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배우이자, 최고의 가수로 대체불가의 영역에 들어서 있는 엄정화.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톱배우이자, 최고의 가수로 대체불가의 영역에 들어서 있는 엄정화.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엄정화가 걸어온 길은 독보적이다. 1992년 데뷔한 뒤 배우로, 가수로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며 최정상의 자리를 유지해오고 있다. 단순히 오래 활동한 연예인이라는 타이틀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로맨틱 코미디 속 사랑스러운 여주인공부터 스릴러 영화 속 연쇄 살인범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톱배우이자, 화려한 퍼포먼스로 무대를 장악하는 최고의 가수로 대체불가의 영역에 들어서 있다.

허투루 얻어진 결과는 아니다. ‘여배우는 못해, 여가수는 이래야 돼’ 등 수많은 편견과 마주해야 했고, 끊임없이 한계에 부딪혔다. 매 순간, 내일에 대한 불안감과 싸워야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스스로에 갇히지 않으려 했고, 하고 싶은 연기와 새로운 무대를 위해 계속 시도하고 끝없이 도전했다. 그렇게 지금의 ‘엄정화’가 완성됐다.

이제 ‘배우’ 엄정화의 시간이 다시 열린다. 2017년 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 이후 공백기를 가졌던 그는 오는 12일 개봉하는 영화 ‘오케이 마담’(감독 이철하)으로 관객과 만난다. 스크린 복귀는 ‘미쓰 와이프’(2015) 이후 5년 만이다.

‘오케이 마담’은 생애 첫 해외여행에서 난데없이 비행기 납치 사건에 휘말린 부부가 평범했던 과거는 접어두고 숨겨왔던 내공으로 구출 작전을 펼치는 액션 코미디로,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2006), ‘날, 보러와요’(2016) 등을 연출한 이철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극중 엄정화는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를 위해 꽈배기 가게를 운영하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사랑스러운 아줌마 미영 역을 맡았다. ‘댄싱퀸’ ‘미쓰 와이프’로 원톱 주연 코미디마다 ‘흥행 파워’를 과시한 엄정화는 이번에도 제 몫을 해내 호평을 얻고 있다. 이미 입증된 ‘엄정화 표’ 코미디는 물론, 첫 액션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성공적인 ‘퀸’의 귀환이다.

엄정화를 5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오게 한 것은 ‘도전’을 향한 그의 열정 덕이다.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액션 장르에 대한 기대감과 신선한 이야기, 매력적인 캐릭터에 단숨에 마음을 빼앗겼다는 그는 캐스팅 확정 전부터 액션스쿨에 다니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영화 ‘오케이 마담’(감독 이철하)으로 돌아온 엄정화.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오케이 마담’(감독 이철하)으로 돌아온 엄정화.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엄정화는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부끄럽지 않은 좋은 작품으로 빨리 돌아오고 싶었다”며 스크린 컴백 소감을 전했다.

-오랜만에 스크린 컴백인데, 기분이 어떤가.
“일단 너무 좋다. 이렇게 시사회를 할 수 있고, 인터뷰도 할 수 있고 홍보할 수 있는 시간들을 굉장히 즐기게 되는 것 같다.”

-시사회에서 유독 긴장한 것 같았는데.
“맞다. 기자님들 눈치 보느라(웃음). (영화를) 어떻게 봤을지 표정을 보면 아는데, 마스크 때문에 얼굴이 안 보여서 더 긴장이 되더라. 장르적인 부분도 있고 그래서 어떻게 봤을지 너무 궁금했다. 긴장해서 질문도 까먹고 그랬다.”

-그토록 바라던 액션 도전이었는데, 어땠나.
“너무 좋았다. 액션 장르가 남자들의 전유물이잖나. 그런 것들이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게 너무 재밌는 일인 것 같다. 액션에 대해 부담감이 있다기보다 항상 도전해보고 싶었던 장르기도 해서, 잘 해내고 싶었다.”

