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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이정현에게 ‘반도’란
2020. 07. 21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이정현이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로 돌아왔다. /NEW
배우 이정현이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로 돌아왔다. /NEW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이정현에게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는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열렬한 팬이었던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데다, 평소 좋아하던 좀비물에 배우 생활 내내 갈증을 느꼈던 액션도 선보일 수 있었다. 재난 장르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까지, 모든 것이 좋았다.

그리고 이정현은 이 기회를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데뷔 후 첫 액션 연기를 위해 촬영 전부터 액션스쿨에 다니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고, 총격전부터 카체이싱까지 섭렵했다. 강인한 생존력부터 깊숙한 모성애까지 간직한 다층적인 인물을 더욱 입체적으로 완성하며 매력적인 여전사를 탄생시켰다. 이정현을 만난 건 ‘반도’에게도 행운이다.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2016년 개봉해 전 세계에 ‘K-좀비’ 열풍을 일으킨 ‘부산행’의 세계관을 잇는 작품으로, 지난 15일 개봉한 뒤 7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침체된 극장가에 제대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데뷔작 ‘꽃잎’부터 ‘명량’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군함도’ 등 매 작품 변신을 거듭하며 강렬한 연기를 펼쳐 온 이정현은 이번에도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극 중 폐허의 땅에서 들개가 된 생존자 민정을 연기한 그는 탈출을 위해 모든 것을 건 강렬한 액션과 가족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절박한 감정 연기까지 손색없이 소화해 호평을 얻고 있다.

이정현이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NEW
이정현이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NEW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이정현은 ‘반도’를 향한 뜨거운 반응에 “전혀 기대하지 못했다”며 얼떨떨해하면서도 “우리 영화를 계기로 (극장가가) 살아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연상호 감독님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시나리오를 보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자세히 표현이 되고 완성된 걸 보면서 정말 놀랐다. 촬영할 때도 실내 세트인데 아스팔트로 바닥을 다 깔았더라. 그런 디테일에 놀랐다. 또 우리나라 기술력이 이 정도로 발전했구나 느꼈다. 배경이나 비주얼을 (연상호 감독이) 미리 만들어놓은 상태였는데, 현장에서 그 이미지를 합성해서 바로 보여줬기 때문에 그것들을 기억하면서 연기할 수 있었다. 편하게 촬영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캐스팅 제의는 어떻게 받았나.
“카카오톡으로 받았다.(웃음)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 찍기 전에 단편영화 심사위원을 같이 한 적이 있어 인연이 있었다. 어느 날 안부 연락이 와서 대화를 나누다가 같이 영화하자면서 시나리오를 보내주셨다. 그게 ‘반도’였다. 너무 기뻤다. 연상호 감독님이 애니메이션 할 때부터 정말 팬이고 좋아했는데, 함께 작업을 하자고 하니 꿈인지 생시인지 정말 좋았다. 또 다른 배우를 거치지 않고 첫 번째로 연락을 했다고 해서, 너무 감사했다. 시나리오도 재밌었고, 액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다 좋았다.”

-연상호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연상호 감독님이 굉장히 유머러스하다. 친구처럼 따뜻하고 편안했다. 고민도 잘 들어준다. ‘반도’ 막바지 촬영을 하고 있을 때 ‘편스토랑’ 제안이 왔는데, 되게 고민스러웠다. 예능이 양날의 검이지 않나. 잘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영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고민했는데 연상호 감독님이 무조건 하라고 응원해줬다. 나뿐 아니라 모든 배우들에게 좋은 친구 같은 감독님이었을 거다. 현장에서는 디렉션이 굉장히 정확하고 생각이 확고했다. 그런 부분에서 믿음이 많이 갔다.”  

강렬한 여전사 민정을 연기한 이정현 스틸컷. /NEW
강렬한 여전사 민정을 연기한 이정현 스틸컷. /NEW

-액션 준비 과정은.
“액션이 처음이었는데, 주위 배우들에게 듣기론 현장에서 감독님이 새로운 걸 요구할 때가 많다고 해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액션 스쿨에 갔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많이 연습했다. 총도 잡고 구르기도 하고, 3단 발차기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단순한 동작만 하게 하더라. 5초~10초 정도씩 촬영해서 앞뒤 장면 붙이고 그렇게 만들어 나갔다. 불필요한 동작을 안 해서 사고가 안 났던 것 같다. 안전하고 빠르게 잘 끝났다. 단순한 동작임에도 크게 만들어주니 배우로선 감사했다.”

-강동원(한정석 역)과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어땠나.
“워낙 좋은 배우라고 알고 있었고, 같이 작품을 한다고 해서 기뻤다. 실제로 처음 봤을 때도 성격이 참 좋고 속이 깊어 보이더라. 현장에서 만나니 액션도 잘하고 모든 게 좋았다. NG 한 번 난 적 없이 거의 한 번에 OK였다. 호흡이 척척 맞았다.”

-아역배우 이레(준이 역)와 이예원(유진 역)과의 호흡은.
“아역답지 않게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 현장에서 보자마자 ‘엄마, 엄마’ 하면서 따라다녔다. 적응력도 뛰어난데, 연기도 잘 하고 천진난만하고 정말 완벽하구나 싶었다. 요즘 아역배우들은 다 저렇게 잘 하냐고 물어봤을 정도다. 연상호 감독님도 그렇고 모두가 너무 예뻐했다. 촬영장의 활력소였다.”

데뷔 후 처음으로 액션 연기를 선보인 이정현. /NEW
데뷔 후 처음으로 액션 연기를 선보인 이정현. /NEW

-민정과 준이, 유진까지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이 돋보였는데.
“여성 캐릭터에 전투력을 강하게 담아서 좋았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상황이 납득이 됐다. 실제 엄마들이 모성애가 강하지 않나. 아이들이 위험에 빠진다면 민정처럼 했을 것 같다. 또 폐허된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민정처럼 변했을 것 같다. 모든 상황들이 납득이 됐고 모성애로부터 전투력이 나온다는 것이 흥미진진했다.”

-평소 좀비물 마니아로 알고 있는데, K-좀비만의 매력을 꼽자면.
“섬세하고 디테일하다. 관절을 너무 잘 쓴다. (좀비 역을 연기한 배우들이) 다 무용을 해서 그런지 관절 움직임 하나까지 디테일하고 멋있더라. 좀비 분장도 우리나라가 참 잘 한다. 너무 신기해서 옆에서 구경하고 그랬다. 분장도 신기하고, 완성된 CG도 신기했다. 촬영장에 가면 신기한 것 투성이었다. 한국영화가 이 정도로 발전했다는 것에 대해 정말 놀랐다.”

-반응이 좋은데,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대를 아예 안 했다. 코로나19도 그렇고, 이 시기에 개봉을 해도 되나 걱정이 많았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관객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 (흥행에 대한) 욕심은 없다. 이 시국에 그렇게 많이 보러 오셨다고 해서 놀랐다. 영화관이 살아났으면 좋겠다. 그래야 좋은 영화가 많이 나오지 않겠나. 우리 작품을 계기로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