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까지 마지막 한 발짝을 남겨뒀다. /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와 관련해 양사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매각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두고 서로 ‘네 탓’을 하고 있는 것인데, 급기야 양사 사장의 전화통화 녹취록까지 공개되는가 하면 민감한 계약내용의 일부가 알려지는 등 이전투구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양측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만큼 문제해결의 실마리도 요원해보인다. 

◇ EPU·제주항공, M&A 계약내용 일부 공개까지…

현재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매각과 관련해 제동이 걸렸다. 이를 두고 양사는 서로 상대의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자간담회를 통해 먼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 것은 이스타항공이다.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지난달 말 긴급기자간담회를 개최해 ‘협상테이블에 나와 달라’고 제주항공에 호소했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제주항공 측은 본인들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선 모두 수행했으며, 이제는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이 답할 차례라는 입장이다.

이에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EPU) 측은 이스타항공 M&A가 지연되고 있는 원인은 제주항공 측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미온적인 태도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다. EPU는 지난 3일 애경 본사 앞에서 ‘제주항공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제주항공과 모회사인 애경을 질타했다. 당시 EPU 측이 배포한 자료에는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과 이석주 전 제주항공 사장(현 AK홀딩스 사장)이 전화통화를 한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급기야 6일에는 양사 사장의 통화내용이 녹음된 녹취파일이 공개되기도 했다. 공개된 녹취파일에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셧다운’ ‘구조조정’ 등과 관련한 이야기가 담겼다.

EPU 측의 돌발행동에 제주항공 측은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제주항공은 녹취파일이 공개된 6일 오후 8시 40분쯤 입장문을 내고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

◇ 제주항공 입장문 두 차례 배포, “이스타, 계약내용 및 경과 왜곡 발표”

제주항공은 입장문을 통해 ‘주식매매계약 및 부속 계약 등 협상 내용은 비밀로 유지돼야 하며 제3자에게 공개하지 않아야한다’는 점을 꼬집으며, EPU 측의 행동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제주항공은 계약의무 준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그럼에도 매도인 측에서 계약내용과 그 이후 진행경과를 왜곡 발표해 제주항공의 명예를 실추함에 따라 계약 관련 내용 및 사실의 왜곡된 부분에 대해 정확히 알리고자 한다”고 입장문 배포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노조는 제주항공이 구조조정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노조의 주장과 달리 이스타 구조조정은 이스타항공에서 주식매매계약서 체결(3월 2일) 이전부터 기재반납 계획에 따라 준비된 사안이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구조조정 관련 엑셀 파일을 공개했는데, 최초 작성 시점이 지난 2월 21로 표기돼 있다. / 제주항공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구조조정 관련 엑셀 파일을 공개했는데, 최초 작성 시점이 지난 2월 21로 표기돼 있다. / 제주항공

그러면서 이스타항공 측에서 제주항공으로 보내온 ‘인력조정 계획(안)’을 공개, 만든 날짜(최초 작성일)에 대해 지적했다. 제주항공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인력조정 계획(안) 문서의 최초 작성일은 지난 2월 21일로 표기돼 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3월 2일 이전에 작성된 것임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주항공은 또한, 이를 토대로 구조조정 결정 및 구체적인 방안 등은 이스타항공 자체적인 경영 판단에 따라 의사결정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제주항공 측에서 이를 요구하거나 강제한 사실이 없으며, 주식매매계약상 그런 권한이 있지도 않다고도 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을 3월 2일 체결하고 이스타항공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문의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단, 이스타항공의 구조조정은 (M&A에서) 중요한 사항이라면서 “제주항공은 어디까지나 이스타항공 측에서 결정·추진한 구조조정 계획의 진행 상황을 매수인으로서 확인할 수밖에 없다”며 “구조조정을 이스타항공에 요구한 사실이 없음에도, 매도인 측은 마치 제주항공이 지시한 것처럼 사실을 호도했다”고 비판했다.

3월 20일 최종구 사장과 이석주 전 사장의 통화에 대해서도 주식매매계약 체결 이후 쌍방 간 계약진행을 위해 논의하고 상호 노력하자는 것일 뿐, 제주항공이 무엇을 지시하는 내용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2월 체불임금도 딜 클로징(M&A 마무리)을 빨리해서 지급하자는 원론적 내용이며 클로징 전에 책임지겠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고 덧붙였다.