-첫 액션 연기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빨리 연습하고 싶어서 나 혼자만 결정한(출연을 결심한) 상황에서 액션스쿨에 갔다. 배우라면 액션스쿨에 한 번쯤은 가봐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로망이 있었던 것 같다. 액션 연습하러 가는 나를 상상하는(웃음). 처음 액션스쿨에 들어갔는데 굉장히 크더라. 정두홍 무술감독이 영화처럼 대련을 하고 있고, 사방에서 기합소리가 나고 모두가 땀을 흘리면서 액션 연습을 하고 있었다. ‘드디어 내가 여기에 왔다.’ 그날부터 연습을 시작했고, 잘 해내고 싶었다. 액션이 몸에 밴 액션이어야 한다는 부담이 커서 이 영화가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연습하는 건 내게 남는 거니까 일단 시작하자 하는 마음이었다.”

-액션을 하고 싶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재밌어 보였다. 여자한테 잘 안 오는 장르기도 하고, 예전 ‘예스마담’도 그렇고 최근 할리우드 ‘루시’처럼 여배우로서도 도전해보고 싶은 그런 장르였다. 코믹과 같이 보여줄 수 있어서 부담감이 덜어진 느낌도 있었다. 완전히 센 액션이었다면, 아마 1년 정도는 연습했을 것 같다. 하하. 코믹함 속에 액션이 들어있다는 장르적 복합성도 되게 좋았다.”

-비행기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연기를 했는데, 불편한 점은 없었나.
“불편한 점도 있고 편한 점도 있었다. 불편한 건 공간이 좁다 보니 액션하는 것이 겁나게 느껴졌다. 다른 승객도 있고, 기물들도 딱딱하고 아프니까 잘못 가격했다간 부러지는 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몸 동선이 좁아지는 편함이 있더라. 연습할 때 돌려차기가 그렇게 안 돼서 고생을 했는데, 다행히 이 작품에 돌려차기할 공간이 없었다. 하하.”

‘오케이 마담’에서 미영으로 분한 엄정화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오케이 마담’에서 미영으로 분한 엄정화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액션 못지않게 ‘엄정화 표’ 코믹 연기도 돋보였다. 코미디 장르를 소화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코믹이 진짜 어려운데, 억지스럽거나 과장되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상황 자체가 재밌고 웃긴 것인데, 보기 힘들다고 느껴질까 봐 그게 제일 무섭다. 그런 연기를 할 때 제일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그래서 최대한 생활에 묻어있으면서, 어딘가 있을 것 같은 수다스러운 여자, 밝은 여자 이 정도의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연기했다.” 

-애교도 많은 캐릭터였는데, 연습하면서 오글거리진 않았나. 아니면 본인의 모습이었나. 
“연습할 필요가 없더라. 하하. 미영이 쓰는 말들이 우리가 평소에 너무 잘 쓰는 농담 같은 거였다. 저희끼리 연습하면서도 너무 웃었다. 과연 관객들도 웃어줄까 질문을 하면서 연습했던 것 같다. 코미디 연기를 할 때 뭔가 덧붙인다는 느낌보다 그 안에 딱 들어갈 만큼 덜어내고 조율하는 과정이 제일 필요했던 것 같다. 찍고 나서 더 갔으면 조금 덜어내고 다시 찍고 그런 과정이 있었다.

(박)성웅 씨랑 호흡이 너무 잘 맞아서 즐겁게 촬영했다. (박성웅이) 그렇게 애같이 떼를 쓸 줄 몰랐는데, 그렇게 떼를 쓰더라. 그래서 자연스럽게 애드리브도 나왔던 것 같고, 서로 격이 없어지니 자연스럽게 나오는 시너지들이 있었다. 코미디 영화는 현장 분위기가 다인 것 같다. 배우들이 이 현장을 즐겼느냐 안 즐겼냐 그 에너지가 오로지 화면에 담긴다고 생각한다. 시사회 끝나고 되게 떨렸는데, 좋은 반응들이 많아서 너무 기뻤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우리가 현장을 잘 즐겼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박성웅(석환 역, 미영의 남편)과 첫 작업이었는데. 
“사실 (박성웅과) 첫 만남에서 좀 어려워했다. 내가 보기보다 숫기가 없다.(웃음) 그래서 빨리 말도 못놓고 그런 편인데, 성웅 씨와 처음 만나기도 하고 성웅 씨에 대한 고정관념도 있었던 것 같다. 어떤 성격일까 어려워하면서 만났는데, 먼저 장난치면서 풀어주려고 하고 그러니까 나의 기우였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배우가 갖고 있는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데, 내가 너무 잘못 생각했구나 싶었다.”

