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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항공산업
내수판매 부진, 수출에도 걸림돌… ‘국산 우선구매(Buy Korea) 제도’ 필요
[위기의 항공산업 ③] 관용헬기 ‘국산우선’ ‘통합구매’ 제도화 시급
2020. 07. 09 by 정소현 기자 coda0314@sisaweek.com

경남도가 국산 소방헬기를 도입한다. 2015년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들려온 낭보라는 점에서 업계의 반가움이 크다. 하지만 두 번째 소방헬기 납품 계약을 맺기까지 무려 5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점은 곱씹어봐야 할 문제다. 국산헬기에 대한 정부 기관의 홀대가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운용실적은 해외수출로도 직결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구조라면 최첨단 고부가가치 사업이자 일자리창출 효과가 큰 항공산업의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가 자국 전략산업 육성 차원에서 국산헬기 구매 및 보급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편집자주>

기동형 헬기인 수리온은 파생형 헬기 개발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의무후송, 해상후송, 재난구조, 수색 등 다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수리온의 경우처럼 하나의 플랫폼이 개발되면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산업적 기술적 가치 및 산업파급 효과가 매우 높다. 사진은 수리온 기반의 파생형 헬기들 / KAI
기동형 헬기인 수리온은 파생형 헬기 개발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의무후송, 해상후송, 재난구조, 수색 등 다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수리온의 경우처럼 하나의 플랫폼이 개발되면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산업적 기술적 가치 및 산업파급 효과가 매우 높다. 사진은 수리온 기반의 파생형 헬기들 / KAI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국산헬기에 대한 외면은 수출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가볍지 않다. 방산 제품은 수출상대국에서 국내 판매실적을 요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판매를 통해 우수성을 입증하지 않으면 사실상 수출이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정부기관이 수리온을 구매하는 데 적극적 행보를 보여야만 하는 이유다.

하지만 국내 국산헬기 사용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군용헬기까지 합한 비율이다. 헬기를 자체 개발한 미국의 경우 자국산 비중이 92.5%에 달한다. 러시아(99.7%)와 프랑스(97.2%) 등 주요 항공선진국들 역시 자국산 헬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90% 이상 자국산 헬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기종 개발·사용은 물론 해외 수출까지 직접 나선다.

사정이 이쯤되면서 정부 차원의 보다 강력한 항공산업 부양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자국산 의무사용’ 추세, 우리만 ‘Buy Korea’ 외면

항공우주산업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산업이다. 첨단산업 기술이 투입되는 지식집약형 종합산업으로, 국가위상 및 자주국방과 직결되는 전략적 중추산업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국가안보와 산업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수리온의 경우만 살펴봐도, 하나의 플랫폼이 개발되면 경찰·의무후송·소방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산업적 기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또한 한 번 개발하면 40여 년 동안 유지 관리에 필요한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되므로 헬기를 수출할 경우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된다.

산업파급 효과 또한 크다. 당장 일자리 창출 효과가 주목된다. KAI에 따르면 수리온은 250여개 협력업체가 제작에 참여한다. 1대를 수주할 경우 이들 업체의 일감 및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항공산업 일감이 증가할수록 소득 증가→내수진작→국가경제성장→항공수요 증가 및 항공관련기업 투자 증대→고부가 일거리 발생으로 공학전공 대졸신입 채용 확대(일자리 증가·유지)라는 선순환 체계 구축이 가능해진다. 수리온 개발 당시 한국산업개발연구원에서 발간한 ‘한국형 헬기 개발사업의 경제성 분석(2005.05)’ 보고서에 따르면 국산헬기 개발에 따른 산업파급효과는 12조원, 고용창출효과는 5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고도의 기술과 장기적 투자가 수반되는 항공산업의 특성상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산업파급효과 창출은 물론 대외수출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없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 ‘자국산 의무사용(Buy National)’ 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세계 30여개국이 조달법에 자국 물품에 대한 우대 조항을 규정하는 등 ‘자국산 의무사용(Buy National)’ 정책을 도입하거나 강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공공조달에서 자국산 우선구매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사진은 전세계  ‘자국산 의무사용(Buy National)’ 제도 도입 현황 / 포스코경영연구원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 ‘자국산 의무사용(Buy National)’ 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세계 30여개국이 조달법에 자국 물품에 대한 우대 조항을 규정하는 등 ‘자국산 의무사용(Buy National)’ 정책을 도입하거나 강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공공조달에서 자국산 우선구매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사진은 전세계 ‘자국산 의무사용(Buy National)’ 제도 도입 현황 / 포스코경영연구원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 ‘자국산 의무사용(Buy National)’ 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Buy National’은 자국산 제품 및 서비스 사용 의무화 제도를 말한다. 자국산 제품 또는 서비스 사용의 촉진을 통해 내수를 진작시키고, 특정산업 육성을 전략적으로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다. 시장에 강한 시그널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전략산업 육성 △산업기반 강화 △일자리 창출 등 자국산 사용 확대의 직접적 효과가 크다.

