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 원피스 차림으로 등장한 것을 두고 5일 온라인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류 의원은 논란과 관련해 “국회의 권위가 영원히 양복으로 세워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한 류호정 의원. /뉴시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 원피스 차림으로 등장한 것을 두고 5일 온라인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류 의원은 논란과 관련해 “국회의 권위가 영원히 양복으로 세워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한 류호정 의원.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5일 ‘국회 등원 복장’ 논란으로 온라인 커뮤니티가 들끓고 있다. 주인공은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다. 류 의원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 출석할 당시 붉은색 원피스 차림으로 등장해 논란을 빚었다. 

류 의원은 이전에도 청바지나 반바지 차림으로 국회에 등장해 뒤늦게 화제를 모았지만, 이번에는 더 큰 반응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회에 맞지 않는 복장이라는 비판을 넘어 도가 지나친 ‘혐오발언’(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도 나오고 있다. 

◇ 등원 복장 논란, 이번이 처음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국회의원 등원 복장에 대한 규정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국회법 제25조는 ‘품위유지의 의무’라는 조항이 있지만, 이는 포괄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국회에서는 남녀 의원 모두 격식을 차리는 옷차림을 하고 등원한다. 이런 관행을 깨고 류 의원은 지난 4일 열린 본회의에 다이아몬드 무늬로 빨간색, 파란색, 흰색 등이 섞인 캐주얼한 원피스를 입고 등장했다. 

류 의원은 이전에도 청바지와 반바지 차림으로 등원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5일 자신의 유튜브에서 “이미 청바지 3번, 반바지 2번 정도 입었다”며 뒤늦게 언론이 주목한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제 이렇게 입어도 아무도 개의치 않는구나’라는 변화를 캐치해서 뉴스로 만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류 의원과 비슷한 사례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백바지 논란’이 있다. 지난 2003년 재선거로 당선된 유 이사장은 넥타이를 매지 않고 남색 재킷과 회색 티셔츠, 흰 면바지를 입고 의원 선서를 하러 국회 본회의장에 나타났다. 그러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거센 항의와 함께 집단퇴장을 하면서 의원 선서가 미뤄지기도 했다. 유 이사장은 결국 다음날 정장에 넥타이를 맨 채 의원 선서를 다시 했다.

류 의원과 유 이사장의 사례에서 눈에 띄는 것은 동료 의원들의 반응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17년 전 유 이사장은 다음날 ‘정중한 복장’을 다시 갖춰야 했지만, 류 의원은 그런 일을 겪지 않았다. 류 의원도 이에 대해 자신의 유튜브에서 “(청바지와 반바지를 입었을 때) 다른 의원님들은 딱히 뭐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히려 논란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벌어졌다. 류 의원을 격려하는 누리꾼은 ‘20대 국회의원의 파격’, ‘복장과 일처리가 무슨 상관’, ‘신선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류 의원을 비난하는 누리꾼들은 ‘국회로 소풍갔냐’, ‘돌출 행동 말고 실력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정치성향과 관계없이 극단주의 성향의 누리꾼들은 ‘눈요깃거리’, ‘(노래방)도우미’라는 성희롱성 댓글이나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고 있다. 

◇ 2003년 유시민과 2020년 류호정의 차이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류 의원과 유 이사장이 받은 비판의 차이점이다. 유 이사장이 받은 비난은 보수 측이 진보 정치인의 ‘자격’을 가지고 시비를 따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류 의원이 받은 비난은 소수정당·청년·여성정치인에 대한 ‘혐오발언’이라는 평가다. 혐오발언이란 인종, 성, 연령, 민족, 국적, 종교, 성 정체성, 장애, 언어능력, 정치적 견해, 사회적 계급, 외모 등 특정 그룹에 대한 편견과 폭력을 부추길 목적으로 이뤄지는 의도적인 폄하, 위협, 선동 등을 담은 발언을 뜻한다. 

유 이사장은 ‘예의 없다’는 비난은 들어도 성희롱성 비난을 듣지는 않았다. 그러나 류 의원은 이에 더해 ‘눈요깃거리’, ‘미투 낚시질’ 등의 성희롱성 댓글이나 인신공격까지 받았다. 심지어 이런 비난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등장했다. 류 의원의 복장이 국회 등원에 적절한지에 대한 판단을 떠나, 이런 인신공격은 ‘20대’,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의도적으로 폄하한 ‘혐오발언’인 것이다.

한편 류 의원은 이날 “국회의 권위가 영원히 양복으로 세워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 할 수 있는 복장’을 입고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너무 천편일률적 복장을 강조하는데 국회 내에서도 이런 관행을 바꾸자는 얘기가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날 “나는 류 의원의 모든 생각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녀가 입은 옷으로 과도한 비난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며 “오히려 국회의 과도한 엄숙주의와 권위주의를 깨 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다른 목소리, 다른 모습, 다른 생각들이 허용돼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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