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담배 업계 처음으로 여성 CEO에 오른 BAT코리아 김은지 신임 사장. / BAT코리아
국내 담배 업계 처음으로 여성 CEO에 오른 BAT코리아 김은지 신임 사장. / BAT코리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BAT코리아의 파격적인 인사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진출 20년여 만에 첫 자국민을 수장에 앉힌 BAT코리아가 국내 담배업계 중에는 처음으로 여성 CEO를 배출했다. 김은지 신임 사장이 단명에 그치지 않고 ‘CEO의 무덤’이라는 회사의 불명예를 씻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첫 한국인’ 이어 ‘첫 여성’까지… BAT의 혁신

설마 했던 쥴랩스의 철수로 어수선했던 담배 업계 시선이 BAT코리아에 집중되고 있다. 외국계 기업인 BAT코리아에서 인사 혁신이 이뤄지면서, 국내 담배 업계에 양성평등 문화가 확산되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낳고 있다.

‘국내 담배 업계 1호 여성 CEO’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김은지 사장은 마케팅과 영업 분야에서 강점을 지녔다고 평가 받는다. 지난 16년간 BAT코리아에서 던힐 브랜드 담당, 국내 영업 총괄, 사업 개발 담당 등을 거치며 전문성을 키웠다. 친정인 유니레버코리아 이어 BAT코리아까지 영국에 본사를 다국적 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온 점도 그의 독특한 이력이다.

BAT코리아의 두 번째 한국인 수장이자 첫 여성 CEO인 김 사장이 안고 있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지난해에만 51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BAT코리아는 실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BAT코리아의 첫 한국인 CEO로 화제를 모았던 김의성 전 대표가 1년 만에 직을 내려놓게 된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김 전 사장은 취임 직후 한 달 만인 지난해 8월 야심작인 ‘글로 센스’를 내놓았지만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이미 KT&G의 ‘릴 하이브리드’를 경험한 애연가들에게 액상형과 궐련형의 결합은 새로울 게 없는 기술이었다. 되레 일각에서는 절대 열세에 놓여있는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의 카니벌라이제이션(자기잠식)을 불러올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를 의식한 듯 BAT코리아는 곧바로 ‘글로 프로’를 내놓으며 궐련형 전자담배의 라인업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 ‘CEO의 무덤’ 오명 씻을까

신임 김은지 사장은 실적 개선과 함께 회사의 오명의 씻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본의 아니게 단명에 그친 김의성 전 사장의 후임자가 되면서 ‘CEO의 무덤’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굳혀지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4년 여간 ‘BAT코리아 대표이사’ 명함을 얻은 사람은 김은지 사장을 포함해 5명에 이른다.

이는 동종 업계에서 쉽사리 목격하기 힘든 광경이다. 지난 2월 한국필립모리스 대표가 된 백영재 사장의 전임자였던 정일우 전 사장은 2011년부터 9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KT&G 백복인 사장은 5년째 회사를 진두지휘 해 오고 있다. JTI코리아의 스티브 다이어 전 사장도 노사갈등이 불거지기 전까지 4년 간 재직했다.

2016년 이후 BAT코리아를 거쳐 간 에릭스톨(4개월), 토니 헤이워드(1년), 메튜 쥬에리(1년 9개월), 김의성(1년) 전 사장들과 크게 대비된다. 이 기간 BAT코리아의 연매출은 4,134억원에서 3,563억원으로 감소했다. 3,768만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던 2017년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연도 모두 적자를 남겼다. 특히 지난해는 영업손실 규모가 5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와 달리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담배 업계에도 시대 흐름에 맞춰 여성 CEO가 등장한 건 분명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유로모니터 등에서 주목하고 있는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고전하는 지금의 흐름이 계속된다면 타이틀만 남기는 보여주기 식 인사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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