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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한국정치 현주소
[한국정치 현주소④] 대선주자 기근에 허덕이는 정치권
2020. 07. 02 by 김희원 기자 bkh1121@sisaweek.com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여론을 먹고 사는 정치는 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만큼 책임정치는 무섭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례에서 보듯 여론은 한 순간에 돌아선다. 그래서 지금의 다수당도 언제든지 몰락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한국정치도 변화를 맞고 있다. 보수세력 중심에서 민주세력 중심으로 판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사위크>에서는 최근 한국정치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향후 정치판을 예상해 봤다. <편집자 주>

4‧15 총선이 끝난 후 2022년 3월 치러지는 차기 대선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뉴시스
4‧15 총선이 끝난 후 2022년 3월 치러지는 차기 대선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여야가 의회 권력을 두고 혈투를 벌였던 4‧15총선전(戰)이 더불어민주당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이제 여야는 1년 8개월 후인 2022년 3월 치러지는 20대 대선을 앞두고 더 큰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대혈투를 준비 중인 정치권은 다소 맥이 빠진 분위기다. 대선을 앞두고 풍부한 잠룡군이 국가 운영 비전과 정책 어젠다를 놓고 활발한 경쟁을 벌여야 국민의 선택 폭도 넓어지지만 현재까지는 제3의 대선주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 1인의 압도적 독주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그 이외 후보들은 경쟁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여권에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낙연 의원과 격차가 크다. 야권에서 유일하게 이 의원과 2강을 형성하며 경쟁하던 황교안 미래통합당 전 대표는 통합당의 4‧15총선 참패 이후 지지율이 바닥으로 추락한 상황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2~26일 실시한 6월 정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정례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p)에 따르면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30.8%로 1위를 지켰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15.6%를 얻어 2위를 기록했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대비 3.5%p 하락했으며 이 지사는 전달보다 1.4%p 상승했다.

이번 조사에 처음으로 포함된 윤석열 검찰총장은 10.1%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정치인이 아닌 윤 총장이 대선주자 3위에 오른 것은 여권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뒤이어 홍준표 무소속 의원(5.3%),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4.8%), 오세훈 전 서울시장(4.4%),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3.9%), 원희룡 제주도지사(2.7%), 심상정 정의당 대표(2.5%), 박원순 서울시장(2.4%), 유승민 통합당 전 의원(2.3%),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김부겸 전 의원(1.7%),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1.5%) 순이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군소후보 춘추전국시대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지사가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후보들은 모두 5% 안팎의 저조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군소후보 춘추전국시대라고 할만하다. 대선 출마 여부가 불투명한 현직 검찰총장이 3위에 오른 것은 정치권의 대선주자 기근 현실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2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아직까지는 여권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가 높은 상태고 이낙연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첫 국무총리를 지내 대외적 이미지가 좋기 때문에 1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야당에 아직 뚜렷한 주자가 없고 여권도 이재명 지사까지 재판 결과에 따라 ‘아웃’될 경우 그야말로 대안 부재 상황이 되기 때문에 이 의원이 계속 독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수진영이 계속 전국단위 선거에서 참패하고 있는 원인에 대한 진단과 미래 비전을 아직 못 그리고 있기 때문에 보수 후보들이 부각이 안되는 것”이라며 “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가 패배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야권주자 지지율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위를 지키고 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위를 기록하며 추격하고 있다./뉴시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위를 지키고 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위를 기록하며 추격하고 있다./뉴시스

◇ 민주당, ‘이낙연‧이재명’ 불안한 2강

민주당에서는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강’을 형성한 상황이지만 불안한 ‘독주’라는 시각도 있다.

이낙연 의원의 경우 아직까지는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정치적 이슈에 따라 판세가 흔들리는 정치판에서 대세론이 끝까지 유지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의원에 대한 지지율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의원이 긴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의원은 총선 직후인 4월 말 한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지지율이 처음으로 40%를 돌파했지만 최근에는 30.8%로 내려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두 차례 설화에 휩싸이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지난 5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격앙된 반응을 보인 유족들에게 “제가 현재 책임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또 지난 1일에는 “남자는 엄마가 되는 경험을 하지 못해 나이 먹어도 철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차별적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의원이 최장수 국무총리라는 이미지로 아직까지는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대선주자로서 그의 리더십에 대한 검증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사실상 없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검증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지사의 경우는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이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며 재판 결과에 따라 대선에 출마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지사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친형 강제입원’ 관련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만일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된다면 경기도지사 당선은 무효가 되고 피선거권도 5년간 제한되면서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향후 이 의원의 대세론이 흔들리고 이 지사까지 대선 출마 길이 막힐 경우 여권도 대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대선 경선 흥행면에서도 다양한 후보군은 필요하다.

대선 막판 친문 후보가 다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각각 가족 비리 및 감찰 무마 의혹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김경수 경남지사가 재판 결과에 따라 다시 급부상할 수도 있다. 또 대선 출마 가능성을 일축한 유시민 전 의원도 친문 지지들의 압박을 명분 삼아 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낙연 의원이 대세론을 굳혔다고 보기 어렵다”며 “친문은 친문 적자를 후보로 내세우고 싶을 것이다. 조국 등 친문 후보가 부활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전망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무성 전 의원이 보수 진영 대선 승리를 위한 ‘킹 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무성 전 의원이 보수 진영 대선 승리를 위한 ‘킹 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뉴시스

◇ 통합당, 킹메이커들의 ‘킹 만들기’ 작업 개시

대선주자 기근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야권은 최근 대선판을 흔들 ‘제3의 대선후보’ 만들기에 분주하다. 군소후보가 난립하고 있는 야권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원희룡 제주지사가 대선 출마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낮은 지지율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윤석열 대망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또 최근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초선들과의 회동에서 방송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차기 대선주자로 언급하면서 들썩이기도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팔순인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직접 차기 대선에 나설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는 야권에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합당 내에서는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김무성 전 의원이 ‘킹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에 오기 전에도 다음 대통령감이 어떤 사람일까 관심 있게 관찰하고, 그럴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권고도 해봤다”면서 “대한민국에 대통령 하나 만들어내야 할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당 밖에서도 꿈틀꿈틀거리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바깥에 그런 사람이 틀림없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전 의원은 최근 45명의 통합당 전직 의원들과 ‘킹메이커’ 조직인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을 발족했다. 김 전 의원은 ‘더 좋은 세상’ 포럼 창립총회에서 “보수 진영이 어떤 대권 주자를 내놓아야 할지 치열하게 토론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잠재적 대권 후보들을 자유롭게 경쟁시킨 후 국민의 마음을 더 많이 얻을 만한 사람을 최종 주자로 내세우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들의 킹메이커 역할이 성공을 거둘지는 아직 예단할 수 없지만, 야권이 ‘변화’ 이미지를 가진 후보를 내세울 경우 차기 대선에서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철학자 탁석산 박사는 지난달 29일 MBN ‘판도라’에 출연해 “이낙연 의원이 계속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이 의원의 장점인 안정감이라는 이미지는 민주당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의 생존을 이끈 것은 변화였고 그것을 통해서 지금까지 성공해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낙연 의원이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된다면 통합당이 무조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대선후보를 낸다면 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