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오후 한 행사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가 지난 6일 비공개 만찬 회동에서 주 원내대표에게 부동산 입법 강행과 관련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뉴시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오후 한 행사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가 지난 6일 비공개 만찬 회동에서 주 원내대표에게 부동산 입법 강행과 관련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15총선 압승 후 4개월 만에 민심 이반 흐름이 감지되자 더불어민주당이 고민에 빠졌다. 민주당은 총선 압승과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국회 개원과 주요 법안 처리에 있어서 ‘강공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국회 원구성 협상에서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미래통합당과 협상 타결을 이루지 못하자 국회 모든 상임위원장 독식까지 감수하며 단독 원구성을 밀어붙였다. 지난달 3일에는 민주당은 통합당이 본회의에 불참한 채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사실상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또 민주당은 최근 통합당의 표결 ‘보이콧’ 속에 부동산 관련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법안 등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민주당이 통합당의 “의회 독재”라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입법 독주’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총선 민심과 높은 지지율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줄곧 선두를 지켜온 민주당을 통합당이 바짝 추격하면서 지지율 격차가 소수점대로 좁혀졌으며, 서울의 경우는 민주당이 통합당에 역전당했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민주당의 국회 운영 ‘독주’에 대판 비판 여론도 감지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업체 4개사가 지난 6∼8일 만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8월 1주 전국지표조사 리포트(95% 신뢰수준에서 ± 3.1%포인트)에서 여당 단독 법안‧추경안 통과에 대해 응답자의 53%가 ‘야당과의 협의를 무시한 다수 의석을 가진 집권 여당의 독단적 행동’이라고 답했다. 반면 ‘총선 민심이 반영된 의석 구조에 따라 일을 하는 것으로 당연한 일’이라는 응답은 38%에 그쳤다.

향후 입법 처리 방향에 대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야당과 협의해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66%)이 ‘야당이 계속 반대한다면 여당 단독으로라도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30%)보다 높게 나타났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초 부동산 입법을 속전속결로 처리한 민주당이 향후 공수처 설치를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 일하는 국회법 처리, 행정수도 이전 문제 등 주요 현안 처리에 있어서도 ‘강공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정부 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계속해서 ‘독주’를 이어가기에는 부담스런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여야 협치에 우선순위를 두고 향후 개혁 입법 처리에서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이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국회 운영 기조에 변화를 모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뉴시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이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국회 운영 기조에 변화를 모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뉴시스

◇ 민주당의 기류 변화 감지

실제 민주당 내 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여야 원내대표단 비공개 만찬 회동 후 언론에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부동산 입법 강행과 관련 “이번에는 부동산 값이 워낙 폭등하고 임시국회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부득이하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며 “여러 절차적으로 미안하다.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0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그 전에도 김태년 원내대표가 국회 운영에 관한 일하는 국회법이나 개혁 입법은 여야 간의 조율과 합의 과정을 충분히 거치겠다고 여러 번 말씀을 했다”며 “부동산 관련 법은 민생 법안이고 타이밍이 중요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수처 출범과 검찰·경찰·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 법안 처리에 대한 여당의 의지가 워낙 강하고 야당과의 입장차가 확연해 향후 여야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야당이 개혁 법안 처리 과정에서 계속 반대해 법안 처리가 지연될 경우 민주당이 결국 강행 처리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통합당을 향해 늦어도 8월 국회 시작 전까지 공수처 후보 추천위원을 선임해야 한다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또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미완의 과제로 남은 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개혁을 11월 초에는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권력기관 개혁을 위한 당정청 논의의 후속 작업 차원에서 경찰 개혁과 관련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기 위한 경찰법,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국정원 개혁과 관련 국내 정치 개입 가능성을 차단하는 내용이 담긴 국정원법 전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공수처 출범과 개혁 입법 등에 대한 강경론도 여전하다. 수도권 지역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앞으로 민주당이 더욱 겸손해져야 하고 야당과도 대화를 해야 한다”면서도 “지지율 하락은 우리 당이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렇다. 우리 지지자들이 요구하는 공수처 출범, 권력기관 개혁 입법 등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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