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집행정지로 일시적으로 석방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모친의 빈소에서 조문을 온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뉴시스
형집행정지로 일시적으로 석방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모친의 빈소에서 조문을 온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여비서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 사건으로 실형을 받고 수감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모친상 상가에 정치권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안 전 지사는 지난 5일 형집행정지로 일시 석방돼 모친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

서울대 장례식장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이낙연‧오영훈‧홍영표‧변재일‧송갑석‧강훈식 민주당 의원,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문희상 전 국회의장,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 손학규 전 의원 등 여야 정치인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또 문재인 대통령, 박병석 국회의장, 민주당 이해찬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은 조화를, 전해철‧도종환‧민형배 의원,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등은 조기를 보냈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치권에서 조문을 하고 조화나 조기를 보낸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지난 6일 국회 브리핑에서 “민주당 대표, 원내대표,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걸고 조화를 보낸 이 행동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치인으로서 무책임한 판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조 대변인은 “정치권력을 가진 이는 모두가 책임을 통감했고, 민주당 역시 반성의 의지를 표한 바 있는데 오늘의 행태는 정말 책임을 통감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오늘과 같은 행태가 피해자에게, 한국 사회에 ‘성폭력에도 지지 않는 정치권의 연대’로 비춰지진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국회 여성 근로자 페미니스트 모임인 ‘국회페미’도 성명을 내고 “정부와 정당, 부처의 이름으로 조의를 표해서는 안 된다”며 “정치권은 이번 일이 마치 안씨의 정치적 복권과 연결되는 것으로 국민이 오해하는 일이 없도록 발언과 행동을 주의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진보 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비판에 가세했다. 진 전 교수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거 뭐, 정치권에서 성범죄자에게 공식적으로 ‘힘내라’고 굳건한 남성연대를 표한 격이니...”라며 “자칭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성폭행범에게 직함 박아 조화를 보내는 나라. 과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진 전 교수는 전날 올린 글에서도 “위로할 사람은 안희정이 아니라 그에게 성추행 당한 김지은씨”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