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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료진들이 코로나19 의심환자들에 대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사가 개발한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확진자의 회복기간을 줄이고 중증 환자의 경우 사망률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정부당국이 긴급사용 승인을 하고, 무상공급을 결정했다.

긴급사용 승인 제도는 국내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을 수입업자를 통해 수입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해당 약품은 투약에 있어 불편한 점이 존재해 국내 제약사들은 경구투약이 가능한 치료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 ‘렘데시비르’ 긴급사용 승인, 중증환자 대상   

한국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렘데시비르 수입자인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와 국내 도입 협의를 통해 의약품 무상공급을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1일부터 국내에 무상공급을 시작했다. 렘데시비르 투약 대상은 폐렴이 있으면서 산소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다.

투약을 받으려면 △흉부엑스선 또는 CT상 폐렴 소견 △산소포화도 94% 이하 상태 △산소치료 진행 환자 △증상발생 후 10일이 지나지 않은 환자 등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말에 따르면 대상 환자는 1일 기준 33명이다.

1인당 투약량은 5일간 6병 정도로, 약 280만원 정도에 달한다. 일단은 정부가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

업계에 따르면 렘데시비르는 투약 대상이 제한적이며, 물량확보의 어려움, 정맥주사를 통해 투약을 해야 하는 등 불편함이 존재한다. 때문에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일부 국내 제약사는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고, 향후 코로나19 확산 가능성 등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치료제 개발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방침이다. 현재 일부 국내 제약사는 렘데시비르 대비 투약 대상 환자의 폭이 넓고, 투약 편의를 높인 경구섭취 제제 개발을 서둘고 있다.

정부가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사의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 승인했다. / 뉴시스
정부가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사의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 승인했다. / 뉴시스

◇ 부광약품, 국내 임상2상 10월 종료 목표

7월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국내 제약사는 △동화약품 △부광약품 △신풍제약 △엔지켐생명과학 △일양약품 △종근당 △크리스탈지노믹스 등이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코로나19 관련 임상은 치료제 관련 13건, 백신 관련 2건으로 총 15건이다.

이 중 가장 빠른 개발 속도를 보이고 있는 제약사는 부광약품과 엔지켐생명과학, 일양약품 총 세 곳으로 보인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진행 상황에 따르면 부광약품과 엔지켐생명과학이 국내 임상2상을 진행 중이고, 일양약품이 러시아에서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의약품안전나라 임상시험정보 데이터에 따르면 부광약품은 지난 4월 14일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빨리 임상2상 환자 모집을 승인받고 임상2상에 시동을 걸었다. 임상2상 승인을 받은 제제는 레보비르캡슐30mg(성분명: 클레부딘, 이하 레보비르)으로, 앞서 B형간염 치료제로 허가를 받고 시중에 공급되던 제제다. 임상을 진행하는 사이트(대상 병원)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구로병원·안산병원, 아주대학교병원, 길병원 등 8곳으로, 현재 임상을 진행 중인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은 사이트를 확보했다.

임상2상 모집 인원은 총 60명으로 △레보비르를 투약하는 군 40명 △위약(플라시보)을 투여하는 군 20명으로 설정했다. 임상2상을 이 같이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부광약품 관계자는 “임상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2대 1 형태로 임상 대상을 구분했다”고 설명했다. 부광약품은 레보비르 임상2상 종료 시기를 오는 10월쯤으로 계획하고 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레보비르는 렘데시비르처럼 항바이러스제이며, 비슷한 작용기전을 보인다. 다른 점으로는 경구섭취와 정맥주사라는 투약 방법”이라며 “관계당국과 코로나19 확진자 등은 입원을 해야만 투약받을 수 있는 렘데시비르보다 과거 타미플루처럼 편리하게 경구투약이 가능한 제제를 원할 것으로 생각돼 경구투약 제제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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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약품이 국내 제약사 중 코로나19 치료제 임상2상에 가장 빠르게 진입해 현재 임상 대상자를 모집 및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다. / 부광약품

이어 “우리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임상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레보비르와 같은 제제를 이용한) 약물재창출은 기존에 있던 안전성이 확보된 약물인 만큼 임상2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유효성이 입증되면 바로 처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엔지켐생명과학도 임상2상 환자 모집을 진행 중이지만, 부광약품 대비 승인일이 한 달 정도 늦으며, 임상을 진행하는 사이트도 3곳으로 적어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양약품은 해외 임상을 통해 빠른 진행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일양약품에 따르면 지난 5월, 자사가 개발한 국산 18호 신약 ‘슈펙트(백혈병 치료제)’는 최근 러시아 정부로부터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3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슈펙트의 임상은 러시아 1위 제약사로 알려진 ‘알팜’이 맡아 진행하며, 세부적으로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11개 기관에서 145명의 코로나19 확진자에게 2주간 슈펙트를 투약해 치료 효과를 확인할 계획이다. 도출된 임상 결과는 알팜이 러시아 및 벨라루스에서 독점권을 갖고, 일양약품이 그 외 국가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슈펙트의 러시아 임상 승인은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의 후보물질 중 해외 임상 승인 첫 케이스다. 그러나 일양약품은 지난 5월말 러시아 임상3상 승인 관련 내용을 알린 후 한 달이 넘도록 진행 경과와 관련해 소식이 없는 상태다. 임상3상 환자 모집까지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치료제 외에 백신 개발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백신은 바이오 의약품 개발 전문기업으로 알려져 있는 제넥신이 유일하게 국내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은 1/2a상을 진행 중이다. 이는 독성 테스트를 하는 임상1상을 진행하면서, 약품 투약 시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 용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테스트하는 임상2a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넥신이 개발 중인 ‘GX-19’의 1/2a상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두 곳에서 진행 중이다.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될 시 바로 효능을 테스트하는 2b상으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제약업계에서 임상2상을 진행 중이지만, 일각에서 임상 시험 대상이 10명도 채 모집되지 않아 임상2상이 단기간에 끝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한다”며 “그러나 임상과 관련해서는 임상을 진행하는 전문의 등 핵심관계자들이 아니고서는 내용 파악이 어려워 현재 임상 진행 상황에 대해선 확인할 길이 사실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임상2상을 진행 중인 제약사들은 저마다 종료 시점을 정해둔 만큼 그때까지는 지켜보는 게 최선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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