제주항공은 다음날인 7일에도 재차 입장문을 내고 추가 반박을 이어갔다.

제주항공 측은 “현재 상황대로 이스타항공 M&A를 마무리해 인수할 시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1,700억원 상당을 제주항공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임을 설명하면서, 경영간섭과 선행조건 미이행 등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먼저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에 “제주항공은 2019년 12월 MOU 체결, 2020년 3월 주식매매계약 체결 이후 계약 이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면서 “오히려 이스타홀딩스가 선행조건을 완료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제주항공이 제시한 선행조건으로는 △타이이스타젯 보증문제 해결 증빙 △미지급금 해결 등으로, 제주항공은 아직 이스타홀딩스로부터 이스타항공이 타이이스타젯 보증문제 해결과 관련해 증빙을 받지 못했으며, 주식매매계약 체결 후 미지급금이 증가하고 있는 부분을 지적했다.

이 외에도 주식매매계약서 및 관련 계약서상 △타이이스타항공과 이스타항공 간의 보증관계 해소 △EOD(Event of Default) 발생 방지 △기타 등의 선행조건들이 규정돼 있다고 설명하면서, “현재 그러한 선행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미이행)이라 거래종결을 할 수 없으며 이는 합리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경영간섭 논란에 대해선 “주식매매계약서에 정해진 바에 따라 자금관리자를 파견해서 정해진 업무를 수행한 것일 뿐, 경영에 간섭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M&A 과정에서 매수회사의 직원이 매각대상 회사에 자금관리자로 파견돼 일정규모 이상의 자금 지출에 대해 동의해주는 것은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제주항공은 지난 7일 베트남 기업결합심사 완료 서류를 받으면서 매수인이 수행해야 할 계약 선행조건은 다 완료됐음을 밝히며, 딜을 클로징하려면 이스타홀딩스의 선행조건이 완료돼야 함을 재차 강조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가 긴급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유상 이스타항공 전무,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 이스타항공 근로자 대표 3인. / 제갈민 기자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가 지난 6월 29일 긴급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유상 이스타항공 전무,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 이스타항공 근로자 대표 3인. / 제갈민 기자

◇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어떤 대화요구에도 응하지 않아”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 측은 “제주항공 입장문에는 공개돼서는 안 되는 계약내용이 다수 적시 돼 있다”면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한 “제주항공 입장문에 나온 ‘이스타 측’이 ‘이스타항공’인지,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EPU)’인지, ‘이스타홀딩스’인지 명확히 밝혀달라”면서, 최근 공개된 자료와 주장은 EPU에서 발표하거나 제공된 것인데 모호하게 ‘이스타 측’이라고 표현한 부분을 꼬집었다. 이러한 표현은 마치 이스타항공이나 계약 주체인 이스타홀딩스에서 계약 내용을 유출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제주항공이 인수계약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하는 부분도 지적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지난 4월말부터, 특히 5월 7일 이후 제주항공은 어떠한 대화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문서를 통해만 진행하겠다고 했다”며 “이로 인해 협상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아울러 제주항공이 주장하는 선행조건과 관련해서는 “자금 부족으로 생길 문제에 대해 제주항공도 주식매매계약 이전부터 인지하고 있었고, 그 내용이 계약에 담겨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 M&A가 순조롭게 마무리 되기 위해서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의 입장에 온도차를 해소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양사가 기밀유지 서약을 한 계약 내용에 대해 유출한 만큼 이미 계약서 상 약속한 내용은 일부 파기된 것이나 마찬가지며, 이는 계약해지 사유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제주항공의 지분 7.75% 보유한 2대주주인 제주도 측은 현재 진행 중인 M&A와 관련해 세부적인 내용 파악이 불가하며, 이와 관련해서는 입장을 밝힐 만한 위치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의 2대주주라 할지라도 M&A를 진행하는 당사자가 아닌 만큼 계약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 파악이 불가능하며, 사기업의 경영에 간섭할 수 없다는 얘기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