미국은 정부조달법상 자국산 원자재 및 제품의 우선 구매를 규정하고 있다. 경기부양법상에서도 인프라 건설 시 자국산 철강재 의무 사용 등을 명시했다. 브라질은 2011년 신산업정책(‘Greater Brazil Plan’)을 발표하고 자국 산업의 육성과 보호를 천명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조달법상 자국산 사용의무를 명시하고 있으며, 인도는 2017년 자국 상품에 대한 우대 정책을 명시한 ‘Make inIndia’ 정책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세계 30여개국이 조달법에 자국 물품에 대한 우대 조항을 규정하는 등 ‘자국산 의무사용(Buy National)’ 정책을 도입하거나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공공조달에서 자국산 우선구매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여러 지자체와 정치권에서 ‘국산헬기 우선구매’를 강조하며 ‘대정부 건의’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요지부동인 실정이다.

이로 인해 세제 역차별도 받고 있다. 외산헬기는 용역비용에 대해 영세율을 적용받고 있지만, 국산헬기는 용역비를 포함한 총사업비에 부가세를 적용한다. 이렇다보니 애초 입찰가 제안부터 국산헬기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이미 2015년 <위기의 한국 제조업, ‘Buy National’ 검토가 필요한 시점> 제하 보고서를 통해 정부조달 등의 관련 규정에 ‘자국산 우선구매’ 조항을 삽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연구원 측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제조업 및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업정책을 재정비하고 실행방안의 하나로 ‘Buy Korea’ 도입 검토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정부조달뿐만 아니라 정부 관련 기관, 자치단체를 비롯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사업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자국산 사용을 의무화(바이 코리아 Buy Korea) 하도록 관련 법규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운용유지비가 공개된 소방헬기 17대는 5개 기종으로, 운용유지비는 연간 342억원에 달했다. 이를 모두 국산헬기로 통일해 1개 기종으로 운영하면 연간 운용유지비가 99억원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약 243억원의 운용유지비가 절감되는 셈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운용유지비가 공개된 소방헬기 17대는 5개 기종으로, 운용유지비는 연간 342억원에 달했다. 이를 모두 국산헬기로 통일해 1개 기종으로 운영하면 연간 운용유지비가 99억원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약 243억원의 운용유지비가 절감되는 셈이다.

◇ ‘관용헬기 일괄구매’ 통해 운영·비용 효율성 높여야

중앙기관의 ‘일괄구매’ 필요성도 제기된다. 청이나 각 지자체 기관이 제각각 헬기를 도입할 게 아니라, 일정 가이드라인에 따라 중앙부처가 일괄구매하는 게 헬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산림청과 경찰청은 조달청을 통해 구매한 뒤 지방기관에 배분하고 있고, 소방용 헬기는 지자체별로 별도 입찰을 실시하고 있다. 제각각 입맛에 맞게 헬기를 구매하고 있다 보니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국내에서 운용중인 소방헬기는 모두 30대지만, 기종은 무려 12개나 된다. 제작사만 7개사다.

각기 다른 기종을 구입할 경우, 도입비와 운영비가 크게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장비나 부품구매 역시 별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예산낭비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에서 일괄계약·통합구매를 해 공동수급과 공동이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방법론에도 목소리가 실리고 있다. 기종 단일화를 통해 구매비용 절감은 물론, 장비나 부품을 공용으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유지보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항공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운용유지비가 공개된 소방헬기 17대는 5개 기종으로, 운용유지비는 연간 342억원에 달했다. 이를 모두 국산헬기로 통일해 1개 기종으로 운영하면 연간 운용유지비가 99억원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선 국산헬기의 내수시장 보급에 걸림돌이 됐던 관용헬기 입찰 방식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관용헬기 입찰은 최저가 낙찰제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30년 이상 장기 운용되는 관용헬기의 입찰 평가 시 단순 기종 단가가 아닌 △후속지원·교육훈련 등 운용유지비 △산업 영향성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저가 낙찰제’는 덤핑 수주와 품질악화 등의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미국, 유럽(EU), 일본 등 선진국들은 2000년대 이후 최고가치 낙찰제로 전환하는 추세다.

안현호 KAI 사장은 지난해 10월 ‘서울 ADEX 2019’ 세미나에서 “항공우주산업은 구조적으로 정부와 함께하지 않으면 성장이 어렵다”며 “1970년대 국산품 애용 정책으로 급격한 경제 도약을 이뤄냈듯 항공우주산업의 후발주자로서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서는 국산품 우선 구매정책 법제화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긴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