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을 마지막으로 13년 만에 영업을 종료하는 유니클로 강남점. / 네이버 지도
이달을 마지막으로 13년 만에 영업을 종료하는 유니클로 강남점. / 네이버 지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코로나19와 악화된 한일 관계로 양대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전황이 갈수록 불리해져 가고 있다. 미래 유통전쟁에서 지원군 역할을 해야 할 신사업 GU가 조기 철수한 가운데, 핵심 전력인 유니클로의 플래그십(기함) 하나를 잃게 됐다. 새 사령관 교체에도 전세를 뒤바꿀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 악재 못 견디고 줄줄이 쓰러지는 ‘기함’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는 에프알엘코리아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유니클로 일본 본사 임원의 실언이 불쏘시개가 돼 불매운동이 확산된 지 1년여 만에 요충지를 상실하게 됐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에프알엘코리아는 이달을 끝으로 유니클로 강남점 영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지난 1년 동안 간간히 폐점 소식을 전해 온 유니클로의 이번 강남점 폐점이 시사하는 바는 남다르다. ‘젊음의 거리’ 강남대로 한복판에 위치한 유니클로 강남점은 강북의 플래그십 스토어 명동중앙점과 함께 핵심 거점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유니클로 강남점은 최근 이상 징후를 보이며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지난달 초부터 2층 매장을 비우고 지하 1층과 지상 1층으로 축소해 영업해 왔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되면서 완전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유통업계의 소비 트렌드 변화를 비롯해 코로나19 확산 및 한일 관계 악화 등 외부 요인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이로써 유니클로의 부흥을 상징하며 지난 2007년 연달아 들어선 강남‧압구정‧명동점 모두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이 가운데 명동점만이 2011년 개장한 명동중앙점을 통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 사업년도 종료, 불길함 가득한 연말 성적표

유니클로는 다음 달 도미노 폐점을 예고하며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서울 강남점을 포함해 총 9개 점포를 정리할 예정이다. 폐점은 전국 단위로 이뤄진다. 현재 서울 서초점, 신세계 경기점, 청주 메가폴리스점, 부산 남포점, 대전 밀라노21점 등이 명단에 올라있다. 이로써 지난해 말 186개였던 유니클로 매장수는 165개로 줄어들게 된다.

에프알엘코리아는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사업도 조기 철수하며 경험하지 못한 위기를 겪고 있다. 2018년 9월에 서울 잠실 롯데월드점에 1,400㎡(약 424평) 규모의 1호 점포를 열며 의욕적으로 시작한 GU(지유)는 이달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본토인 일본에서 ‘990엔짜리 청바지’등 극강의 가성비로 국민 브랜드가 된 GU는 인접한 타국에서 진가를 보여주지 못한 채 2년도 안 돼 발을 빼게 됐다.

업계의 시선은 올해 말 공개될 에프알엘코리아의 성적표에 쏠리고 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8월을 결산일로 잡고 있는 비상장 기업이라 아직 ‘NO 재팬’으로 인한 매출 변화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 회사는 단 두 달의 불매운동 기간이 반영됐던 지난해 최저 수준의 성장률(0.4%)을 기록했다. 한일 양국의 관계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발생해 에프알엘코리아는 상당한 타격을 받았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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