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로 뭉친 (왼쪽부터) 곽도원‧유연석‧정우성‧양우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로 뭉친 (왼쪽부터) 곽도원‧유연석‧정우성‧양우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2017년 445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던 영화 ‘강철비’(감독 양우석)가 더 묵직한 메시지를 안고 돌아왔다. 당사자이지만,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는 한반도의 아이러니한 현실에 유의미한 질문을 던진다.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이다. 

2일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가운데, 연출자 양우석 감독과 배우 정우성‧곽도원‧유연석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의 쿠테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린 작품으로, 영화 ‘변호인’ ‘강철비’ 양우석 감독의 신작이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양우석 감독의 웹툰 ‘스틸레인’, 영화 ‘강철비’에 이어 분단국인 한반도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위기 상황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담아내 예측불허의 재미와 긴장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강철비2: 정상회담’으로 돌아온 양우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강철비2: 정상회담’으로 돌아온 양우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날 제보회에서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2: 정상회담’은 ‘강철비’의 상호보완적 속편이라고 소개했다. 양 감독은 “2017년에 전쟁 위기가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만약 한국에 무엇을 결정할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강철비’ 세팅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강철비2’는 그런 상황을 조금 더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게 했다”며 “한반도의 분단과 평화체제 문제, 더 나아가 전쟁 위기를 다뤘다. 세계관과 주제가 이어지기 때문에 상호보완적 속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철비’ 두 주역 정우성과 곽도원은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도 활약한다. 하지만 역할은 완전히 바뀌었다. ‘강철비’에서 북한 철우를 연기했던 정우성은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분하고, 남한의 철우로 분했던 곽도원은 이번 작품에서 북 호위총국장 역을 맡았다.

양우석 감독은 이를 가장 큰 차별점으로 꼽으면서 “배우들의 진영이 바뀌었다”며 “영화적 표현도 있지만, 남과 북이 바뀌어도 대외적 상황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현체제가 바뀔 수 없고 당사자로서 현실을 타파할 수 없는 아이러니를 전달하고 싶었다. 그걸 웅변할 수 있는 캐스팅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에서 두 철우가 놀라운 케미와 재미, 브로맨스를 보여줬다면 2에서는 거의 서로 죽일 듯한다”며 “정우성과 곽도원이 극과 극의 연기를 너무 잘 해줬다. 관객들이 배우의 변신과 노력을 가장 좋은 볼거리로 여기고 즐기고 공감하는데, 그런 면에서 두 배우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었다. 결과물도 잘 나왔다”고 캐스팅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 대동령 한경재 역을 맡은 정우성. /롯데엔터테인먼트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 대동령 한경재 역을 맡은 정우성. /롯데엔터테인먼트

전쟁 위기 속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려는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 역을 맡은 정우성은 “갑자기 대통령을 하라고 해서 상당히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강철비’도 판타지적이고 영화적인 해석이라고 생각하면 쉬운데, 그 안에 담긴 무게가 상당했다”며 “그런데 대통령을 하라고 하니 감독님이 왜 자꾸 시험에 드는 숙제를 던져주나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극 중 한경재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어깨에 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북 위원장’(유연석 분)과 ‘미국 대통령’(앵거스 맥페이든 분) 사이에서 때로는 유연하게 때로는 강단 있게 중재하며 임박한 전쟁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다.

정우성은 한경재에 대해 “준비하기 정말 어려운 캐릭터였다”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난감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주도했던 대통령들의 역사를 살펴봤다. 우리 민족에 대한 연민과 역사에 대한 연민, 어떤 시선으로 한반도를 바라보고 남북정상회담을 주도했을지 생각하면서 한경재의 정서를 찾아나갔다”고 설명했다.

정우성은 현재 한반도가 처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한경재를 두고 ‘중재자’라고 표현을 했는데, 사실 당사자이지 않나”라며 “이 단어가 가질 수밖에 없는 씁쓸함이 있다. 우리가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북 호위총국장을 연기하는 곽도원. /롯데엔터테인먼트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북 호위총국장을 연기하는 곽도원. /롯데엔터테인먼트

곽도원은 평화협정에 반대해 쿠데타를 일으키는 북의 강경파 ‘호위총국장’ 역을 맡았다. 곽도원은 “감독님이 ‘강철비2’를 한다고 나보고 북한 사람을 하라고 해서 최고 지도자를 하는 줄 알고 싱크로율은 맞출 수 있다고 했다”며 농담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고, 역할이 바뀌어서 재밌었다”며 “북한군 연기도 처음이라 호기심이 많았다”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호위총국장에 대해서는 “악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북 위원장과 다른 생각을 가진 인물로 봤다. 북의 두 가지 생각 중 한쪽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또 데뷔 후 처음으로 북한군을 연기한 것에 대해 “사투리가 너무 어려웠다. 준비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고 말했다.

유연석도 함께한다. ‘강철비2: 정상회담’에 새롭게 합류한 그는 평화협정을 위해 남은 물론 최초로 미국 대통령과 함께 정상회담에 참여한 북의 젊은 최고 지도자 ‘북 위원장’ 조선사 역을 맡았다.

북 위원장 조선사 역을 맡아 파격 변신에 도전한 유연석. /롯데엔터테인먼트
북 위원장 조선사 역을 맡아 파격 변신에 도전한 유연석. /롯데엔터테인먼트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한 변신에 도전한 그는 “처음에는 망설였다”며 “내가 한 나라의 지도자 역할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이 안됐다. 그런데 감독님이 한반도 정세에 대해 실감 나게 이야기하지만, 영화라는 무한한 상상 속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펼칠 수 있으려면 싱크로율을 맞추는 것보다 상상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다시 시나리오를 보니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위트 있고 재밌게 그려내는 요소가 많았다”며 “겁도 났지만, 나에게도 도전과 같은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고 도망치지 말고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양우석 감독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전에 ‘강철비2: 정상회담’ 촬영이 끝났다”며 “‘미스터 션샤인’ 구동매나 ‘응답하라 1994’ 칠봉이를 보면서 목표를 정하면 직진하는 외곬적인 면을 봤다. 츤데레 같은 모습도 있고 그런 면이 조선사 역에 잘 어울리지 않나 싶었다”고 유연석을 캐스팅한 이유를 전했다.

유연석은 “실제 내가 젊은 나이에 그런 체제 속에 놓여 지도자를 한다면 어땠을까 생각했는데, 어깨가 무겁고 중압감이 크더라”면서 “체제가 다르더라도 청년들이 심각한 문제에 놓였을 때 하는 고민, 갈등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보다 청년의 고민을 똑같이 담아내려고 신경을 썼다”며 북 위원장을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을 이야기했다.

앵거스 맥페이든은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 대통령을 연기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그는 영상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앵거스 맥페이든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무척 흥분되고 좋았다”며 “강한 힘, 권력을 가진 세 남자가 납치당해 핵잠수함에 갇히는 독특한 설정이 재미있는 정치 드라마이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인간적인 면을 가졌다”고 ‘강철비2: 정상회담’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냉전이 지속 중인 분단국가인 남과 북,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 사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을 위기 상황을 배우들의 공존과 대결을 통해 실감 나게 그려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오는 29일 개봉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