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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연상호 감독, ‘반도’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
2020. 07. 14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연상호 감독이 영화 ‘반도’로 돌아왔다. /NEW
연상호 감독이 영화 ‘반도’로 돌아왔다. /NEW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영화감독, 웹툰 작가이자 드라마 작가다. 타이틀만 많은 게 아니다.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좋은 결과물을 내놓는다. 

장편 연출 데뷔작인 ‘돼지의 왕’(2011)이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 국제 영화제에 초청돼 주목을 받은 연상호 감독은 실사 영화 첫 연출작인 ‘부산행’(2016)로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전 세계에 ‘K-좀비’ 열풍을 일으켰다.

두 번째 실사 영화인 ‘염력’(2018)은 흥행엔 실패했지만, 신선한 이야기와 기발한 상상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3월에는 케이블채널 tvN ‘방법’ 집필을 맡아 드라마 작가에도 도전했는데, 독특한 초자연 소재 ‘방법’을 흥미롭게 그려내 호평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현재 웹툰 ‘지옥’을 연재 중이고, ‘지옥’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재탄생될 예정이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인 연상호 감독의 다음 행보는 스크린이다.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반도’로 관객과 만난다.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담아내 기대를 모은다.

개봉 전부터 반응은 뜨겁다. ‘반도’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된 데 이어 한국과 동시 개봉에 나선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포함 무려 185개국에 선판매되는 등 개봉 전부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연상호 감독이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담아내 이목을 끈다. /NEW
연상호 감독이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담아내 이목을 끈다. /NEW

연상호 감독은 지난 13일 <시사위크>와 만나 “‘부산행’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부산행’ 직후가 아닌, 4년 후로 설정한 이유가 있다면. 
“몇 년 후가 중요한 건 아닌데, ‘부산행’ 이후 아포칼립스를 다루고 싶었다. ‘부산행’과는 완전히 별개의 영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산행’ 하고 나서 속편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보낸 분도 많았다. 그런데 나는 다른 이야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다 보니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내가 좋아하고, 연출해보고 싶었던 장르기도 하다.”

-‘부산행’ 좀비와는 어떻게 다르게 표현하고자 했나. 
“초반에는 ‘부산행’ 때 좀비의 특성을 많이 갖고 가려고 했다. 아크로바틱 한 액션을 설정했다. 그 이후에는 (살아남은 자들이) 좀비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느냐가 중요했다. 불로 지지기도 했을 것 같고 그렇더라. 예고편에도 나오는데 불에 엉겨서 눌어붙은 좀비도 있고, 네 발로 기어 다니는 좀비도 나오고 그런 다양한 설정을 했다.

‘부산행’도 마찬가지였는데, 좀비들의 움직임이 중요했다. 공간 활용을 어떻게 하면 다르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다 보니 (좀비들이) 수직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몰려들기도 했다. 또 빛을 보면 따라간다거나 소리에 민감하다는 설정이 ‘부산행’ 때 있었기 때문에 그런 특성을 이용한 액션들을 더 확장시켰다. 4년 후니까 사람들도 좀비의 특성을 잘 알지 않겠나.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가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주요 공간을 쇼핑몰로 설정한 이유는.
“이런 종류의 영화 주인공은 어마어마한 대의를 갖고 있을 법한데, 나는 대의를 갖고 있는 인물 혹은 완전한 악인을 상상하기 힘들더라. 그렇다 보니 시시한 욕망을 가진 보통 인물들이 대부분 주인공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배경도 시그니처가 되는 공간을 활용하는 것보다 그 외의 공간을 택하는 것이 맞다 생각했다. 카체이싱을 강남대로에서 할 수 있고, 631부대의 아지트가 국회의사당일 수도 있고 혹은 63빌딩을 보여줄 수도 있는데, 그런 걸 일부러 배제하고 싶었다. 이들이 반도에 있는 유일한 생존자가 아니고, 반도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작은 에피소드라는 느낌이 더 맞는 것 같아서 그런 쪽으로 공간을 만들었다.”

