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석(사진 좌측)이 SNS 계정을 통해 김구라(사진 우측) 진행 방식에 대해 공개 지적한 것에 대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 뉴시스
남희석(사진 좌측)이 SNS 계정을 통해 김구라(사진 우측) 진행 방식에 대해 공개 지적한 것에 대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웃으라고 한 말에 초상난다’는 속담처럼, 쉽게 내뱉은 한 마디는 때론 누군가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치명상이 되곤 한다. 특히나 말을 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이들은 말 한 마디가 지닌 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남에게 입힌 상처는 언젠가 자신에게 돌아오게 돼 있는 법. 최근 뜨거운 감자, 남희석-김구라 논란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아닐까.

남희석이 자신의 SNS를 통해 김구라의 진행 방식을 공개 저격한 것에 대한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29일 남희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는 초대 손님이 말할 때 본인 입맛에 안 맞으면 등을 돌린 채 인상을 쓰고 앉아있다. 자신의 캐릭터이긴 하지만 참 배려 없는 자세”라며 “자기 캐릭터를 유지하려는 행위. 그러다보니 몇몇 어린 게스트들은 나와서 시청자가 아니라 그의 눈에 들기 위한 노력을 할 때가 종종 있다”고 공개적으로 김구라를 지적했다. 삽시간에 일파만파 남희석의 글은 퍼졌고, 이날 돌연 남희석은 게시물을 삭제했다.

다음 날 남희석은 “‘돌연, 급작’스러운 일이 아닌 몇 년을 지켜보고 고민하고 남긴 글”이라며 “콩트 코미디하다가 떠서 ‘라디오스타’ 나갔는데 개망신 당하고 밤에 자존감 무너져 나 찾아온 후배들 봐서라도 그러면 안 된다. 약자들 챙기시길”이라며 김구라의 진행 방식을 재차 지적했다.

남희석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게재한 글 / 남희석 페이스북
남희석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게재한 글 / 남희석 페이스북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방송인이 특정 방송인의 진행 방식을 꼬집는 것은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지만, 사실 김구라의 진행 방식은 예전부터 확연한 호불호를 가져왔다. 2007년부터 ‘라디오스타’에 몸을 담근 김구라는 자신이 하고픈 말은 하고야 마는, 방송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독보적 캐릭터이자 ‘독설 아이콘’으로 활약, 시청자들로부터 “시원하다”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등의 반응을 얻으며 ‘라디오스타’ 기둥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끊임없이 김구라의 거침없는 언행에 대한 불편감을 드러내왔다. 자신의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는가 하면, 상대를 하대한다고 느껴질 정도의 언행은 김구라 캐릭터의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과거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강지영에게 “의외로 애교가 있다 들었다”며 느닷없이 애교를 보여줄 것을 권유, 당시 나이 20살이었던 강지영이 당황한 모습을 보임에도 계속해서 애교를 강요하며 결국 눈물을 쏟게 만든 일화는 전반적으로 강압적이면서도 권위적인 그의 진행 방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충분히 상대방 마음에 상처를 남길 수 있는 말들과 진행방식은 ‘독설 아이콘’에게 시청자들이 등을 돌리게 되는 꾸준한 배경이 돼 왔다.

방송 속 캐릭터에 대한 극명한 호불호 반응을 얻고 있는 김구라 / MBC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방송 속 캐릭터에 대한 극명한 호불호 반응을 얻고 있는 김구라 / MBC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이렇다보니 네티즌들은 남희석이 지적한 김구라의 진행 방식에 대한 옳고 그름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남희석이 적은 글과 관련해 김구라는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라디오스타’ 측은 “김구라가 방송에서 비춰지는 모습은 토크쇼인 ‘라스’만의 캐릭터라고 이해해달라. 김구라는 녹화가 재밌게 풀리지 않을 경우 출연자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반대 질문을 하거나 상황을 만들어간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남희석이 김구라의 진행 방식을 탐탁지 않아하고 말고는 전적으로 그의 자유다. 다만 그것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을 땐 그가 그럴 자격이 되는 사람인가에 대한 물음표를 남길 수밖에 없다. 남희석의 과거가 재조명되고 있는 이유다.

'미녀들의 수다' 진행자로 활약해 온 남희석 / KBS 제공
'미녀들의 수다' 진행자로 활약해 온 남희석 / KBS 제공

지금 아이들은 남희석을 잘 모르지만, 예전엔 남희석이 김구라 못지않게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라디오스타’가 김구라에게 전성기를 가져다줬듯, KBS2TV ‘미녀들의 수다’가 남희석에겐 그런 존재였다. ‘미녀들의 수다’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여성들과 함께하는 토크쇼 프로그램으로, 남희석은 약 3년 6개월 동안 진행을 맡아 터줏대감 역할을 해왔다.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미녀들의 수다’ 진행자였던 남희석의 무게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외국인 여성이 한국 문화에 대해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부분은 오락적으로 재밌게 다가오지만, 한국 시청자 정서까지 고려하기엔 미흡한 외국인 여성들을 중재하는 것은 남희석에게 주어진 숙제였을 터. 하지만 오히려 남희석은 외국인 여성들에게 “과거 남자친구의 미니홈피를 스토킹한 경험이 있냐”고 민감한 질문도 서슴없이 던지며 시청자들의 오락적 흥미에만 초점을 맞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바 있다.

강예빈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남희석 댓글 / 강예빈 인스타그램
강예빈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남희석 댓글 / 강예빈 인스타그램

뿐만 아니라 지난 8월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충격 남희석 과거 댓글’이라는 제목으로 강예빈 인스타그램에 남희석이 적은 댓글이 캡처돼 게재됐다. 2017년 5월 강예빈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비키니 사진을 게재했고, 이를 본 남희석은 “동생아 오빠가 엄지와 검지로 그만 사진을 확대해서 봤다”고 댓글단 것. 해당 댓글을 본 네티즌들은 “성희롱 아니냐”며 그의 언행에 대한 부주의함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방송인에게 오락적인 요소는 중요하다. 재미가 있어야 또 보고 싶은 마음이 들고, 그래야 많은 방송에도 출연할 수 있다. 호불호가 심하게 나뉘지만 그럼에도 김구라가 ‘독설 아이콘’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도, 과거 남희석이 그러한 진행 방식을 고집한 것도 모두 이러한 이유 때문일 테다.

다만 그들에게 단순 재미를 위해 상대방에서 상처를 줄 수 있는 권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 적절한 선을 지키면서 웃음을 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베테랑 방송인’ 모습이 아닐까. 방송인이라면 세치의 혀가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도, 혹은 TV 속에서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잊지 말아야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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