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범여권′ 이미지 지우기에 몰두하고 있다. / 뉴시스
정의당이 ′범여권′ 이미지 지우기에 몰두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의당이 ‘범여권’ 딱지 떼기에 몰두하고 있다. ‘범여권’ 대신 ‘진보 야당’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며 더불어민주당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정의당은 8일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종교계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앞두고 반발이 큰 종교계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다. 이 자리에서 정의당은 민주당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종민 정의당 부대표 겸 차별금지법 제정추진운동본부장은 “민주당의 태도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이 민주당을 압박하는 모습은 최근에 쉽게 볼 수 있다. 정의당은 6‧1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연일 정부‧여당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스물한 번이나 해왔던 대책이 실패했다면 그만 오답 노트를 펼쳐봐야 한다”, “정부의 대책이 실효성 없는 뒷북 대책, 땜질 대책이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대신 청주 소재 아파트를 처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을 두고도 심 대표는 “국민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나 집권 여당의 정책추진 의사보다 ‘똘똘한 한 채’를 챙기겠다는 노 실장의 처신을 더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이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 다주택자 의원들을 향해서는 “국민들이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말뿐인 선언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이렇듯 청와대, 국회의원 등이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현실과 관계가 있다”고 각을 세웠다.

정의당의 여권 겨냥은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이 대남위협 수위를 높일 때는 청와대 안보라인 교체를 강하게 촉구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전형적인 꼰대 스타일 발언”이라고 쏘아붙였다.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고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직접 ‘국회법 일부개정안’ 발의를 약속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나서지 않으면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 '진보야당 정의당'으로 불러달라

정의당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모친상에 화환을 보낸 여권 인사들을 비판하면서 간극은 더욱 넓어졌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지난 6일 논평에서 “정치인이라면 본인의 행동과 메시지가 공적인, 공당의 메시지라는 것을 분명 알 것이다”라며 “정치인으로서 무책임한 판단에 불과하다”고 힐난했다. 정의당의 논평에 친문 지지자들은 ‘인간으로서 예의를 지키라’는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

정의당이 여권을 향한 강공을 펼치는 데는 ‘민주당 2중대’라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총선 이후 정의당은 이를 중점 과제로 삼았다. 민주당의 그늘에 가려 진보 정당으로서의 선명성을 잃었다는 이유에서다. 정의당 싱크탱크인 정의정책연구소가 개최한 총선평가토론회는 이러한 의견이 본격적으로 공론화 된 계기였다.

최근 정의당 혁신위원회가 공개한 ‘혁신의견수렴 간담회 결과 보고서’에서도 이같은 기류가 드러났다. 현 정의당 지도부인 5기 집행부도 ‘민주당 2중대 소리 안 듣는 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역 시도당도 마찬가지였다. 정의당 충북도당 간담회에서는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민주당에 이슈선점 됐다”라며 “정의당의 존립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범여권이라는 이미지가 당의 존립을 흔든다는 해석도 가능한 셈이다.

이에 정의당은 ‘범여권’의 탈피를 공식화하면서 더이상 민주당과 결부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지난 3일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정의당 관련 보도에서 ‘범여권 정의당’ 표현은 가급적 피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여권 정의당’이 아니라, ‘진보 야당 정의당’, ‘진보 정당 정의당’이라는 더 정확한 범주로 당을 지칭해 달라”며 “오로지 원칙에 입각해 국민을 위한 정책경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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