비쳐진 점은 아쉽다. 그러나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가 종방하던 지난 2016년 4월 1일 주조연들의 인터뷰에서 진정한 욜로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어떤 사회적, 경제적인 측면을 떠나 ‘단 한 번 뿐인 자신의 삶을 후회하지 않도록 현재를 살아가자’는 것이었다.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것, 순간에 찾아오는 찬란한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삶을 말이다.

◇ 물질적 만족감 욜로 아냐… 소비하는 삶 여전히 불안

여전히 욜로를 20대에 덧씌우는 사회에서 이들은 기존의 의미에는 동의하면서도 소비 트렌드의 최정점에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한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Y씨(29)는 “원래의 의미를 알고 있었는데 무작정 소비로 연결시키는 모습들을 보고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제 막 사회에 나왔을 때 욜로가 시작되던 시기였는데, 적은 월급을 모아 하나를 사도 ‘20대라서 그런지 소비에 거리낌이 없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욜로의 의미에 대해) 뭔가 잘못 알려진 것 같고, 모든 사람을 그렇게 보진 않겠지만 불편한 건 사실”이라며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소비를 할 지 고민하는 것은 20대나 50대가 같은 고민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반드시 소비를 하는 삶이 욜로로 보기 어렵다고도 말한다. 꽃집에서 근무하는 W씨(26)는 “소비를 하지 않아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도 욜로라고 생각한다”며 “이를테면 오늘 집에 가서 이야기조차 나누지 못할 정도로 각자의 삶을 살았던 가족들끼리 저녁을 먹겠다고 하는 것도 욜로라이프”라고 강조했다.

한때 욜로를 지향하는 삶을 살았지만 현재는 다른 삶을 생각하게 됐다는 20대도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E씨(27)는 “원하는 것을 사고, 먹고, 놀러다니는 것에 대한 합리화로 삼았던 것 같다”며 “지금은 조금 다른 삶을 산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는데 욜로를 앞세워 무턱대고 소비를 하는 삶이 불안해졌다”며 “쉽진 않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계산하고 그에 맞는 선에서 만족하는 삶을 추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를 통해 물질적인 것들을 소유하고, 소유에서 오는 만족감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지 스스로 자문하기를 조언하기도 했다. 구직자인 P씨(29)는 “물질적 풍요로움 보다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을 때 시간, 돈 등을 투자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아쉬운 마음이 더 힘들 때가 있다”며 “갖고 싶은 것을 사는 게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 번 더 생각해줬으면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욜로의 위상은 지난 2017년보다 확실히 줄었지만 ‘플렉스’ 등 또 다른 이름으로 여전히 소비문화에 뿌리내리고 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소비에 20대도 다른 세대와 별반 다르지 않게 몇 번을 고민하고 몇 번의 계산을 거친다. 이제 그들의 소비에 더 이상 색안경을 쓰고 바라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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