개봉 전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 ‘반도’. /NEW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반도’. /NEW

-전작과 다른 여성 캐릭터의 변화도 눈길을 끌었는데.
“사회적 흐름을 반영한 거다. ‘부산행’ ‘염력’때만 하더라도 관성적인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상업영화 업계에서 일을 하는 입장에서 메인 배우가 캐스팅이 돼야 하고 이런 관성적인 측면으로 영화 기획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영화라는 건 몇 년 후를 내다보고 기획을 해야 하는데, 계속 그렇게 관성적인 측면으로 영화를 기획할 순 없겠더라.

당연히 애초에 그런 (주체적 여성캐릭터) 부분을 반영하려 했고, 서사적으로도 그런 측면이 있다고 본다. 초중반부터 영화가 다시 세팅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측면에서 강동원이 당연히 불만을 가질 수 있는데  오히려 좋게 받아들여줬다. 어떻게 보면 메인 스토리가 아닌 것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었고, 메인이 아니어도 된다는 관점으로 더 즐기면서 해줬다. 고마웠다.”

-인간성을 잃어버린 631부대도 인상 깊었다. 어떤 모습을 담고 싶었나. 
“631부대원이 일종의 변종 좀비라고 생각했다. 좀비의 특성과 비슷한 면을 많이 부여하려고 했다. 자극을 좋아하고 자극에 의해 움직이는 집단이다. 희망도 없다. 황중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데 자극이 던져지면 사냥개처럼 그걸 쫓아간다. 서대위도 게임으로 생각한다. 자극을 향해 우르르 달려가는 좀비 같은 존재들이라고 생각했다. 촬영할 때도 누가 좀비이고 누가 군인인지 모르겠더라.(웃음)”

-‘부산행’이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비교의 기준이 되기도 하는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감사하다. ‘부산행’이 나왔을 때 ‘돼지의 왕’이나 ‘사이비’와 비교를 해주셨고, ‘염력’은 ‘부산행’과 비교를 해주셨다. 드라마 ‘방법’이 나왔을 때도 전작들과 계속 비교를 하다 보니 ‘이 사람 뭐지?’ 이런 생각도 하시는 것 같더라. 좋은 거다. 업자가 아니라 작가라고 생각을 해주니 그런 시선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나는 조금 더 다양한 걸 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게 있는 편인데, 더 헷갈리게 만들고 싶다는 이상한 욕구도 생기더라.(웃음)”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는 연상호 감독. /NEW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는 연상호 감독. /NEW

-‘반도’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
“이 영화의 주제는 명확하게 대사로, 표어같이 나오기 때문에 하하하. 그 안에 깊숙한 뭔가를 담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을 하는데, 사실은 ‘탈출’이지 않나. 어디에서 탈출하느냐를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이지 않을까. 정석이 어디에서 탈출하려고 하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대사를 통해 주제를 직접적으로 전달한 이유가 있다면.
“누구는 알아차리고 누구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주제를 갖고 영화를 만든다는 건 불평등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좋아하든 안 좋아하든 1년에 한 번을 보든 백 번을 보든 똑같이 알아들을 수 있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알아듣고, 모르는 사람은 몰라라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문화적 계급주의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단편 연출을 할 때부터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 누가 보든 똑같은 걸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사로 꼭 전달해야 했는가는 별개의 문제이긴 하지만, 그런 태도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극장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새로운 시도들을 해나가고 있는데.
“플랫폼의 성격을 무시한 채 영화를 만들긴 힘든 것 같다. 만약 예전처럼 극장만을 위해 만들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작품의 성격이나 영역이 좁았을 거다. 개인적으로 갈증이 분명 존재했다. 사실 내가 생각하는 여러 아이템 중에서 극장용으로 만들었을 때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야기는 한정돼있기 때문에 대부분 중단이 됐다.

그런 지점 때문에 드라마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었고, 다행히 제안이 들어와서 무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방법’을 했었다. 넷플릭스 ‘지옥’도 예산은 크게 들어가는데 극장에서 만들어졌으면 관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 영화다. 다른 플랫폼 통해서는 잘 될 수도 있는 소재라고 생각을 했다. 플랫폼의 성격이 다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기획들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나 싶고, 개인적으론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