코믹부터 액션까지 완벽하게 소화한 엄정화.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코믹부터 액션까지 완벽하게 소화한 엄정화.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기도 하고, 배우 엄정화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치 탓에 부담감도 컸겠다.
“너무 (부담감이) 있었다. 그래서 빨리 작품으로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과 부끄럽지 않은 좋은 작품으로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좋은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늘 있는 생각이다.” 

-5년이나 걸린 이유가 있다면.
“시나리오 찾기가 어려웠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작품이 지난해 5월에 촬영이 끝났다. 지난해 개봉했어야 했는데, 조금 뒤로 밀어지다보니 더 공백이 길어진 것도 있다.”

-어떤 작품을 기다렸나. 
“물론 시나리오가 제일 중요하고, 그 시나리오를 움직이는 캐릭터가 내 마음을 흔들 때 끌린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상상하게 되는데, 끊임없이 읽히면서 ‘그래 이거야’하며 마음을 움직이면, 그 작품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모든 배우들이 그럴 거다.” 

-오랫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대중에겐 결과만 보이겠지만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을까 싶다. 어떤 노력을 해왔고, 하고 있나.  
“노력이라고 한다면, 나이 때문에 뭔가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계속 시도하고 시도했던 게 그래도 이렇게 오랫동안 올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나에게 갇혔다면, 10집 앨범도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 나이 때문에 고민했다면, 34살 이후로 앨범이 없었어야 한다. 스스로 한계를 두고 싶지 않다. 나이 때문에 내가 이걸 못할 게 뭐지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

이 일이 너무 싫어져서 지쳐서 힘들어서 감당이 안 돼서 안하는 거라면 그건 본인의 선택인데, 하고 싶은데 못하는 건 아니지 않나. 특히 앨범 같은 경우는 내 의지만 있다면 끝없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못하니까, 기회가 왔을 때 언제든 할 수 있게 내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마음도 더 열고, 많이 보고 그렇다. 나는 진짜 좋은 배우가 되고 싶고, 그렇게 살고 싶다. 어떤 역할이 왔을 때 열린 마음으로 잘 해내고 싶다. 그런 꿈이 있다.”

-여전히 많은 여자 후배들이 롤모델로 꼽는다. 책임감도 있을 것 같은데.
“그 책임감 때문에 지금까지 한 건 아니다. 뭔가 항상 끝에 몰려서, 이후에도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젊은 시절을 보낸 것 같다. 그런 불안감은 28세 때부터 있었다. 그때는 발라드를 부르라고 그랬었다. ‘서른 넘긴 여가수가 댄스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흔이 넘은 여배우는 멜로를 못한다’ 그런 것들이 내가 앞으로 그려나가고 싶고 해내가고 싶은 배우나 가수의 길에 방해물이 되더라. 참 어려운데, 뭔가를 해나갈 때 내가 하고 싶은 걸 계속 늘려나가는 것도 있지만, 후배들이 볼 때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하기도 한다. ‘저 선배도 있으니까 갈 수 있지’라는 마음.”

-사람 엄정화, 배우 엄정화, 가수 엄정화를 구분하고 균형을 맞추는 비결이 있다면.  
“그 구분이 나는 굉장히 쉬운데, 보는 분들이 헷갈릴까 봐 무대에서의 모습이나 연기할 때 모습, 그 두 가지가 겹쳐서 방해가 되는 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무대에 올라갈 때 일부러 가발을 쓴다거나 더 오버해서 엄정화의 모습을 가리길 원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무대에 충실한 것, 이 연기에 충실한 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기간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들어와 주셨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 시간이 주는 자유로움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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