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무역대표부가 18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를 적용한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중재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를 조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보여주는 모습. /AP-뉴시스
지난해 7월 시작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WTO 분쟁해결절차에 들어간 상황에서 미국 측이 일본에 유리한 발언을 해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2017년 7월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를 조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보여주는 모습. /AP-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지난해 7월 시작된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소재 수출 규제와 관련한 한국과 일본의 WTO(세계무역기구) 법정 다툼이 본격화됐다. 이런 와중에 미국이 일본에 유리해 보이는 발언을 한 것이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WTO 분쟁해결기구(DSB)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를 다룰 분쟁처리소위원회(패널) 설치를 승인했다. 패널이 설치됐다는 것은 WTO 분쟁해결 절차에서 1심 재판이 개시됐음을 뜻한다.

지난해 7월 일본 정부는 반도체 핵심소재 세 품목 등에 대해 기습적으로 수출규제를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부당한 조치라며 WTO에 제소했지만, 지난해 11월 일본과 대화를 재개하며 제소 절차를 잠정 중단했었다. 그러나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사실상 거부해왔고, 우리 정부의 최후통첩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 6월 초 우리 정부는 WTO 제소 절차를 재개했다.

◇ 미국 “수출규제, 심리 대상 아냐” 

우여곡절 끝에 법정 다툼이 본격화됐지만, WTO 내 미국의 영향력으로 인한 문제점도 생기고 있다. 우선 WTO 분쟁 해결은 2심제인데 패널은 1심 격이다. 이 와중에 최종심인 상급위원회는 WTO 개혁을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대로 위원을 선발하지 못해 공백 상태다.

WTO 재판은 통상 1~2년이 소요되며, 결과에 불복해 상소기구로 사건이 올라가면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3~4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상급위원회가 구성되지 못한다면 장기화될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영향이다. 3일 WTO 홈페이지에 게재된 회의록 요약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열린 DSB 정례회의에서 미국 측은 “오직 일본만이 자국의 본질적 안보에 필요한 조치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는 수출규제가 한 국가의 안보 조치에 해당되므로 ‘일본의 안보 조치는 WTO 심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국이 WTO 공식 회의 석상에서 어느 한쪽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이 이례적이며, 한일 수출규제 분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한국에 WTO 제소 대신 한일 대화로 갈등을 해결하라는 압박이라는 것이다.

반면 미국의 이같은 발언은 기존의 입장을 반복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자국 안보를 이유로 수입산 철강 제품에 관세를 매기고 중국 화훼이·틱톡을 축출하는 등의 조치를 해왔으며, 이번 발언도 자국이 취하는 조치에 대한 정당화지 특정 국가를 두둔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미국이 WTO 사무총장 대행에 자국 출신 앨런 울프 사무차장을 고집하며 임시 지도부 구성을 막고, 분쟁 해결을 맡은 상급위원회 구성도 반대하고 있는 등 WTO 전반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어 향후 미국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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